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 중에 수많은 정보를 접했다. 지인들은 꼭 읽어보라고 책을 권하고, 치료에 도움이 된다며 여러 가지 건강식품을 구해 줬다. 하지만 너무 정보가 많아서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었다.

먹는 음식은 신경을 썼지만 하루하루 잘 보내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지냈다. 체온을 높이면 면역력이 좋아진다고 해서 쑥뜸이나 숯가마 찜질을 자주 했다. 한참 동안 현미밥과 야채 위주의 식단도 지켰다.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의 힘든 과정을 넘기기 위해 서울성모병원 요가교실, 스트레칭 교실을 다녔다. 2011년 우연히 조선일보에서 당시 홍헌표 기자님의 암 투병 수기 ‘나는 암이 고맙다’를 읽게 되었다. 4주에 한 번씩 연재되는 칼럼을 읽으며 동병상련의 아픔과 위로와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2011년 7월 홍 기자님이 웃음의 치유 효과에 대한 칼럼을 쓰면서 함께 웃을 사람을 모집한다고 했을 때, 주저 없이 이메일을 보냈다. “나도 꼭 참여하게 해달라”고 매달렸다.

웃음치료 모임 웃음보따리는 매달 두번 정기 모임을 갖고, 연말에는 송년회도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웃음보따里 모임은 내게 치유의 공간이자 쉼터였다. 다른 암 환우들과 함께 웃고 노래하고 춤추고 울면서 힘든 시기를 잘 넘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병원 치료가 끝나도 암 환우들은 다 끝난 게 아니다. 5년 동안 재발이나 전이가 없어야 완치 판정을 받는다. 5년이 되기 전까지는 늘 가시방석 위에 앉은 것처럼 불안하다. 몸 컨디션이 조금만 이상해도 불안하고, 검사 수치가 조금만 나빠도 나쁜 생각을 한다. 마음이 편안할 날이 없다. 그럴 때 웃음은 보약처럼 내 마음을 다독거려줬다.

웃음보따리 정기 모임은 한 달에 두 세 번 밖에 안 열렸기 때문에, 정모가 없는 날 혼자 산길을 걸으며 웃는 연습을 했다. 조금이라도 불안한 생각이 들 때마다 손바닥을 치고 박장대소를 했다. 처음엔 억지 웃음이었지만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오랜 시간동안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웃음이 면역력을 높인다는 걸 나는 몸으로 체감했다. 웃음보따리리 정기모임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집중적으로 치료를 한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내가 얻은 교훈은 아침에 편안한 마음으로 눈을 떠서 아침 햇살을 반길 수 있고, 시원하게 물 한 잔을 마실 수 있음에 감사하자는 것이었다. 암은 내게 마음의 여유를 갖는 지혜를 주었다. 힘든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의 터널을 지나며 하루 하루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내 옆에 있던 작은 것들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암 덕분에 행복지수가 높아졌다고나 할까?

봄에 피어 나는 꽃잎에 환호하고 멋진 저녁 노을에 감탄하게 되었다. 내 인생의 저녁 노을 즈음에 서 있는 지금, 더 열심히 성실하게 매 순간의 삶을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이다.

누군가 내게 물었다. “또 다시 암 진단을 받는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아마도 10년 전과는 다를 것 같다. 항암 치료를 다시 받는다고 생각하면 아득하지만, 그 때보다는 좀 더 편안하고 지혜롭게 치료에 임할 것 같다. 좀 더 내 몸과 마음을 위하는 치료 전략을 짤 수 있을 것 같다.<끝>

이 글은 2010년 유방암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재발 없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유혜경(61) 님의 암 투병 체험을 기자가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