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에게 효율적인 예방접종법
이동건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
올해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백신 접종에 대해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에게서도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일반적인 원칙은, 암환자도 근치적 수술이 이뤄져 항암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으면 면역학적으로 일반인과 비슷하므로 성인 예방접종의 권장사항을 따른다. 암환자는 예방접종 후 항체 생성률이 낮긴 하지만, 어느 정도의 예방 효과가 증명되어 항암치료 중인 암환자에게도 필요한 예방접종을 권장한다. 이 글은 암환자의 항암치료 전후 예방접종에 대한 것으로, 장기 이식과 조혈모세포 이식 환자의 예방접종은 다루지 않는다.
암환자는 인플루엔자(독감) 감염 시 일반 성인에 비해 합병증이 유발되는 경우가 더 흔하고 사망률이 증가하기 때문에 매년 10~12월에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을 권장한다. 인플루엔자 백신에는 불활화 백신과 약독화 생백신이 있다. 불활화 백신은 부화란에서 배양한 바이러스를 정제해 불활화시켜서 만든다. 불활화 백신은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소아나 노인에게는 효과가 낮고, 주사로 인한 이상반응이 나타나며, 국소면역이나 세포면역을 유도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항암치료 중인 암환자에게는 생백신을 투여하지 않는다. 최근 도입된 피내접종 백신, 면역증강제 포함 백신은 불활화 백신이므로 고려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항체 생성까지 접종 후 최소 2주가 필요하므로 백혈구 수가 정상화된 후 접종하고 2주 후 다음 항암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현실적으로 항암치료 중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가 되어서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경우, 항암치료를 시작하고 2주 이상 경과한 후나 다음 항암화학요법 시작 2주 전에 접종하며, 호중구감소증이 있는 중에는 접종을 피한다.
성인에게 접종을 추천하는 폐렴사슬알균(폐렴구균) 백신에는 23가지 항원을 포함하고 있는 피막다당류 백신(PPV23)과 13가지 항원을 함유하고 있는 단백결합 백신(PCV13)이 있다. 일반적으로 PPV23은 50~75% 정도의 예방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항암치료를 받는 암환자는 예방효과가 감소한다. 암환자는 면역저하 상태이므로 PCV13을 먼저 접종한 후 최소 8주 후 PPV23을 추가 접종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과거에 PCV13을 접종받은 경우 PPV23을 1회 추가 접종하면 되고, 이전에 PPV23을 접종받은 경우에는 1년 이상 간격을 두고 PCV13을 추가하면 된다.
항암치료 시작 직전 또는 치료 중에 백신을 투여받는 경우 항체 생성률이 낮으므로 적어도 항암치료 시작 2주 전에 백신을 투여받아야 한다. 항암치료 시작 전에 접종받지 못한 경우, 항암치료 종결 3개월 이후에 접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면역 저하 상태가 지속되어 침습성 폐렴사슬알균 감염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 환자는 5년 후 PPV23을 재접종한다.
침습성 헤모필루스균 감염증을 유발하는 혈청형은 대부분 b형이다. 성인에서 침습성 헤모필루스균 감염증이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비장절제술을 받은 환자에게 패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 모든 암환자에게 b형 헤모필루스균 백신을 접종할 필요는 없으나, 치료 과정에서 비장절제술을 받는 환자는 접종이 필요하다.
과거 파상풍-디프테리아 백신(Td)이 성인용으로 사용되었으나, 최근 백일해가 추가된 백신(Tdap)이 도입되어 함께 사용되고 있다. 기본 접종을 마친 성인은 10년 주기로 추가 접종을 권장한다. 암환자는 Tdap 백신 접종 후 항체 생성률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지만 항암치료 중에 투여받을 경우, 항체 생성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접종이 필요한 암환자는 항암치료 최소 2주 전에 접종을 해야 한다. 이미 항암치료를 시작한 암환자는 치료 종결 최소 3개월 후 접종하는 것이 예방효과를 높일 수 있다. 사백신이므로 암환자를 포함한 면역 저하 환자에게 안전하게 투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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