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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암 치유 일기- 항암 치료 잘 견딘 비결

암사랑 2020. 6. 29. 08:54

나의 암 치유 일기- 항암 치료 잘 견딘 비결

 정리=홍헌표 기자

눈을 떴다. 여전히 수술실이었고 통증이 온 몸으로 몰려 왔다. 잠깐 자다 일어난 것 같았다. ‘혹시 수술을 못 한 거야?’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암 세포가 복막에도 퍼졌으면 수술을 못할 수도 있다”는 주치의 선생님의 수술 전 설명 때문이었다.

“혹시 지금 몇 시예요?”라고 물었더니 수술실 간호사는 “조금 있으면 회복실로 갈 거예요”라고만 말했다. 나는 수술을 못했다는 걸로 받아들였다. 병실로 돌아와 식구들이 수술이 잘 됐냐고 물었을 때 나는 “나 수술을 못 했나봐. 빨리 나왔어”라고 대답했다. 남편은 깜짝 놀라 간호사실로 달려갔고, 진단 이후 의연하게 버티던 아들은 그 자리에서 울어 버렸다. 남편이 밝은 얼굴로 돌아왔다. “당신 수술 잘 됐대~.”

‘그래 이제 치료나 잘 받으면 되지 뭐.’ 악착같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 목숨은 내 권한이 아니고 하늘의 것이라고 생각하니 딱히 걱정되는 것도 없었다.

위 전절제 수술을 받은 뒤 한동안은 죽만 먹었다. 한 숟가락을 입에 넣고 물이 될 때까지 10분간 씹어야 했다./게티이미지 뱅크

통증은 진통제로 해결했지만, 위를 다 잘라냈으니 당장 먹는 것부터 문제였다. 내 식사는 물이나 다름없는 미음이었다. 처음엔 딱 세 숟가락을 먹었다. 한 숟가락을 입에 떠 넣고 10분 이상을 씹었다. 물이나 다름없는 미음을 씹는 기분이란……

그렇게 해서 하루에 다섯 번을 먹었다. 먹는 양은 하루에 한 숟가락씩 늘려 갔다. 위를 잘라내고 식도와 십이지장을 연결한 부위가 터지면 음식물이 셀 수 있기에 먹고 난 뒤에 통증이 있는지 없는지 신경을 써야 했다.

퇴원 후에도 한 달 정도 계속 미음을, 그 다음에 진밥과 된밥으로 바꿔 갔다. 씹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수술 후 6개월 째부터였다. 그래도 두부나 부드러운 나물처럼 딱딱하지 않은 음식 위주로 먹었다. 가장 힘든 게 빨리 먹는 습관을 고치는 것이었다. 음식이 침과 섞여 물처럼 될 때까지 씹어야 하니 식사 시간은 50분 이상 걸렸다. 세 끼 식사 시간에 먹는 양이 적으니 딸기, 복숭아, 요플레, 연두부를 간식으로 챙겨 먹었다.

수술 한 달 뒤부터 항암 치료를 받았다. 환우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치료인데 돌이켜보면 나는 비교적 수월하게 견뎠다. 옥살리플라틴 주사제를 맞고, 젤로다를 복용해야 했는데, 남편은 내가 약을 먹지 않을까봐 약을 삼킬 때까지 지켜봤다.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수도꼭지를 잡거나 상온의 물에 손을 담글 수 없을 정도로 손 발이 시리고 아팠다. 위를 모두 잘라낸데다 항암 치료까지 받으니 설사를 자주 했다.

항암 치료를 받으면 소화 불량, 구내염, 구토 등 다른 부작용도 많은데 나는 그런 증상을 겪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항암 치료 중간 중간에 맞은 미슬토 주사, 비타민C 주사 덕분인 것 같다. 구내염과 구토 증상이 없었으니 먹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온열 매트리스를 사고, 가끔 온열치료도 받았다. 나중에 기능의학을 하는 의사 선생님을 찾아 소변 유기산 검사, 모발 중금속 검사, 미네랄 검사 등을 받았다. 내게 부족한 게 뭐고, 내 몸에 쌓인 독성 물질이 뭔지 아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게티이미지 뱅크.

보통 환우들은 대학병원이나 대형 병원에서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지만 의료진은 가장 기본적인 정보만 알려준다. 항암 치료 부작용을 완화시킬 수 있는 보조 요법에 대해서는 잘 알려주지 않는다.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하는 것들이 많다.

나는 보조 요법이 가능한 병원, 기능의학 의원을 찾아가 그 문제들을 해결했다. 의학적으로 어느 정도 믿을 만 하다는 것들은 다 시도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를 받고 난 뒤 그냥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너무 소극적이지 않은가. 갈등을 피하기 위해 처음 수술을 받은 병원 의료진에게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내가 겪은 부작용 중에 덤핑증후군이 있었다. 수술 병원의 선생님은 갑자기 어지럽고 식은 땀을 흘리면서 복통을 겪을 수 있다며 밥을 천천히 먹으라고 경고했다. 위를 다 잘라냈기에 음식물이 소장으로 급격히 들어가서 생기는 증상이라고 했다.

나는 가끔 복통이나 오한 없이 몸이 힘들어서 드러누워야 하는 경험을 했다. 나중에 봤더니 그 것도 덤핑증후군 같은 것이었다. 나중에 공부를 해보니 나의 덤핑증후군은 반응성 저혈당의 증상 중 하나였다.

식사 후 급격하게 혈당이 높아져 인슐린이 많이 분비되는데,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와도 남아 있는 인슐린 때문에 저혈당 상태가 되어 버린다고 한다. 이로 인해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걸 알고 나서는 식사 습관에 더 신경을 썼다. 한 번에 먹는 양을 적게 하고 혈당을 높이는 음식을 조절했다. 나는 지금도 혈액 검사를 하면 당화혈색소 수치를 꼭 체크하고 식후 혈당을 재서 고혈당 상태가 되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