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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명의' 분당서울대병원 한호성 교수가 알려주는 '한국인 간암의 특징과 치료'

암사랑 2020. 3. 10. 10:01

 

'간암 명의' 분당서울대병원 한호성 교수가 알려주는 '한국인 간암의 특징과 치료'

 


 

취재 김진구 헬스조선 기자 ㅣ사진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한국의 간암 수술 실력은 세계적 수준…믿고 받으셔도 됩니다

음과 피로에 시달리는 한국인에게 간암은 가장 큰 공포다. 한국의 간암 사망률은 OECD국가 중 가장 높다. 최신 암등록 통계(2015년 기준)에서 간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1만1311명으로, 폐암(1만7399명)에 이어 암 사망자 수 2위를 기록했다. 유병률 역시 전체 암 가운데 5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되기 전까지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한국인의 간암의 특징은 무엇일까. 국내 간암 명의인 분당서울대병원 한호성 교수를 만났다.

  Q. 한국의 간암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28.4명으로 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A.
한국에 B형 간염 환자가 많다는 점과 관련이 깊습니다. B형 간염이 진행되면 간염에서 끝나지 않고 만성 간염, 간경화, 간암의 코스로 이어집니다. B형 간염 예방접종이 시작됐지만, 중장년 중에는 여전히 B형 간염 보균자가 많은 편입니다. 백신은 새로운 감염을 막는 데 효과가 있지만, 기존에 있던 감염을 없애거나 줄이지는 못합니다.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외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Q. 그렇다면 외국의 간암은 어떤 특징이 있나요?

  A.
일본은 C형 간염에 의한 간암이 많습니다. 일본 역시 예전에는 B형 간염에 의한 간암이 많았지만, 점차 줄어들면서 C형 간염에 의한 간암의 비율이 높아진 것이죠. 반면, 미국의 경우 알코올성 간염에 의한 간암이 많습니다.

  Q. 간암의 입구와도 같은 간염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말씀하신 B형 간염, C형 간염, 알코올과 함께 비만도 주요 원인 중 하나죠. 특별히 더 예후가 나쁜 원인이 있을까요?

  A.
사실 어느 것이 더 위험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암이라는 자체로 위험하기 때문이죠. 다만, 일반적으로는 C형 간염에 의한 간암이 예후가 가장 안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행 속도가 빠르고 치료성적이 나쁘죠. 그다음이 B형 간염에 의한 간암이라고 봅니다. 알코올이나 비만은 그 자체로도 위험하지만, 간염이 있을 때 위험을 더 높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Q. 흔히 간을 침묵의 장기라고 합니다. 간암의 증상은 무엇인가요? 혹은 간암 고위험군은 어떻게 분류되나요?

  A.
초기·중기까지는 대부분 증상이 없습니다. 그래서 고위험군은 6개월에 한 번씩 초음파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B형 간염, C형 간염 보균자거나 알코올성 간염을 진단받은 사람, 간경화 환자 등입니다.

  Q. 최근에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즉 비만에 의한 지방간 환자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간염이나 술에 의한 간염과 비교하면 얼마나 위험할까요?

  A.
비만 때문에 간암이 생기는 사람은 아직 많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간암이 생기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더 두고 봐야 합니다. 고도비만이 간암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고도비만 환자는 젊은 층에서 이제 막 늘어나기 시작한 상황입니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Q. 간은 몸에서 담도·췌장과 가까이 있습니다. 간암이 쉽게 전이되는 곳이 있나요?

  A.
간암이 주로 전이되는 곳은 폐와 뼈, 뇌입니다. 가장 많이 전이되는 곳은 폐라고 봅니다. 가까이 있는 담도·췌장에는 잘 전이되지 않는 편이죠. 이는 혈액의 흐름과 관련이 있습니다. 간은 심장에서 나온 혈액이 가장 마지막에 도달하는 곳입니다. 장과 췌장을 거친 혈액이 모여서 간으로 올라갑니다. 암세포 역시 혈액을 따라 옮겨가는 편입니다. 거꾸로 역류하는 경우는 거의 없죠.

  Q. 한국의 간암 치료 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유가 있나요?

  A.
성적이 좋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적극적으로 치료하기 때문이죠. 간암은 수술법이 많습니다. 간 절제술, 색전술, 이식술 등이죠. 미국 등의 간암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사실 간암 수술 전에 ‘넥사바’라는 간암 치료제를 쓰도록 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가이드라인이 너무 엄격하다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절제술, 색전술, 이식, 고주파시술 등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마지막에 간암 치료제를 사용합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수술을 많이하다보니 그만큼 수술 실력 자체도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같은 간 절제술이라도 한국에선 개복을 하지 않고, 복강경을 이용해 최소침습적으로 합니다. 후유증이 적고, 회복기간이 짧죠. 색전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색전술이란, 서혜부(사타구니)로 들어간 가느다란 관을 암 조직 근처에 대고 암으로 향하는 혈관을 막고 동시에 항암제를 뿌려주는 시술입니다. 외국에선 조금 먼 곳에서 항암제를 뿌리는 반면, 한국은 더 깊숙한 곳에서 암 조직마다 항암제를 뿌립니다. 당연히 효과가 더 좋죠.

  Q. 미국에서는 면역항암제가 간암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습니다. 효과가 있다고 보시나요?

  A.
면역항암제는 의료계의 화두입니다. 한 가지 알아둬야 하는 게 있습니다. 면역항암제는 모든 환자에게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모든 환자에게 잘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면역항암제는 잘 듣는 환자에게는 효과가 드라마틱하지만, 잘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는 거의 효과가 없습니다. 잘 듣는다고 하면 한 번 시도해볼 수는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다른 치료법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아직 간암에 면역항암제를 쓰도록 허가가 나지 않은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