濠 연구팀, 항암제로 B형 간염 치료 가능 시사
머크와 비리나판트ㆍ‘키트루다’ 병용 공동연구 발표도
이덕규 기자 | abcd@yakup.com
호주의 한 연구팀이 전임상 단계의 시험에서 항암제 신약으로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증을 100% 성공적으로 치료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제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이 항암제와 항바이러스제를 병용투여하는 방식의 임상 1상 및 2상 전기단계의 시험에 착수한 상태이다.
멜버른에 소재한 월터&엘리자 홀 연구소(Walter and Eliza Hall Institute)의 마크 펠레그리니 박사‧그렉 이버트 박사 공동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회보’ 온라인판에 20일 2건의 보고서로 게재했다.
보고서들의 제목은 ‘세포사멸 단백질들의 세포 저해제가 B형 간염을 예방하는 데 나타낸 효과’와 ‘세포사멸 세포 저해제들의 길항작용을 통해 B형 간염을 제거하는 데 나타낸 효과’이다.
펠레그리니‧이버트 박사팀은 미국 펜실베이니아州 맬번에 소재한 제약기업 테트라로직 파마슈티컬스社(TetraLogic)가 골수이형성 증후군 및 난소암 치료제 등으로 개발을 진행 중인 비리나판트(birinapant)를 사용해 이번 연구를 진행해 왔다.
때마침 테트라로직 파마슈티컬스社는 각종 재발성 또는 불응성 고형암에 비리나판트틀 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과 병용투여하면서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기 위해 머크&컴퍼니社와 제휴키로 합의했다고 같은 날 공표했다.
펠레그리니 박사는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임상 시험에서 비리나판트가 100% 성공적인 치료효과를 나타냄에 따라 이미 지난해 12월 임상시험에 착수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또 “비리나판트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시킨 간 세포들을 파괴하면서도 정상적인 세포들에는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흥미롭게도 비리나판트를 항바이러스제 ‘바라크루드’(엔테카비르)와 함께 병용투여한 결과 바이러스 제거속도가 비리나판트를 단독투여했을 때보다 2배나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나타나 멜버른과 퍼스, 애들레이드 등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상태”라고 공개했다.
비리나판트와 ‘바라크루드’를 병용투여하는 요법은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살아있는 숙주인 간세포를 활용한 세포간 신호전달 경로를 표적으로 작용한다고 펠레그리니 박사는 설명했다.
펠레그리니 박사는 “통상적으로 간 세포들은 신호를 변화시켜 세포들이 스스로를 파괴하도록 함으로써 감염증에 대응하고 추가적인 감염을 예방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비리나판트가 바이러스를 이용해 세포의 생존 스위치를 눌러 감염된 세포들의 괴사를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B형 간염은 전 세계 환자 수가 20억명을 상회하는 데다 약 4억명 가량이 만성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간 세포에 감염된 B형 간염 바이러스는 간경변과 간암 등을 유발하고, 매년 78만명 이상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있는 형편이다.
펠레그리니 박사는 “숙주세포를 이용해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스스로를 제거하도록 하는 치료법이 바이러스 자체를 표적으로 작용하는 요법에 비해 약물내성 균주의 출현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생체가 약물에 적응토록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용이하지만, 숙주세포의 변화에 적응토록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차후 펠레그리니 박사팀은 이번 연구에서 입증된 동일한 전략이 AIDS나 헤르페스, 뎅그열, 결핵 등 다른 만성 감염성 질환들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 여부를 관찰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