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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 치료 패러다임이 바뀐다

암사랑 2018. 4. 23. 10:23

당뇨 | 치료 패러다임이 바뀐다


▎최근 당뇨 치료에 활용되는 정밀의학은 개인의 생활방식, 유전자, 단백질 정보 등을 축적한 빅데이터로 환자의 질병을 예측하고 치료한다. 개인 유전체 분석이 중요해졌다.

개인 유전체 분석으로 맞춤형 치료 현실화…췌장 베타세포 기능 보전해주는 치료제 나와

당뇨는 흔한 병이다. 전 세계 당뇨병 환자는 4억 명이 넘는다. 국내 30세 이상 인구의 13%가량이 당뇨로 고생한다. 국민 7명 중 한 명꼴이다. 65세 이상으로 가면 더 심하다. 3명 중에 1명이 당뇨병 환자다.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당뇨병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 사회경제적인 부담은 상당하다. 대한당뇨병학회(회장 박경수)에 따르면 당뇨는 10년째 한국인의 사망 원인 중 5~6위를 오르내린다. 당뇨병이 있으면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정상인보다 두 배로 올라간다.

당뇨병은 소아에게 주로 발생하는 제1형 당뇨병과 여러 가지 복잡한 유전적 환경요인으로 40대 이후에 주로 발생하는 제2형 당뇨병이 있다. 제2형 당뇨병이 전체 당뇨병 환자의 95%를 차지한다. 인슐린의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이 이루어지지 않는 대사질환이기에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평생 안고 가는 병’이다. 당뇨병이 진짜 무서운 것은 합병증 때문이다. 당뇨의 합병증인 백내장, 망막염, 각막염, 심장병, 신장 사구체, 신우염 등 난치병이 대부분이다. 나이 들어 실명하는 사람들의 첫째 원인이 바로 당뇨병이다. 신장 이식이나 혈액 투석하는 사람도 당뇨병이 원인인 사례가 많다.

당뇨병 치료의 핵심은 혈당을 낮추는 것이다. 이를 위한 치료제도 많이 나와 있다. 인슐린 분비 촉진제, 인슐린 감수성 개선제, 탄수화물 소화 억제제, 인크레틴 제제 등 다양하다. 그런데도 당뇨병 환자 중에는 합병증을 평생 달고 사는 사람이 많다. 왜 그럴까? 당뇨병 치료제들은 처음엔 어느 정도 혈당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혈당관리가 안 돼서 다른 약으로 교체하고 그래서 조금 나아졌다가 다시 관리가 안 돼 바꾸기를 반복한다. 그러다 결국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른다. 당뇨병은 초기에 잡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초기에 당뇨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대목에서 주목해볼 만한 치료제가 있다. 바로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을 보전에 주력하는 치료 전략이다. 40대 이상 성인에게 많은 제2형 당뇨병은 췌장의 인슐린 생성 능력이 저하되고 몸이 인슐린의 작용에 저항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인슐린은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생성되고 분비되는데, 인슐린저항성과 대사량 증가로 인한 베타세포의 기능 저하가 제2형 당뇨병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 된다. 장기적인 혈당 관리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환자들에 대한 진단 초기부터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을 보전해줄 수 있는 치료 전략이 중요하다. 마치 당장 아프고 상처 난 부위보다 근원적인 장기를 먼저 튼튼하게 해주는 한방치료의 원리와도 같다.

다케다제약 치료제 액토스와 네시나


▎다케다제약의 당뇨병 치료제 액토스. 췌장의 베타세포 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는 치료제다. / 사진제공·한국다케다제약

다케다제약은 베타세포 기능 강화에 주목했다. 다케다제약의 당뇨병 치료제 ‘액토스(피오글리타존 염산염)’는 지방과 근육세포 등 말초조직에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인슐린 감수성 개선제로 췌장의 베타세포 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 임상실험에서 메트포르민 병용으로 사용할 때도 타 계열 약제보다 지속적인 혈당 강하효과가 입증됐다.

