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중인 환자들이 상당히 혼란스러워하는 주제 중 하나가 ‘항암치료 중인데 녹즙을 먹어도 괜찮을까?’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는 “녹즙을 먹지 말라.”거나 “간이 나빠져서 항암치료를 못 받는다.”는 말을 많이 한다.
실제로 항암치료 중의 주의사항에도 절대 날 것을 먹으면 안 된다는 지침이 있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녹즙도 날 것에 속하니 당연히 안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말 그럴까? 녹즙을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펼쳐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견해를 밝혀본다.
항암치료 중에는 날 것을 먹으면 안 된다는 주장에서 말하는 날 것은 생선회 같은 음식을 말한다. 그러니까 먹고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날 음식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녹즙은 날 것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채소나 과일에 식중독을 일으킬 만큼의 오염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항암치료 때문에 점막염이 심한 환자라면 녹즙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입안이 화끈거려서 음식을 잘 먹지 못하거나, 설사가 자주 나는 상황에서는 녹즙을 피하는 게 좋다.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항암제를 맞으면 1~2주 사이에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는데, 이 기간에는 녹즙을 피하는 게 좋다. 녹즙도 세균 오염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 기간만 피하면 되고, 그 이후에는 섭취해도 별 무리가 없다.
녹즙은 영양의 ‘보고’
녹즙이란 녹색을 띠고 있는 열매나 잎, 뿌리 등을 갈아 만든 즙을 의미하지만, 당근이나 비트와 같이 녹색이 아닌 채소들도 포함된다.
녹즙의 재료로 주로 사용되는 것 중 케일은 헤모글로빈의 구조와 같은 엽록소가 함유되어 있어 혈액의 생성을 돕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주는 데 효과적이다.
치커리는 담즙 분비에 도움을 주어 간과 쓸개 건강에 도움이 된다.
당근은 면역력을 길러주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며, 간과 장의 정화작용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신선초는 미네랄과 칼슘, 비타민, 게르마늄 등이 함유되어 있으며, 해독작용과 항균작용 등을 해준다.
비트는 철분이 풍부해 혈액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며, 간·신장·담낭 등에 이로운 작용을 한다.
컴프리는 녹황색 채소 중에 단백질을 비롯한 비타민 B12와 베타카로틴, 칼슘, 철 등의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신선초는 칼슘, 게르마늄 등 다량의 미네랄과 각종 비타민이 포함되어 있으며, 증혈작용, 항균작용, 간 기능 촉진 및 해독작용, 말초혈관 확장작용 등을 한다.
우리 몸에 영양을 공급하는 방법 중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가열하지 않은 신선한 채소를 먹는 것이다. 채소에는 비타민과 미네랄 등 살아있는 유기성 원소들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인체 내에서의 활성이 왕성하여 기능 회복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채소를 즙으로 마시면 훨씬 빨리 흡수되고 흡수율도 높아 환자에게 더욱 좋다.
미 국립암연구소(NCI)는 1991년부터 암,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등의 예방을 위해 하루 5~9접시의 채소와 과일 섭취를 권장해오고 있다(Eat 5 to 9 a Day).
과일과 채소가 좋은 것은 알지만 바쁜 현대인들이 매일 그만한 양의 채소와 과일을 먹기 어렵다는 게 문제이다.
녹즙은 채소와 과일에 든 영양성분을 한꺼번에 많이 섭취하는 데는 가장 효과적이다. 녹즙 150㎖에 케일은 170g(18~20장), 당근은 210g(3~4개)이나 들어 있다.
녹즙을 만들면서 채소를 분쇄할 때 섬유질이 잘게 부서져 그 안의 비타민, 미네랄 등이 빠져나오므로 많은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 소화 흡수율도 채소를 그냥 먹는 것보다 녹즙이 더 높다.
하지만 녹즙은 짜고 난 뒤 찌꺼기를 버리므로 변비 예방 등에 효과적인 불용성 식이섬유를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
녹즙 복용 시 주의할 점
녹즙은 우리 몸에 좋은 기운을 넣어 주는 효과는 있지만 간혹 위와 장의 상태에 따라 설사, 복통, 구토, 가스, 두드러기, 발열감, 소화불량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현재 지병이 있어서 약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더욱 복잡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므로 치료 중 녹즙을 섭취하는 경우에는 증상의 변화를 기록하고 추이를 살펴서 부작용과 호전 반응을 구분하여야 한다. 녹즙 복용 시 주의할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소화 기능이 떨어진 사람이 녹즙을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속이 거북해지고 설사가 유발될 수 있다.
둘째, 녹즙을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속이 메스껍거나 두통이나 구토가 유발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적은 양에서부터 점차 늘려가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좋다.
셋째, 농약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한 재료로 녹즙을 만들었을 때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간혹 발표되는 녹즙 유독설의 대부분은 아마 이러한 것이 근거가 되어 있을 것이다. 따라서 깨끗한 토양에서 농약을 쓰지 않고 재배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녹즙을 먹으면 방귀가 너무 잦게 배출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 증상은 장내 부패균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므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섯째, 취침 전 녹즙을 섭취하게 되면 녹즙 속의 식이섬유를 소화시키기 위해 장이 활발하게 운동하게 된다. 따라서 취침 전의 녹즙은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으므로 잠자리에 들기 한 시간 전에 섭취하는 것이 좋다.
녹즙을 먹으면 좋은 점
첫째, 녹즙 속에 함유된 풍부한 영양소들은 세포의 노화를 막아주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노화 방지에 좋다. 또한, 항산화 물질 중 하나인 베타카로틴이 함유되어 있어 암을 유발하는 세포를 억제해 준다.
둘째, 녹즙의 주재료 중 하나인 양배추에는 항산화 작용과 더불어 잠을 잘 자게 도와주는 멜라토닌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불면증 완화 또는 질 좋은 수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셋째, 식전에 식이섬유가 함유된 녹즙을 섭취하게 되면 중추신경이 자극되어 과식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장기적으로 실천할 경우 다이어트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넷째, 녹즙은 혈액 내에서 산성을 유발하는 요소들을 중화시켜주는 효과가 있어서 산성 체질을 알칼리성 체질로 개선해 주는 효과도 있다.
다섯째, 녹즙에 풍부한 비타민, 알칼로이드와 같은 성분들이 체내의 독소를 배출시켜주는 역할도 해준다.
여섯째, 녹즙에 함유된 비타민과 폴리페놀, SOD 효소 등은 만성화된 피로를 회복시켜 주는 데도 효과적이다.
이렇듯 다양한 효능이 있는 녹즙이지만 필요 이상으로 많이 마시는 것은 과유불급이다. 알칼로이드 때문에 독성이 나타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채소와 과일은 간 건강에도 필수다. 채소와 과일에 풍부하게 함유된 비타민 B·C·E가 간 효소의 기능을 돕고 항산화 작용을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녹즙으로 섭취할 경우 농도와 방법을 주의해야 한다. 간은 영양소를 저장하고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분해·합성하는데, 녹즙으로 한꺼번에 너무 많은 영양소를 섭취하면 간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처음 녹즙을 먹을 때는 농도가 옅은 것을 2~3일에 한 번씩 먹기 시작해 익숙해지면 매일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진목 병원장은 의학박사, 신경외과 전문의, 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 진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한민국 숨은 명의 50인에 등재되기도 했으며, (사)대한통합암학회 회장, 마르퀴스 후즈후 평생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주요 저서는 <통합암치료 로드맵><건강한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등 다수가 있다.
김진목 파인힐병원장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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