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면을 취해야 기억력도 향상된다

 

숙면을 취해야 기억력도 향상된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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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새 공부하는 학생과 하루 7시간씩 꼬박꼬박 자는 학생 중 누가 더 성적이 높을까요? 얼핏 생각해보면 매일 밤새 공부하는 학생이 당연히 공부를 더 잘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왜냐하면, 다음 날이면 잊어버리기 쉬운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 작업은 깊은 잠을 잘 때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잠을 푹 자야 기억력과 학습효과도 높아집니다.

 

무조건 밤 늦게 공부하는게 능사는 아니라는 점...(?)

사람의 수면은 렘수면과 비렘수면의 두 가지 단계로 이뤄지는데, 사람들은 렘수면 시간에 꿈을 꾼다고 합니다. 렘수면은 수면의 후반기와 새벽에 집중적으로 꾸게 되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매일 밤 2시간 이상 꿈을 꾸게 된다고 합니다. 렘수면기에 접어들게 되면, 눈동자만 빠르게 움직이고, 다른 근육들은 이완되어 전신을 움직일 수 없게 됩니다. 만일 꿈을 꾸는 동안에 몸을 움직일 수 있다면 꿈의 내용에 따라서는 밤마다 돌아다니거나 옆 사람과 격투를 하게 될 수 있어, 매우 위험한 상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렘수면기에 근육 이완이 풀어져, 꿈의 내용을 실행(?)하는 수면장애도 있습니다. 렘수면행동장애라고 하는 이 수면장애는 대개 중년이나 노인에서 잘 나타나며, 파킨슨병의 전조 증상으로 이해되고 있는데, 쫒기거나 싸우는 것 같은 과격한 내용의 꿈을 꾸게 되면, 벽을 차서 손을 다치거나, 같이 자는 남편이나 부인을 구타하여 상처를 입힐 수 있으며, 심하면 방 밖으로 뛰쳐나갈 수 있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황당한 일이 펼쳐져 있다면 더욱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잠을 자게 되면, 심장 박동수도 줄어들고, 신체 대사량이나 열량 소비도 줄어들게 되며, 신체를 회복합니다. 하루에 소모되는 열량이 약 2000Kcal 정도 되는데, 잠자는 7-8시간 동안의 열량은 고작 80Kcal만 소비된다고 하니, 수면은 열량 소비를 최소화하고 피로한 신체가 회복되는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렘수면 동안에는 다른 수면의 단계 때와는 달리, 우리 뇌가 매우 활성화 됩니다. 뇌의 기능이나 대사량을 측정하는 뇌파나 뇌 PET(양전자단층촬영)을 검사해보면, 비렘수면기에는 대뇌의 대사량이나 활동량이 현저하게 감소되지만, 하지만 렘수면기에는 뇌 활성이 깨어 있을 때와 거의 비슷할 정도로 활발하게 일을 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뇌가 활성화되는 렘수면기에 우리의 뇌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이에 대해서 아직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많이 알려지고 있는 것은 기억력과 관련된 기능입니다.
 
누구나 학창시절에, 시험 전날 밤샘하면서 공부를 하고 다음날 시험을 친 벼락치기를 해본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열심히 외운 내용으로 시험을 보고 나오면 마치 공부한 내용도 함께 제출한 것처럼 기억에서 사라진 경험은 없으셨나요? 혹은 며칠 지난 후에 다시 벼락치기 했던 내용을 생각해보면 기억이 잘 나지 않은 경험은 없으셨나요?

우리는 무수하게 겪게 되는 낮에 있었던 일이나 학습한 내용을 바로 장기기억으로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스냅사진처럼 단기기억으로 저장해둡니다. 이렇게 저장된 스냅사진들은 잠을 자면서, 특히 렘수면기 동안에, 개개인의 기억창고 또는 기억 도서관에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면서 저장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과거 기억과 충돌하거나, 낮에 있었던 체험과 기억들로 인해서 꿈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즉, 렘수면을 일으키는 전기적 흥분이 대뇌피질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기억의 저장고인 해마를 자극해 꿈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책을 제자리에 꽂아둬야 다음에 찾기 쉬운 것처럼 단기기억도 장기기억으로 전환해야 오래 기억할 수 있습니다.

한 연구소에서 쥐가 잠을 자는 중에 렘수면기에 도달하면 잠을 깨워 렘수면기만 선택적으로 박탈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렘수면기를 박탈당한 쥐는 다른 쥐에 비해 미로 찾기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발견하며 렘수면이 기억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입증한 바 있습니다.
 
잠이 부족하면 우선 비렘수면의 깊은 수면단계가 가장 먼저 충족됩니다. 이후에 비렘수면의 얕은 수면단계와 렘수면단계가 순차적으로 보상됩니다. 따라서 평소 잠을 적게 자게 되면 렘수면기가 적어져 열심히 공부한 내용이 장기기억으로 전환되지 않게 되어 공부의 효율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기억이 꿈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반복학습이나 연상 등의 다른 경로를 통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수면과 적정한 렘수면이 동반된다면 낮에 공부하거나 학습한 내용을 좀더 오래 기억하는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