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암 환자에게 있어서 좋은 의사란 어떤 의사를 말하는 것일까?
암 진단을 받은 환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 봤을 문제다. ‘어느 의사가 나를 잘 고쳐줄까?’ 생사가 달린 문제다 보니 선택하기 쉽지 않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 선택하고, 무턱대고 ‘명의’라는 타이틀에 매달리기도 한다.
정말 이 문제는 딱 잘라서 결론내릴 수 없는 문제다. 암 환자에게 ‘좋은 의사’혹은‘바람직한 의사’는 환자에 따라서 다르게 규정되기도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떤 암 환자에게는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의사가 좋은 의사일 수 있고, 어떤 암 환자에게는 자상하게 설명을 잘해주는 의사가 좋은 의사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환자가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를 대신 결정해 주는 의사가 고마울 수도 있다. 때로는 치료 결과가 좋으면 무뚝뚝하고 불친절해도 “Thank you!”를 연발하듯이 사안과 사람에 따라 그 기준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암 진단을 받게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든 의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럴 때 좋은 의사를 고르는 선택 조건으로 삼아야 할 지침을 정리해봤다.
좋은 의사 선택요령 1. 환자를 기분 좋게 하고 자신감과 에너지를 충전시켜 주는 의사
신경학과 심리학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료계에서는 손에 잡히는 의술만 중시하고 있다. 즉 생화학, 세포학, 약리학, 의학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으며 손에 잡히지 않는 정신과 마음, 심리를 다루는 의술은 홀대를 받고 있다.
암 환자 치료에 있어서는 외과·내과치료 못잖게 중요한 것이 심리적인 안정, 즉 따뜻한 보살핌의 정신의학이다. 현재의 암치료의학이 반쪽짜리라는 이유는 정신의학을 등한시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의사의 치료보다도 ‘의사’ 그 자체에 더 큰 위력을 실감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의사’라고 하면 어쨌든 내 병을 고쳐줄 것만 같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동시에 환자를 기분 좋게 하고 자신감을 심어주거나 에너지를 충전시켜 주는 그런 의사, 우리는 그런 의사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좋은 의사 선택요령 2. 양심적인 암 전문의 만나기
암 전문의는 존재 자체만으로 암 환자에게는 하늘과 같다. 즉 암 환자에게 있어서 거의 독보적인 존재다.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유전자 치료 등 다양한 치료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간호사, 물리치료사, 영양사, 심리상담사 등 잘 훈련된 보조 인력의 활용으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도 있으니 양심적인 좋은 암 전문의를 만나는 것은 암 환자에게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좋은 의사 선택요령 3.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감성, 그리고 섬세한 기술의 소유자
<질병의 해부(Anatomy of an Illness)>를 펴낸 노먼 커즌즈(Norman Cousins)는 캐나다의학협회(CMA)의 데이비드 우즈(David Woods)와의 대담에서 “의사는 과학자인 동시에 예술가로서의 품성이 있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즉 인간의 치료에는 예술과 과학을 결합시켜야 할 필요를 역설한 것이다.
영국 격언에 “훌륭한 의사는 독수리의 눈과 사자의 마음과 여자의 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완벽한 의사의 조건이다.
독수리의 눈(냉정한 이성)과 사자의 마음(너그러운 감성-마음), 그리고 여자의 손(섬세한 기술)을 가진 의사를 훌륭한 의사로 받아들이는 영국, 즉 완벽한 사람을 훌륭한 의사로 생각한다는 얘기다.
‘현실에 그런 의사가 과연 존재할까?’하는 의문은 잠시 유보하고 우리는 대부분 이 세 가지 요소 중에 어느 한두 가지를 선택해야 할 때가 많다.
의사들은 수많은 암 환자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케이스에 따라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것들을 염려하는지, 또 환자가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를 속속들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적잖은 괴리가 있다. 워낙 암이라는 실체가 다양한 변수를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에게 어떻게든 좋은 메시지, 좋은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애쓰며 노력하는 의사들도 많다.
그런 노력들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우리는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감성, 섬세한 기술을 가진 좋은 의사를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좋은 의사 선택요령 4. 관계 설정을 잘하는 의사
의사와 환자 간의 관계 설정도 암 치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의료계의 형태는 의사가 갑이고 환자가 을인 경우가 많다. 잘못 설정된 ‘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치료에 도움이 되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적극적 동반자 관계다. 즉 일종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의사는 현대의학이 가진 모든 무기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그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환자가 선택해야 한다. 즉 운동과 밥상, 물리적인 처치나 생활요법에 대해서는 환자 스스로 찾아서 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암 치료에 있어서 의사와 환자의 역할은 50:50라고 하는 이도 있고 병원 처치, 즉 의사의 역할은 20% 내외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환자가 해야 할 역할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어쨌든 환자와 의사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사가 어느 한 가지 치료법을 강요한다든지 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열린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의사, 그 과정에서 보다 합리적인 의견을 개진하여 환자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 아닐까?
가슴 따뜻한 의사가 많아지길 기대하며…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는 그의 저서 <죽음, 그리고 죽어가는 것과 함께 살며 Living with Death and Dying>에서 “인간에게 가장 극단적인 고통은 버림받고 의견이 무시되는 것이며, 의사가 자신을 버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는 환자는 병과 더 잘 싸울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두려움을 가라앉히기 위해 암 전문가로서 최선을 다하며, 환자가 병을 이해하고 잘 이겨갈 수 있도록 돕는 의사가 가슴 따뜻한 의사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환자는 누군가가 자신의 하소연을 들어주길 원한다. 고통과 절망, 슬픔과 희망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상대, 그 상대가 의사가 되면 더욱 좋겠다.
“의술은 병상에서 배우는 것이지 강의실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현대의학의 수호자로 불린 윌리엄 오슬러 경이 한 말이다. 현장, 즉 병상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병상 예절은 환자가 의사에게만 지키는 도리가 아니라 실제는 의사가 환자에게 지키는 도리도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자가 주체이고 의사는 그 주체의 치료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환자와 눈높이를 맞추고 진지하게 환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의사,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모습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환자가 바라는 이상적인 의사는 각각 다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많은 요구, 그 많은 기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의사는 결코 없다.
암 전문의로 관계 설정도 잘하고, 환자의 얘기도 충분히 들어주면서 치료에 반영하고, 마음이 따뜻하고, 병상 예절도 좋으며, 환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열린 마음으로 환자의 고통과 절망을 이해하며, 환자와도 가슴 터놓는 대화를 즐기며, 겸손하며, 진정으로 환자의 치료에 힘쓰는 의사! 우리가 원하는 훌륭한 의사의 조건일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 이런 모든 요건을 충족시킬 의사를 찾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지레 포기할 일도 아니다.
또한 내가 환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때 좋은 의사가 내게로 온다는 사실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문종환 칼럼니스트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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