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할 만큼 5년 이상 철저히 지켰던 식이요법
정리=홍헌표 기자
내 스스로 나를 지켜야겠다고 결심
유방암 수술 후 1년여 동안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를 끝낸 뒤 병원에서는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암 재발 여부를 확인하는 것 말고는 할 게 없었다. 5년 완치까지 긴 시간 동안 그냥 검사만 하고 지낼 수는 없었다. 일단 재발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더 이상 아무 것도 해주지 않는 병원에 기대기보다는 내 스스로 나를 지켜야 하겠다고 결심했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 실천 방법을 찾고 행동에 옮겨야 했다. 휴직 기간이 끝냈을 때 ‘복직을 해도 되나’ 하고 잠시 고민했지만 지인들의 조언을 듣고 복직을 결정했다. 만약 그 때 직장을 그만 뒀다면 많이 후회했을 것 같다. 직장 동료들도 많이 배려해줬고, 나도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 사람 관계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기에 이전과 달리 큰 스트레스 없이 일을 할 수 있었다.
현미밥과 채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으로 내 몸을 위한 식이요법은 유방암이 완치된 지금도 지키고 있다./게티이미지 뱅크
식이요법은 어떻게 하고, 운동은 언제 하며,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지, 근심 걱정은 어떻게 해소하는지 방법을 알아야 했다. 내가 다니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유방암 환우회 ‘에델바이스’ 회원들에게서 생생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대장암 3기 치료 후 체험 에세이 ‘나는 암이 고맙다’를 쓴 ‘웃음보따리’ 홍헌표 이장님에게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 책을 읽으며 내 인생을 돌아보았고, 건강과 삶에 대한 이장님의 생각에 공감이 되어 나 역시 그렇게 살려고 애썼다. 예전에는 내 스스로 웃음에 인색했는데,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억지로 웃어야 했다. 웃음보따리 덕분에 웃음이 자연스러워졌고 내 마음도 몸도 건강해져 갔다. 이장님 뿐 아니라 다른 분들의 암 체험기도 많이 읽었다. 그 분들의 투병 체험, 식이요법을 보며 내게 맞는 투병 방법을 찾을 수 있었고, 불안하고 우울할 때마다 그 분들의 체험을 떠올리며 내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면 뭐든 시도
내가 암을 극복하기 위해 실천한 방법 역시 앞서 암 완치에 성공한 다른 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건강한 음식, 운동, 스트레스가 많은 생각 내려놓기, 숙면, 좋은 물 마시기, 체온 올리기…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것들은 생활 속에서 악착같이 실천했다. 대학병원에서는 관심이 없고 권하지도 않는 비타민C 주사요법, 왕쑥뜸, 전신 마시지, 족욕도 꾸준히 했다. 식이요법은 꾸준히 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암을 완전히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암환우의 회복에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현미밥과 항암성분이 풍부한 컬러 푸드, 그리고 가공되지 않은 자연 식품 위주로 식사를 하려고 애썼다. 이장님이 만들어 드셨다는 사과-당근 주스, 야채수, 해독주스, 제철에 나는 과일과 채소, 표고버섯 등 유기농 식품을 섭취하려 애썼다. 단백질은 두부, 콩 흰살 생선(가끔)로 섭취했고 붉은색 고기는 먹지 않았다. 셀레늄, 비타민C, 비타민D, 유산균 같은 건강기능식품도 번갈아 먹었다.
식용유, 밀가루, 설탕을 버리고 튀긴 음식 안 먹어
가장 신경을 쓴 것 중 하나는 요리 방법이었다. 식용유, 밀가루, 설탕, 진간장 등을 다 버리고 집간장, 죽염, 시골 된장-고추장, 죽염으로 요리를 했다. 튀긴 음식, 기름진 음식, 육류, 단 음식은 피했고, 외식도 거의 하지 않았다. 거의 5년 이상 직접 요리를 해 먹었고 복직 후에도 점심은 직접 만든 음식으로 도시락을 쌌다. 나는 암 수술 7년 차인 지금도 현미밥과 자연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고, 점심 도시락도 싸 다닌다. 사찰 요리도 배우고 있다. 직장 동료들이 “지독하다”고 말할 정도로 음식과 생활 관리를 철저히 하는 편이다.
'죽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마음 내려놓게 돼
스트레스를 덜 받고 근심 걱정을 덜 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내려 놓으라”고 말은 쉽게 할 수 있지만, 막상 암 환자에게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잘 못 느낄 것이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웃으려고 했고, 짧은 시간이지만 명상도 했다. 사실 암 수술 직후 ‘내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나서 사소한 일상도 너무나 소중하게 다가왔기 때문에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내려놓기가 비교적 수월했다.
수술 후 7년이 지난 지금 내 생활을 평가해본다면 70점 정도는 줄 수 있을 것 같다. 수술 직후 어떻게든 암을 극복하기 위해 엄격하게 생활 관리를 할 때와 비교하면 많이 느슨해졌지만, 그래도 내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여전히 현미밥 위주의 식이요법을 하고, 운동과 숙면, 웃음도 가급적 꾸준히 하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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