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신촌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옵션 선택의 기준은 '에비던스'…면역항암제 진입 기대
넥사바 이어 스티바가도 Child-Pugh class B7 급여 필요
▲ 김도영 교수
[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어떤 질환에서 신약의 개발이 더딘 이유는 보통 둘 중 하나다. 해당 영역의 시장성이 떨어지거나 약의 개발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중 후자의 경우 신약이 출시되면 당연히 주목을 받는다. 간암(간세포암)은 그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간암 환자들에게 쓸 수 있는 치료제는 사실상 '넥사바(소라페닙)'이 유일했다.
그러나 지금, 전문의들의 기대감은 점점 상승하고 있다. 2차치료제로 '스티바가(라고라페닙)'가 진입했으며 넥사바와 동등한 1차치료 지위에도 '렌비마(렌바티닙)'라는 옵션이 추가됐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과 '아바스틴(베바시주맙)'이 병용요법이 승인되면서 면역항암제 옵션까지 추가됐다.
국내 상황 역시 진일보했다. 올 연초 넥사바의 보험급여 기준이 Child-Pugh class B7 환자, 즉 중증의 환자에 대한 처방이 가능해지면서 간암에서 약물치료 활용도가 더 높아지게 됐다.
데일리팜이 김도영 신촌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를 만나 옵션이 늘어난 간암 치료전략에 대해 들어 봤다.
-먼저 넥사바의 급여 확대, 의료진 입장에서 어떤 가치가 있는가?
Child-Pugh class B7은 일종의 '회색지대'였다. 간 기능이 비교적 정상에 가까우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복수가 차거나 황달이 오르기도 하는, 이른바 '중간지대'에 있는 환자라서 치료를 선택하기가 어렵다.
이 환자들은 간 독성이 없이 치료하는 게 중요한데, 여러 데이터에서도 확인됐듯이 넥사바는 간 독성이 덜한 편이다. 말그대로 손을 못 대고 있던 간암 환자들을 넥사바로 치료해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Child-Pugh class B7 환자에서 넥사바를 처방할 때 용량 조절이나 투약 중단 등 처방 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나?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은 없다. 전 세계 3000여명의 환자가 등록된 넥사바의 실제 진료 환경 데이터(Real-Word data)인 GIDEON 연구에서도 간 독성에서 Child-Pugh class B7과 Child-Pugh class A 환자 간에 차이가 거의 없었다.
Child-Pugh class A6 또는 Child-Pugh class B7와 관계 없이 정상 용량을 쓰고 이상반응이 생기면 용량을 줄여가면 된다. 미리부터 용량을 조절할 필요는 없다.
-넥사바 급여 확대, 그리고 여러 전신 항암 치료옵션이 많아지면서 경동맥화학색전술(TACE)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다. TACE 횟수 및 중단 시점에 대해 의료진 간 컨센서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일 듯 하다.
넥사바의 급여 확대에 따라, TACE를 반복적으로 진행하다가 Child-Pugh class 점수가 나빠지면 그 때 넥사바를 써도 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넥사바 투약 시점이 늦어지고, Child-Pugh class에 따른 간 기능이 나빠질수록 생존율은 더 나빠지게 된다.
사실 TACE 실패 또는 불응인 환자에서 전신 항암 요법을 어느 시점에 사용하느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은 약 10년이 넘었다. 의료진 간의 컨센서스가 문헌 상으로 기록된 것도 있지만, 실질적인 진료 환경에서 이를 받아들이고 적용하는 데에는 차이가 있다.
TACE를 많이 하다 보면 TACE를 계속 이어갈 만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가 눈에 보인다. 많은 의료진들이 잘 알 것이다. TACE가 잘 듣는 환자인지 아닌지를 잘 구분해서 계속 진행할지, 아니면 빠르게 다른 치료로 전환할 것인지를 잘 구분해야 한다.
이런 구분과 관계 없이, TACE 이후 빠르게 전신 항암 치료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는 취지의 논의도 있었으나 생존율 연장 측면에서 아직 근거가 충분치 않다.
-어떤 측면에서는 TACE에서 전신 항암 치료로 조속하게 전환하자는 논의에 대해 우려되는 지점이 있었다는 의미인가?
과거 간암 전신 항암 치료 분야에 넥사바 밖에 없던 시절에는 TACE에서 전신 항암 치료로 전환하는 것을 '마지막 치료 방법'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치료법의 빠른 전환이 쉽지 않았고 우려되는 측면이었다.
그런데 이제 간 기능이 보다 좋은 상태에서 넥사바를 처방하고 있고 후속 약물인 스티바가도 상용화면서 전신 항암 치료가 '마지막 치료'를 뜻하는 게 아니라는 공감대가 생긴 것이다.
-현재 넥사바만이 Child-Pugh class B7 환자에서 급여 적용이 되는 전신 항암 치료제이기 때문에 이 환자들은 넥사바 이후 사용할 수 있는 급여권 후속약물이 없다.
최근 1000명의 절제 불가능한 간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스티바가의 글로벌 리얼월드 연구 REFINE에 Child-Pugh class B 환자가 다수 포함이 됐고 상태가 더 좋지 않은 환자가 많이 포함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티바가의 글로벌 3상인 RESORCE 연구보다 좋은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
이같은 데이터를 봐서는 넥사바 이후 안정적인 후속 치료를 위해서 스티바가도 Child-Pugh class B7 환자에 대해 급여를 확대해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 넥사바와 TACE를 병용하는 연구도 있었는데, 이 옵션에 대한 의견은?
그 부분은 아직 답이 안 나왔다. 바이엘(넥사바 개발 제약사)에서 주도해 진행된 SPACE 연구가 실패하는 바람에 급여가 인정되지 못했다.
일단, 근거가 명확치 않다. 또한 TACE 부작용에 넥사바 이상반응까지 더해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전성 프로파일 측면에서도 개인적으로는 TACE와 넥사바 병용요법을 찬성하지 않는다. 과학적 근거 마련이 중요하다.
-최근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미국에서 승인됐다. 이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정도인가?
앞으로 넥사바의 경쟁자는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전에 간세포암 분야에서 '옵디보(니볼루맙)'에 대한 기대감이 굉장히 컸다. 임상에서 완전관해(CR)에 도달한 환자가 2명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진료 현장에서 옵디보를 사용해보니 반응률도 기대만큼 좋지는 않았다.
그런데 티쎈트릭 병용요법은 넥사바 대비 개선된 결과를 보였고 그 결과만을 놓고 보면 '좋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다만 통제되지 않은 실제 진료 환경에서도 좋은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지 더 봐야 한다. 주사제인 만큼 환자가 잦은 통원 치료를 해야 한다는 점도 있다. 또 아직 가장 큰 허들인 비용 문제가 남아 있다.
어윤호 기자 (unkindfish@dailypha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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