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잠은 보약…극성 코로나도 비켜간다
하루 7시간 충분히 잠을 자면
기억력 돕고 면역력도 높여줘
누운 지 20분 내 잠들어야 숙면
자다 깨다 반복 땐 불면증 의심
우울증·면역기능 이상 등 유발
햇볕 쪼이며 산책하거나 운동
멜라토닌 분비 늘어 숙면 도와
카페인·알코올은 깊은 잠 방해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올겨울은 여느 해보다 밤이 길게 느껴진다. 연말이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찍 귀가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연말연시 잦은 모임과 술자리로 늦게 귀가했고 수면시간이 늘 부족했다. 역설적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다른 해 연말보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수면시간도 길어졌다. 푹 잘 자는 숙면만한 보약은 없다. 면역력을 높여주는 숙면은 마스크 착용, 자주 손씻기, 사회적 거리 두기와 함께 코로나19를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겨울은 1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冬至·12월 21일)가 끼어 있는 만큼 이 시기에는 자연의 이치에 맞게 여름철보다 길고 푹 자는 게 건강에 좋다. 동지는 밤 길이가 14시간25분에 달한다.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뇌신경센터 신경과 교수는 잠을 잘자는 것이 중요한 4가지 이유로 △숙면하는 동안 뇌에서 '베타 아밀로이드' 배출해 치매 예방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며 기억력 향상에 도움 △수면시간 짧으면 면역세포 기능 약화, 바이러스 감염 위험 높여 △생체시계·일주기 리듬 정상화하며 비만 예방 효과 등을 꼽았다.
깊은 잠을 자는 질 좋은 수면은 뇌에 있는 글림파틱(Glymphatic)이라는 시스템이 작동해 낮에 뇌가 활동하면서 생긴 뇌 속 노폐물을 정맥으로 배출한다.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작은 단백질도 이때 함께 뇌에서 배출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계속 베타 아밀로이드 농도가 높아지다가 자정이 되면서 점차 감소해 아침 9시께 가장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숙면은 기억력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다음날이면 잊어버리기 쉬운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작업은 깊은 잠을 잘 때 이뤄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숙면은 면역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수면 부족(박탈)은 면역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수면장애나 불면증은 선천 면역에서 중요 역할을 하는 NK세포(natural killer cell) 수와 기능을 감소시키며, 후천 면역에서 중요 역할을 하는 CD4+ T세포(CD4+ T cell) 수 감소를 일으킨다. 이와 관련된 연구에 따르면 수면박탈군에서 인플루엔자A와 A형 간염 백신접종 이후 면역반응이 현저히 감소함을 확인했다. 수면시간이 짧을수록 면역 기능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 기능이 약화되어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릴 위험도를 높인다.
코로나19 예방 백신이나 치료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감염증을 스스로 이겨내고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 면역력을 증진하는 것이다.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잠을 잘 자는 것이다.
◆ 비렘수면·렘수면 한 주기로 90분간 움직여
좋은 수면은 잠자리에 누운 지 20분 이내에 잠이 들고, 아침에 일어날 때 힘들지 않아야 한다. 잠이 들 때까지 30분 이상 걸리거나, 잠이 들어도 자다 깨다를 반복하거나, 새벽에 잠을 깨 더는 잠들 수 없거나,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때에는 불면증을 의심해야 한다. 보통 불면증이 3개월 미만이면 단기 불면증, 3개월 이상이면 만성 불면증으로 진단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3위 수면부족 국가로 알려져 있다. 성인 중 96%가 권장 수면시간에 모자라는 잠을 자고 하루 수면시간이 4~5시간에 그치는 비율도 21%에 달한다. 수면시간이 짧은 것도 문제지만 수면의 질도 낮아지고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사람들이 잠을 자는 사이 깨닫지 못하지만 수면은 파동 곡선처럼 비렘(Non-REM·Non-Rapid Eye Movement)과 렘(REM·Rapid Eye Movement)이 한 주기로 약 90분간 움직이며 하룻밤 사이에 대체로 4~5번 반복한다. 전체 수면에서 75~80%를 차지하는 비렘수면은 다시 1단계, 2단계, 3단계 수면으로 구분되며, 3단계는 서파 수면으로 가장 깊은 잠을 진다. 비렘수면 시간에는 호흡이 느려지고 심장박동 수와 혈압이 떨어지며 정신적 활동이 감소하는 게 특징이다.
반면 렘수면은 잠을 잘때 뇌가 휴식을 취하면서 하루 동안 받은 정보를 정리하는 단계다. 렘수면 시간 동안 근육이 이완되고 호흡과 심장박동이 불규칙하게 변하며 정신활동이 활발하다. 꿈을 꾸는 것도 렘수면 중에 발생한다. 정신적 스트레스 해소와 기억력에 관여한다. 렘수면이 짧아지면 뇌가 혹사를 당해 기억력 감퇴, 고혈압 발병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만성적인 수면장애는 우울증과 불안증 같은 정신질환을 가져올 수 있으며 신체적인 면역기능과 자율신경계에 이상을 일으켜 소화기계 질환, 심혈관계 질환, 내분비계 질환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 수면 부족·불면증→대사증후군→질환
잠을 잘 자고 나면 피로가 풀리고 신체 기능 회복, 면역 증강 효과가 있고 신경세포의 성숙과 기능을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수면 부족이 만성화하면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그중에 하나가 비만이다.
