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간암 표지자 ‘AFP-L3’ 분석 기술 개발…기존보다 정확도 30%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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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의공학교실 김영수 교수, 내과학교실 윤정환 교수 |
간암 조기 진단과 생존율 향상 기여 전망
한국 40~50대 남성들을 특히 위협하는 간암의 조기 진단과 생존율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간암의 새로운 진단방법이 개발됐다.
이 기술은 기존의 진단방법인 간암 표지자 ‘AFP-L3’의 측정 정확도를 30% 이상 향상시킨 혁신적인 방법으로, 한국인 중·장년 남성들에게 빈발하는 간암의 조기 진단과 생존율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간암은 다른 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치율이 낮아 조기발견과 조기치료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간암 사망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5년 상대생존율도 평균 30% 내외에 그쳐, 여전히 다른 암에 비해 현저히 낮다.
뿐만 아니라 간암 환자의 약 40%는 여전히 치료가 어려운 중간 병기 이상의 상태에서 발견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현재로선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 만성 간염을 앓았거나 간경변이 있는 간암 고위험군은 간암표지자 검사를 통해 조기에 암을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다.
서울의대 의공학교실 김영수, 내과학교실 윤정환 교수팀은 최근 간암 발병 가능성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혈액 내 간암 표지자의 새로운 분석 기술을 개발, 관련 학계에 보고했다. 이 연구결과는 임상화학 분야 전문학술지인 ‘미국임상화학회 임상화학(Clinical Chemistry)’ 7월호에도 게재됐다.
‘AFP-L3’는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한 간암 표지자로 그동안 ‘항원항체 반응 및 액상결합분석’을 이용하는 일본 와코(WAKO)사의 ‘μTAS’란 장비에 의해 독점적으로 분석되고 있다.
항원항체 반응과 액상결합분석이란 우리 인체에 존재하지 않은 거대 분자(일례로 외부 단백질 등)가 인체에 침입하면 면역계는 면역글로불린과 같은 항체를 생성한다. 침입한 항체와 면역글로불린 결합은 매우 선택적이고 높은 친화력으로 결합해 인체를 방어한다. 현재 조기진단 종양표지자 검사는 이처럼 암 세포가 분비한 단백질(항원)과 항체의 반응으로 농도를 측정한다.
반면, 이번에 연구팀이 새로 개발한 ‘질량분석기 다중반응검지법’은 질량분석기에 의해 표지자의 고유 질량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 기술은 표지자의 종류에 따라 새로운 항체 분석법을 개발해야하고, 각 실험실의 분석 오차가 존재하는 기존의 항원항체 반응과 액상결합분석방식에 비해, 한 번에 여러 표지자를 분석할 수 있고 또 검사의 정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다중반응검지법의 원리는 단백질 표지자가 가지는 고유의 ‘질량지문’(전하 대 질량 값)을 이용하는 것이다. 단백질 표지자를 화학 처리해 단편 조각으로 만들면 질량지문을 얻을 수 있는데 이 질량지문을 질량분석기로 비교 분석하면 표지자의 농도를 쉽게 측정할 수 있다.
다중반응검지법은 여러 질량지문을 동시에 감지하기 때문에 1회 분석으로 AFP-L3 외에 다른 암 표지자도 함께 분석할 수 있다. 즉 한 번의 피검사로 여러 암의 발병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서울대병원에서 수집한 총 400례의 간암, 간경화, 간염 혈액 시료를 대상으로, 기존 검사법과 새롭게 개발된 분석 기술과의 정확도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질량분석기 다중반응검지법은 μTAS보다 민감도가 높아, 결과적으로 30% 이상 많은 환자에서 정확한 간암 진단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AFP-L3 검사는 이미 임상적으로 증명된 간암 표지자 검사이기 때문에 이번에 개발된 기술이 앞으로 모든 진단검사실에서 임상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현재 2편의 국내 특허와 1편의 미국 특허가 등록됐으며, 유럽 특허 출원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영수 교수는 “새 분석 기술을 이용하면 한 번의 분석으로 간암 표지자를 비롯해 동시에 300개 이상의 암 표지자를 측정할 수 있다”며 “이 기술을 활용하면 간암뿐만 아니라 다른 암의 조기발견과 조기치료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천 의학전문기자 ysc30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