‘네시나(알로글립틴 벤조산염)’ 역시 다케다제약을 대표하는 당뇨병 치료제다.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을 향상시키기 위한 식사요법 및 운동요법의 보조제로 2013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승인을 받았다. 2014년부터 국내에 시판되고 있다. 네시나액트는 네시나와 액토스의 장점을 모두 갖춘 혈당 강하제다. 시판되는 당뇨병 약제 중 가장 다양한 요인을 교정하는 약제다. 네시나액트 한 알만으로도 인슐린 분비 개선과 함께 혈당 강하효과 및 베타세포 기능 개선효과가 있다. 당뇨병을 유발하는 8가지 요인 중 무려 6가지에 작용한다. 네시나액트는 식약처로부터 성인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을 돕는 식사요법 및 운동요법의 보조제로 국내 승인을 받았다. 혈당 강하효과를 오랫동안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지만 심부전 징후(과도하고 급속한 체중 변화, 호흡 곤란, 부종 포함)를 보이는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획기적인 당뇨 치료법은 암 치료에 활용되는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 환자를 치료하는 맞춤 치료)을 적용하는 것이다. 당뇨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치료법이다. 정밀의학은 개인의 생활방식, 유전자, 단백질 정보 등을 축적한 빅데이터로 환자의 질병을 예측하고 치료하는 분야다. 필수적으로 개인 유전체 분석(PGS, Personal Genetic/Genome Service)을 활용한다. 2011년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췌장암 원인 유전자를 확인하기 위해 개인 유전체를 분석했다. 2013년 할리우드 배우 앤절리나 졸리도 개인 유전자를 검사하고 자신의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 유방 절제술을 받았다. 이후 개인 유전체 분석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개인 유전자 분석이 유전적 결함을 분석하는 것이라면, 개인 유전체 분석은 암, 심장병, 당뇨병, 천식 등의 ‘복합질병’에 대한 유전적 결함 및 환경적 요인을 함께 결합하여 분석하는 것이다. 자신과 가족의 질병 위험과 건강 이상 여부를 파악해 미리 대처하도록 해주는 것은 물론 개인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해준다.

개인 유전체 분석 통한 정밀의학 적용


▎다케다제약의 네시나액트. 당뇨병을 유발하는 8가지 요인 중 무려 6가지에 작용한다.

개인 맞춤형 치료 시대가 열리면서 동반진단(Companion Diagnostics) 시장도 커져가고 있다. 동반진단이란 특정 질병의 진단과 치료제 선택을 묶음으로 진단하는 것으로 특정 치료제에 대해 안정성과 효율성이 입증된 환자군을 선별하는 공인된 진단기술이다. 동반진단의 콘텐트가 확보되면 자신에게 맞는 맞춤형 치료를 할 수 있다. 치료효과가 없는 고가의 신약을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를 위해서는 유전체 분석뿐만 아니라 빅데이터를 접목한 정밀의학,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자신의 운동·생활습관 분석 등이 필요하다. 당뇨 치료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과 만나면 당뇨 극복의 길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개인 유전체 분석 시장은 실제 임상적 활용성에서는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다행히 2019년에 세계당뇨병학회가 한국에서 개최된다. 행사를 준비하는 대한당뇨병학회가 어떤 의제로 준비하느냐에 따라 국내에서도 당뇨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

당뇨로 고생하지 않으려면 자신의 당뇨병 발병 가능성을 예측해 사전에 관리, 예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박경수 대한당뇨병학회장에 따르면,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운동하고, 좋은 약을 먹으면 당뇨병의 3분의 2 정도는 예방할 수 있다. 설사 당뇨병이 왔더라도 합병증만 피하면 오래 살 수 있다, 지금 당장 운동 부족과 비만 문제만 해결해도 발병 위험이 3분의 2로 줄어든다. 당장 실천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