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여는 글/감동 좋은 글

봄의 소식

암사랑 2020. 3. 23. 08:43
봄의 소식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발병 났다커니
 봄은 위독(危毒)하다커니





 눈이 휘둥그래진 수소문에 의하면
 봄이 머언 바닷가에 갓 상륙해서 


 동백꽃 산모퉁이에

잠시 쉬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렇지만 봄은 맞아 죽었다는 말도 있었다.


광증(狂症)이 난 악한한테 몽둥이 맞고
 선지피 흘리며 거꾸러지더라는......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자살했다커니
 봄은 장사지내 버렸다커니





 그렇지만 눈이 휘둥그래진 새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뒷동산 바위 밑에, 마을 앞 개울
 근처에, 그리고 누구네 집 울타리 밑에도,
몇 날 밤 우리들 모르는 새에 이미 숨어와서
 몸 단장(丹裝)들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신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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