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월한 재생 능력을 자랑하는 ‘침묵의 장기’ 간
간이 기특한 장기인 것은 재생이 잘 된다는 점이다. 웬만한 상처를 줘도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러한 사실은 그리스 신화에도 잘 나와 있다. 타이탄 족의 영웅인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가 감춰 둔 불을 인간에게 준 대가로 신의 저주를 받아 코카서스의 바위에 쇠사슬로 묶여 날마다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벌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밤이 되면 간이 다시 재생되어 살아나 다음날 또 독수리에게 간이 쪼이게 되는 영원한 형벌을 받는다. 어쩌면 그 옛날의 그리스인들도 간이 재생된다는 사실을 알았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간은 일평생 동안 인간의 몸을 지켜줘야 하기 때문에 손상받았을 때 바로바로 보충이 되도록 디자인된 것이다.
간은 탁월한 재생 능력 덕분에 간암 수술을 할 때 30~40%만 남기고 60~70%까지 잘라내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게 간의 일부만 남아 있어도 얼마든지 정상적인 역할을 수행해 낼 수 있다. 간이 재생된다고 하면 일부 환자들은 마치 도마뱀의 꼬리가 다시 생겨나는 것처럼 간이 살아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지는 않다. 재생이 된다는 것은 자른 모양대로 부피만 커지는 것. 즉, 삼각형으로 자르면 삼각형 모양으로 커지고, 사각형으로 자르면 사각형 모양대로 커져서 그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간의 또 다른 특징은 ‘침묵의 장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흔히 간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들은 간을 가리켜 ‘우직하다’, ‘미련하다’ 이런 표현들을 많이 사용한다. 술이나 바이러스 등으로 손상을 받아도 웬만해서 간은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간이 아파하는지 모르니 간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자꾸만 자극을 주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간에 손상을 주는 자극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면 결국 암이 생기며 침묵을 깨고 비명을 지르게 된다.
한편, 건강검진을 할 때 ‘지방간’을 진단받는 사람들이 많다. 전체 간세포의 숫자에서 지방이 낀 지방세포의 숫자가 10% 이상 넘어가면 ‘지방간’이라고 한다. 물론 지방간이 있다고 해서 다 암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드물게는 간염이 되어 나중에 간암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간의 딱딱해진 정도를 알아보는 ‘간 섬유화 스캔’이라는 장비가 나와서 간의 굳은 정도를 측정할 수도 있다. 간 섬유화 스캔을 받은 사람들을 3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간이 딱딱할수록 간암 발생이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B형, C형 간염 바이러스가 있는 사람들, 알코올성 간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간 섬유화 스캔 등을 통해 간암 조기검진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건강정보 모음 > 간경화&간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검사/시술/수술정보 (0) | 2020.09.07 |
---|---|
여성의 암 6위 간암, 뜻밖의 요인 5 (0) | 2020.09.05 |
몸의 최후의 보루, 간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0) | 2020.09.02 |
별것 아닌 지방간? 지방간염 되면 사망률 2.5배 (0) | 2020.09.01 |
간질환 치료의 대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이관식 교수 (0) | 2020.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