몇 년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치명적인 이유가 암수술로 자의반 타의반 직장을 떠났었는데 얼마 만에 아침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희열을 맛봅니다. 늘어져 늦잠 자던 아침자리에서 설렘과 기대를 안고 기상해 총알같이 지나가는 아침시간, 분초를 다투며 출근하는 짜릿한 스릴을 한참을 잊고 지냈었습니다. 지난밤의 숙취를 채 소화하지 못해 참고 있던 구토를 쏟아내는 젊은이에게 흘깃거리며 눈총을 주는 대신 재빨리 가방을 뒤져 물휴지를 건네주는 여유와 배려도 출근하는 일이 있으니 베풀 수 있는 아량이지요. 상쾌하게 뻗어나가는 철로 위 출근전철에 몸을 맡기고 거대한 서울, 한강의 경치를 호흡하며 하루의 일과를 계획하는 일도 나의 손길을 기다려 주는 일터가 있으니 가능한 일이지요. 어느 날 갑자기 청천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