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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 펙사벡, 간암임상 실패 원인은 ‘성급함’"

암사랑 2019. 8. 12. 08:54

"신라젠 펙사벡, 간암임상 실패 원인은 ‘성급함’"

   
[머니투데이 민승기 기자] [의료계, 임상 2상 실패 후 '충분한 검토' 없이 3상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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펙사벡 원료인 백시니아 바이러스 / 사진제공=신라젠

"신라젠의 항암바이러스 펙사벡이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실패한 원인은 ‘성급함’ 때문입니다."

국내 유명 대학병원 소속 한 종양내과 교수는 펙사벡의 간암 임상 실패 원인에 대해 이같이 설명한 뒤 "임상 2상 실패 후 시간을 가지고 충분한 검토를 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5일 밝혔다.

앞서 신라젠은 기존 간암치료제인 넥사바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 129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2b상에서 생존기간 입증에 실패했다. 신라젠은 2b상의 실패원인이 임상디자인에 있다고 판단하고 임상 3상부터는 디자인을 바꿨다. 임상 2b상이 넥사바를 처방하고 효과가 불충분한 환자에게 펙사벡을 처방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임상 3상부터는 펙사벡을 먼저 투여한 후 넥사바를 사용하도록 했다.

과거 신라젠으로부터 임상 3상 참여를 요청받았다는 한 종양내과 교수는 "앞선 임상에서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임상 3상을 진행하려는 것을 보고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임상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어 "임상연구에 들어가기 전에 다양한 전문가들과 상의해서 임상디자인을 만들어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데, 신라젠은 약 개발을 너무 서둘렀다"며 "만약 충분한 분석과 검토를 한 뒤 천천히 진행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학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신라젠은 임상 3상에서 갑자기 디자인을 바꿨는데 그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신라젠 뿐만 아니라 국내 바이오벤처들을 보면 확실한 근거없이 너무 서두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영세한 벤처기업들을 보면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압박에 브레이크 고장난 자동차처럼 달릴려고 한다"며 "개발중인 신약에 대한 장단점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진행하는 임상은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거위'의 배를 미리 가르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라젠은 지난 1일(현지시간) 독립적인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와 펙사벡 간암 대상 임상 3상 시험의 무용성 평가 관련 미팅을 진행한 결과, 임상중단 권고를 받았다.

8명의 종양학자들로 구성된 DMC는 글로벌 임상3상 중간결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펙사벡, 넥사바 투여군이 대조군(넥사바 단독) 대비 얼마나 위험요소(Hazard Ratio)가 줄었는지를 확인했다. 평가 결과 DMC는 '임상중단 권고' 결정을 내렸다.

신라젠 측 관계자는 "간암 관련해서만 임상 중단 권고가 뜬 것이기 때문에 다른 펙사벡 임상은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며 "DMC가 왜 임상중단 권고를 했는지는 관련 자료를 분석해봐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승기 기자 a1382a@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