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간암 환자에게 면역 항암제를 투여하면 오히려 암세포가 급격히 악화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최근 차의과대학 분당차병원 전홍재·김찬 교수 연구팀이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연구팀과 공동으로 면역 항암 치료를 받은 간암 환자에게서 암의 급성 진행(hyperprogression)이 일어나는 현상을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차세대 암 치료법으로 주목받는 면역 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이용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치료제다.
10여년 전부터 암 치료에 본격 도입되기 시작해 현재 폐암, 간암, 신장암 등 15가지 이상의 암을 대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면역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종양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이고, 특히 치료 뒤 암의 진행이 억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속화되는 급성 진행 현상이 보고되기도 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간암에서 이 같은 급성 진행이 실제로 일어나는지, 만약 발생한다면 어떤 임상적인 특성을 갖는지 밝혀냈다.
면역항암제, 표적치료제,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 등 국내 간암 환자를 세 그룹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은 189명 중 24명(12.6%)에서 급성 진행 현상이 확인됐다.
표적치료제를 투여한 환자와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 그룹에서는 급성 진행이 나타나지 않았다.
급성 진행 환자는 치료 전보다 암 성장률과 암 성장 키네틱(운동) 모두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환자들은 치료 시작일로부터 사망일까지의 평균 기간이 59일에 불과할 정도로 나쁜 예후를 보였다.
연구팀은 일반 혈액 검사에서 이 같은 급성 진행 현상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표지를 찾아냈다.
혈액 검사에서 호중구 대 림프구 비율(NLR)이 높을수록 치료 반응률은 줄고 급성 진행 확률은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LR이 2 미만인 환자의 급성 진행률은 0%였지만, NLR이 6보다 커지면 급성 진행률이 46%로 급증했다.
전홍재 교수는 "최적의 간암 면역 항암 치료법을 찾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급성 진행 환자들의 혈액을 정밀하게 프로파일링해 면역 항암제 치료 내성과 관련한 인자를 규명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헤파톨로지(Journal of Hepatology)'에 게재됐다.
강찬우 기자 ehealth@e-health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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