최영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 5시간 미만 잠을 자는 사람이 7시간을 자는 사람에 비해 비만은 1.25배, 복부비만은 1.24배 더 많았다"며 "특히 사회 활동이 활발한 20·30대 젊은 층과 비만이 심하지 않은 경도 비만 그룹에서 적게 잘수록 뚱뚱해지는 경향이 현저했다"고 말했다.
밤에 잠을 잘 자지 않고 활동하게 되면 칼로리가 소비되어 살이 빠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잘 자지 못한 다음날엔 머리가 멍하고 몸이 천근만근 무거우며 의욕이 떨어져 만사가 귀찮아지고, 일을 하는 데 지장이 많고 활동성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되면 에너지가 충분히 소비되지 않고 남은 열량은 지방으로 축적된다.
그리고 수면이 부족하면 그렐린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증가한다. 이 호르몬은 공복감을 증가시켜 기름진 음식이 먹고 싶게 한다. 또한 포만감을 느끼게 하여 식욕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는 렙틴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감소해 식욕을 증가시켜 다음날 더 많은 열량을 섭취하게 한다. 또한 코티솔 호르몬이 증가한다. 코티솔은 스트레스에 대항해 인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호르몬으로 식욕을 증가시키며 지방을 분해하지 않고 저장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몸에 지방이 축적된다.
살이 찌게 되면 목과 상체에도 지방이 쌓이게 되어 기도가 좁아져 수면 중 코를 골거나 숨을 쉬지 않는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하게 된다. 수면무호흡증이란 한동안 숨이 막혀 컥컥거리다가 한계점이 지나면 '푸' 하고 숨을 몰아쉬는 것을 말한다. 최영은 교수는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횟수가 수면시간당 5회 이상이면 수면무호흡증이라 할 수 있다"면서 "숨을 제대로 쉬지 않으면 저산소증에 빠지게 되어 수면 중 각성이 자주 생기게 되어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수면무호흡증은 만성피로와 인슐린 저항성, 이상지질혈증 등 다양한 질병이 발생할 위험을 높인다. 또한 고혈압과 심혈관계질환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비만 환자가 급사하는 주요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비만으로 인한 수면무호흡증은 체중 감량만으로도 증상을 좋게 하고 관련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 겨울에 수면장애 악화…생활습관 개선을
날씨가 차고 건조한 겨울에는 실내 난방까지 겹치면서 코호흡보다 구강호흡을 많이 하게 된다. 구강호흡은 입을 마르게 하는데, 산소포화도(혈중 산소 농도)를 떨어뜨려 잠을 자다가 자주 깨는 수면 분열이 일어나 불면증으로 악화하거나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수면장애를 일으키기 쉽다. 겨울철 숙면을 취하려면 날씨가 풀리는 날에는 가급적 외출하거나 운동을 하는 시간을 늘려서 햇볕을 쬐는 것이 좋다. 낮 동안에 햇볕을 많이 쬐면 밤에 멜라토닌(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되어 잠이 잘 오기 때문에 불면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멜라토닌은 뇌의 송과선(松果腺)에서 분비되며 주위가 어두워지면 분비되고 밝아지면 분비를 멈추는 성질이 있다.
수면장애나 불면증은 수면제로 해결되지 않는다. 불면증은 환자 특성에 따라 수면제, 항우울제 등을 처방받는다. 그러나 수면제는 잠을 잘 자게 할 수는 있지만 불면증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어서 그 효과가 일시적이며 수면무호흡이 원인인 불면증에는 수면제 복용이 매우 위험하다.
불면증 치료는 평소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자기 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과도한 낮잠을 피하고 취침시간과 기상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거나 매일 햇빛을 쪼이는 것이 수면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잠에 들기 3시간 전부터는 소화가 잘 안 되거나 자극적인 음식 섭취를 피하는 게 좋다. 특히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 담배, 흥분제 등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 술을 먹으면 금방 잠이 들긴 하지만 수면 유지가 잘 되지 않아 자주 깨고, 깊은 잠 단계는 오히려 저하되어 결국 숙면시간이 줄어든다. 족욕과 반신욕은 잠자기 2~3시간 전에 하면 숙면에 좋다. 물 온도는 37~39도 전후에 20~30분 정도 하는 것이 좋다.
출장이나 야근으로 인한 2주 이내 단기적 불면증은 수면유도제를 통해 개선할 수 있지만 한 달 이상 불면증이 지속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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