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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의 우울증, 어떻게 발견하고 치료하나요?

암사랑 2020. 11. 2. 10:04

암 환자의 우울증, 어떻게 발견하고 치료하나요?

라이프 김동우

 

 

암 환자의 우울증, 어떻게 발견하고 치료하나요?

 

오늘은 저희 병원에서 암환자의 정신건강을 책임지고 계신 정신건강의학과 박천일 교수님께서 2번째 글을 포스팅해주셨습니다. 지난번 “암 환자의 정신건강 1편” 포스팅 후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2편에 대한 요청을 주셔서 저도 암환우분들이 정신건강이라는 주제에 정말 관심을 많이 가지고 계시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박천일 교수님께서 많은 암환자분들이 겪고 계시는 우울 증상의 의미와 이를 쉽고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는 실질적 방법까지 소개해 주셨습니다.천천히 감상해 보시고 많은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분당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천일

안녕하세요, 분당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천일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암 환자분들께 발생할 수 있는 우울 증상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드리고 관심을 가져야 할 수준의 우울증을 선별하고 치료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매일 매 순간이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누구든 삶 속에서 힘든 일들을 겪게 되고, 그로 인해 우울한 기분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물며 암 환자분들은 어떨까요?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 치료 결과의 불확실함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로 인하여 우울증에 더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암을 진단받은 환자분들은 정상적인 감정 반응으로 슬픔, 우울을 경험할 수 있지만, 때로는 정상 반응의 수준을 벗어나 병적 수준의 우울증에 이르기도 합니다.

 

암 환자에서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이 나타나는 비율은 연구 방법이나 암의 종류 및 항암치료 단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지만, 대략 8~24%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췌장암과 폐암에서는 우울증의 유병률이 20~50%로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최소 암 환자 10명 중 1명 이상에서 우울증이 동반된다는 뜻인데,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암 환자분들의 우울 증상은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거나 다른 신체적인 문제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진다고 여겨지는 경향이 있어 적절한 치료가 제공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울증은 암 환자분들의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며 암성통증을 포함한 신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고 조기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우울증의 정도가 심각할 경우 자살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인 우울증상으로 알려진 식욕저하, 불면, 피로 등의 증상은 암 자체 증상 또는 항암치료 부작용으로도 유발될 수 있기 때문에 암 환자의 우울증 유무를 감별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지금까지 암 환자의 우울증을 선별하기 위한 여러 설문들이 연구된 바 있으며, 그중 우울증의 심리적 증상에 초점을 맞춘 설문이 암 환자의 우울을 평가하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해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단축형 에딘버러 우울증 척도 (Brief Edinburgh Depression Scale)

오늘 하루가 아닌, 지난 일주일 동안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당신이 어떻게 느꼈는지 표시하십시오.

 

 

1. 어떤 일이 잘못되었을 불필요하게 자신을 비난했다.

□ 그렇다. 항상 그랬다. (3)

□ 그렇다. 가끔 그랬다. (2)

□ 자주 그러지는 않았다. (1)

□ 아니다. 그러지 않았다. (0)

 

 

2. 무서운 일이 일어날 같아 겁이 났다.

□ 매우 확실하고 심했다. (3)

□ 그렇다. 그러나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다. (2)

□ 약간 있었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1)

□ 그러지 않았다. (0)

 

 

 

3. 어떤 상황이 나를 지배하였다.

□ 대부분의 시간 동안 전혀 대처할 수 없었다. (3)

□ 그렇다. 때때로 예전처럼 잘 대처할 수 없었다. (2)

□ 아니다. 거의 항상 잘 대처하였다. (1)

□ 아니다. 어느 때보다 잘 대처하였다. (0)

 

 

4. 너무 불행해서 잠들기가 힘들었다.

□ 그렇다. 거의 항상 그랬다. (3)

□ 그렇다. 상당히 자주 그랬다. (2)

□ 자주 그러지는 않았다. (1)

□ 아니다. 그러지 않았다. (0)

 

 

 

5. 슬프거나 비참함을 느꼈다.

□ 그렇다. 거의 항상 그랬다. (3)

□ 그렇다. 상당히 자주 그랬다. (2)

□ 자주 그러지는 않았다. (1)

□ 아니다. 그러지 않았다. (0)

 

 

6. 자신을 해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 그렇다. 상당히 자주 그랬다. (3)

□ 가끔 그랬다. (2)

□ 거의 그러지 않았다. (1)

□ 그러지 않았다. (0)

 

각 문항 선택지의 괄호 안 숫자를 모두 더한 점수가 총점이며, 국내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총점 5점 이상인 경우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다는 결과가 있었습니다. 위의 설문지는 선별검사로 사용되는 것으로 설문 결과가 곧 우울증 진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하여야 합니다.

 

암 환자의 우울증 치료는 우선 면담을 통하여 치료의 필요성을 면밀히 평가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환자분의 상태가 약물 치료가 필요한 수준인지, 그리고 약물 치료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이득을 따져보고 약물 치료 시작 여부를 결정합니다.

 

 

우울증 치료의 일차 약제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세로토닌-노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 (Serotonin-norepinephrine reuptake inhibitor) 등과 같은 항우울제입니다. 다른 기존에 사용 중인 약물 (항암제, 진통제 등) 과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여 안전한 약제를 선택합니다. 또한 일반 우울증 환자에 비해 약물을 소량으로 시작하여 치료 용량으로 천천히 조절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부작용을 세심하게 관찰하게 됩니다. 약물 치료가 필요하지 않거나 불가능한 경우에는 치료자가 지지적인 태도로 면담을 시행하여 환자분의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고 그것이 해소될 수 있도록 돕는 지지정신치료가 이루어집니다.

 

모든 암 환자분들이 우울하고 절망적이어야 할까요? 이상한 질문 같지만 환자분, 가족분들을 뵙다 보면 많은 분들이 암 환자는 당연히 우울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곤 합니다. 병적인 수준의 우울증은 적절한 치료와 개입을 통해 나아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심리적 고통을 경감시키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환자분들께서 힘든 치료 과정 가운데에서도 소중한 순간이 주는 행복감을 느끼고, 남은 삶 속에서 의미를 찾아 나가실 수 있기를 소망하고, 그 과정을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분당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천일 m.blog.naver.com/oncochon/22203996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