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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확률 그리고 희망

암사랑 2020. 9. 1. 18:03

수치, 확률 그리고 희망           

 

1기, 2기, 3기, 4기라는 명확한 구분과 그에 따라 두부 자르듯 나뉘는 완치율. 암환자들은 이 기수와 완치율에 따라 자신의 남은 생명을 저울질한다. 통계적인 확률과 수치에 많은 환자와 가족들이 때론 희망의 끈을 움켜쥐기도, 때론 좌절이라는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기도 한다.

수치에 대한 두려움은 비단 기수나 완치율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일단 암에 걸리고 나면 무수한 수치로부터 헤어나질 못한다. 의사나 간호사의 입에서 숫자만 나오면 암 환자의 긴장은 극에 달한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으니 그저 수치상의 변화에 따라 하루에도 열두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린다.

        

그러나 마음을 가라앉히고 한번 생각해 보자. 1기 환자는 열에 아홉이 살고, 4기인 말기 암환자는 그저 죽을 날만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한다면 의학적으로 예외라고 하는 나 같은 사람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지난 1998년 간에서 14cm의 종괴가 발견됐을 때 수술로 암 덩어리를 잘라냈지만 불과 두 달 만에 폐로 전이되고 말았다. 기수로 따지자면 4기, 생존율은 5% 이내에 지나지 않았다. 실력으로 따지자면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내 동료, 선후배들조차 4기 암에 걸린 나를 보고 죽음을 예견했었다. 아마도 내가 지금처럼 멀쩡히 살아서 건강하게 지낼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동료들이 예견했던 죽음을 딛고 멀쩡히 살아남았다.

의사였던 내가 스스로 환자 입장이 되어보고 나서야 나는 그런 예측과 눈에 보이는 수치들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깨닫게 됐다. 암에 걸린 당사자 입장에서 볼 때 내가 그 생존율 5% 안에 들어가 완치될 수 있는 확률은 반반이다. 결국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암에 대한 여러가지 자료와 검사 수치들은 지금까지의 결과론적인 통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 통계가 어떤 개인의 경우를 저울질 하는 잣대가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어떠한 암이라도 생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경우는 없다. 길어야 3개월이라고 의사로부터 말을 들어도 6개월, 아니 그 이상 몇 년씩 사는 경우도 허다하고, 평균 생존율이 6개월이라고 해서 딱 6개월 뒤에 죽는 것도 아니다. 통계는 통계일 뿐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은 진리다.

설사 생존율이 낮고 검사 수치가 나쁘다고 해서 절망해서는 안된다. 그럴수록 ‘내가 이 통계의 긍정적인 수치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차라리 통계 자료를 희망의 증거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암환자들은 누가 어떤 자료를 제시하더라도 ‘나는 단 1%의 생존자로 남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다른 사람이 다 죽더라도 나는 낫는다는 절대적인 확신이 암을 극복하게 하는 가장 큰 힘이다. 아울러 통계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이 취한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하고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통계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수치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때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 희망과 의지, 그리고 암을 돌려보낼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 : 오래 전에 메모해 놨다가 꺼내서 읽어보니 희망이 되고 감동이 가는 글이라 다시올려 드리니 똑 같은 경우가 되시길 바랍니다.

원글에 나온 당사자가 누구신지도 모르고 출처도 모르지만 글 내용이 저의 경우나 비슷한 글이라 그냥 올렸지만 많은 분들이 나도 꼭 그렇게 되겠다는 각오로 임해서 건강되찾아 행복만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유익현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