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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보따리 9년간 암환우의 긍정적 변화 실감

암사랑 2020. 11. 7. 09:38

웃음의 마음치유 효과

웃음보따리 9년간 암환우의 긍정적 변화 실감

  • 기자명 홍헌표 기자

 

남을 웃기는 재주가 별로 없는 내가 감히 웃음전도사로 자처하고 나선지 9년이 넘게 흘렀다. 대장암 3기 진단과 함께 수술을 받고 2년10개월째 되던 2011년 7월, 당시 몸담았던 조선일보에 ‘암환자로 행복하게 살기’라는 칼럼을 쓴 게 계기가 돼 만든 ‘웃음보따里’의 정기 모임이 어느덧 200회를 바라보고 있다.

한 달에 두세 번 씩 30~50명씩 모여 온 몸에서 땀이 나고 배가 아프도록 2시간 남짓 웃고 나면 그렇게 속이 후련할 수 없다. 손뼉을 치면서 온 몸을 흔들기도 하는데, 그날은 기분이 좋을 정도의 피로감이 몰려오면서 꿀잠을 잔다.







한국인들이 웃음에 인색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성인들이 하루에 웃는 시간이 1분30초 밖에 안 된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화내는 데 1시간30분, 걱정하는데 3시간을 쓰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다.

웃으면 엔도르핀, 엔케팔린, 도파민 등 몸에 좋은 호르몬이 분비되고 혈액순환이 활발해지며 체온이 오른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오히려 줄어든다. 암세포와 바이러스를 죽이는 NK(자연살해)세포의 활성도가 높아져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이 커진다고 한다.

이런 연구 결과를 알려주며 “열심히 웃어야 한다”고 직장 동료나 친지들에게 훈수를 두지만, 나 역시 하루에 10분 이상 웃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자주 웃으려고 애쓰는 것은 웃음보따里 덕분이다.

웃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그런데, 웃을 일이 있을 때 웃으면 되는 거지, 연습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문제는 우리 나라 성인들은 웃을 일이 많지도 않은데다, 막상 웃을 일이 생겨도 적극적으로 웃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500명이 넘는 웃음보따里 전체 회원 중 적극적으로 정모에 나오는 회원은 100명 정도인데, 목적이 다양하다. 즐겁게 살고 싶어서, 암과 싸우는 힘(면역력)을 키우고 싶어서, 혹은 우울증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혼자 웃기 힘들어서 정모에 나온다고들 한다. 지금은 대부분 분위기에 익숙해져 얼굴만 봐도 파안대소를 하고, 어깨가 들썩거릴 정도로 몸을 흔들면서 환하게 웃지만, 처음엔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어색한 미소만 짓던 분들이 많았다.







친구를 따라 왔다가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고 고개를 흔들면서 5분짜리 ‘웃음 마라톤’을 하는 회원들을 보곤 ‘이 사람들이 제 정신인가’ 하는 표정을 짓는 사람도 많았다. 군가 ‘진짜 사나이’의 가사를 바꿔 노래를 부른 뒤, 손가락으로 사랑의 화살을 날려주는 환영 세리머니 조차도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체면을 중시하고 타인에게 가벼운 존재로 보이기 싫은 40대 이상 중장년층이라면 좀처럼 적응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웃기 좋아하는 성격을 갖고 있거나, 질병에서 벗어나기 위해 웃음이 절실한 분은 어색함을 참고 모임에 계속 나오면서 분위기에 익숙해진다. 웃음이라는 게 혼자일 때보다 여러 명이 함께 있을 때 훨씬 더 잘 터지고 효과가 크다는 걸 몸으로 실감하면서 적극적으로 바뀐다.

정모 때는 목젖이 보이도록 입을 크게 벌린 채 호탕하게 웃고, 머리를 흔들며 손바닥으로 가슴까지 치며 웃는 분들이지만, 매일 열 번 이상 웃으라고 하면 “그럴 일이 있어야 웃지” 하면서 고개를 가로 젓는다. 그럴 때마다 이런 말을 해준다. “저절로 웃음이 나오나요. 연습도 하고 재미난 방법도 찾아야지요.” 60대 여성 암 경험자 두 분이 모범 사례다. 두 분은 웃음을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매일 아침 10시 반에 전화통화를 한다. 각자 웃기는 이야기 하나 씩 들려준 뒤, 웃음보따里 정모에서 배운 대로 큰 소리를 웃는다. 처음엔 억지로 그랬는데, 몇 주 지나자 전화기만 들어도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와 20분 정도는 족히 웃을 수 있다고 한다.

만성 신경통으로 고생하는 50대 중반의 한 여성 회원은 집에서 혼자 웃는 법을 개발했다. 집에 있을 때 사각형을 볼 때마다 웃기로 규칙을 정했다. 사각형의 사진 액자를 보고 깔깔깔 웃고, 탁자가 식탁이 사각형인 것을 깨닫곤 키득키득 웃고 했더니 하루에 30분은 거뜬히 웃을 수 있더라고 했다.

결국 웃음도 의지의 문제다. 80대의 박화일씨는 신장암, 간암, 간경화 환자였다. 그는 “더 이상 치료할 방법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웃음으로 건강을 되찾고 완치 판정을 받았다. 하루에 1~2시간씩 지금까지 웃은 시간만 5000시간이 넘는다고 한다. 웃음보따里 정모에서 갖가지 웃는 방법을 가르쳐주는데, 신체운동까지 되는 웃음법이 100개 쯤 되는 것 같다.

하루 세끼 밥 먹고 간식을 하듯이 하루에 열 번만 웃기로 결심해보자. 나는 아침마다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우스꽝스런 표정을 짓는다. 회사에 출근하면 일부러 큰 소리로 “굿모닝” 하고 외치며 미소를 짓는다. TV 코미디 프로그램을 볼 때도 과장해서 큰 소리를 내며 웃는다. 딸이 “뭐가 그렇게 웃겨” 하며 핀잔을 줘도 개의치 않는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웃는 이유가 뭐냐고? 福이 온다. 삶이 즐거워지고 건강이 함께 따라 온다. 웃음보따里 모임을 할 때마다, 회원들과 웃음을 나눌 때마다 몸으로 느끼고 있다.

출처 : 캔서앤서(cancer answer)(http://www.canceransw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