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식 효도한 자식들, 일반인보다 사망률 낮다" 첫 연구결과
[중앙일보]
서울대병원 간이식팀 서경석 교수팀이 수술하는 장면. [중앙포토]
한국은 뇌사(腦死)자가 아닌 생존자가 간의 일부를 떼주는 사람이 세계에서 가장 많다. 인구 100만명당 21.3명이 생존자 간이식을 한다(2018년). 스페인(0.5명), 미국(1.25명) 등에 비하면 월등히 많다. 한국의 생체 간이식 의술을 미국·유럽에 전수할 정도로 탁월한 데다 한국인의 남다른 효심이 한몫한다.
생체 간이식의 67% 자녀가 부모에게 제공
자녀 제공자 10명 중 7명이 아들
간 제공해도 일반인보다 15년 사망률 낮아
서울대병원 1만여명 추적 조사
2018년 한국의 생체 간 이식 기증자는 1106명이다. 2014년 863명에 비해 4년 새 28% 늘었다. 장기 매매가 불법이기 때문에 생체 간 이식은 대부분 가족 간에 이뤄진다. 누가 누구에게 가장 많이 제공할까. 장기기증 및 이식통계연보(2018)에 따르면 자녀가 739명으로 66.8%를 차지한다. 아들이 70%가량이다. 자녀에게 간을 제공한 부모가 32명, 형제자매 113명, 배우자 113명, 방계혈족 42명이다. 지난달 종영한 tvN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아버지가 딸에게 간을 이식하기 위해 2주간 7kg을 감량하는 장면이 나왔다.
생체 간 이식은 간을 통째로 제공하는 뇌사자 기증과 달리 간의 일부를 제공한다. 간을 일부 떼주고 나면 한 달 반이나 두 달 후 원래 크기의 80~90%로 자란다. 원래보다 약간 작으니까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생체 간 기증자를 추적해보니 전혀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대병원 간 이식팀(서경석, 이광웅, 이남준, 최영록, 홍석균, 이정무 교수)과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신애선 교수, 최선호 전문의)은 질병관리본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자료를 활용해 2000~2015년 간 기증을 한 1만116명을 추적·관찰해 23일 발표했다.
서울대병원 간이식팀. 왼쪽 윗줄 왼쪽부터 서경석, 이광웅, 이남준 교수. 아래 왼쪽부터 최영록, 홍석균, 이정무 교수. [사진 서울대병원]
이 중 사망자는 53명(0.52%)이다. 자살(19명), 암(9명), 교통사고(7명), 간 질환(5명), 뇌혈관 질환(3명), 심장 질환(1명), 기타(9명) 순이다. 간 질환 사망자가 교통사고로 사망 확률보다 낮다. 연구팀은 ‘간 기증자’ 그룹 약 7000명과 ‘표준 인구’ 그룹 약 2만1000명의 장기 생존율(평균 15년)을 비교했다. 표준 인구 그룹은 간 기증자 그룹과 성별·나이 비율을 맞춰 건강보험공단 자료에서 무작위로 추출했다. 간 이식을 받은 사람의 생존율은 정부가 발표한다. 간을 제공한 사람을 조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간 기증자 그룹의 수술 후 10년 누적 사망률은 0.5%로 표준인구 그룹(0.9%)보다 오히려 낮았다. 같은 조건이면 일반인보다 사망 확률이 낮다는 뜻이다. 생체 간 이식 수술 후 간 기증자가 안전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홍석균 교수는 "장기 기증자를 15년 장기 추적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간을 제공해도 건강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향후 생체 간 이식을 더 활성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 간 기증자의 자살률이 한국인의 그것보다 다소 높게 나왔다. 이남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생체 간 이식이 1만1000건 넘게 진행됐지만 아직 간 기증자의 장기 성적에 대한 대규모 연구는 없었다”며 “수술 후에도 간 기증자를 장기적으로 관찰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정신건강 관리도 지속해서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외과 분야 권위 있는 학술지 ‘외과학연보(Annals of Surgery)’ 최근호에 실렸다.
[출처: 중앙일보] "간이식 효도한 자식들, 일반인보다 사망률 낮다" 첫 연구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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