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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환자 2차 치료제 접근성 높여야 [의술 인술]

암사랑 2020. 2. 25. 09:32

간암 환자 2차 치료제 접근성 높여야 [의술 인술]


매년 2월2일은 ‘간암의날’이다. 1년에 2번, 2가지 검진(간초음파검사, 혈청알파태아단백검사)으로 간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 대한간암학회가 2017년 제정했다. 국내 간암 예방이 중요한 이유는 첫째 한국에서 유독 발생률이 높기 때문이고, 둘째 우리 사회의 주요 생산활동층이자 집안의 가장이기도 한 40~50대 남성의 암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최신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간암의 5년 생존율은 35.6%로 2000년대 초반 20%선에 비해 많이 향상됐다. 아직 전체 평균 암생존율인 70%에 비하면 절반 정도의 수준이지만, 최근 2~3년 내 여러 개의 신약이 쏟아져 나오며 간암 생존율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간암 생존율이 처음 높아진 것은 약 13년 전이다. 당시 진행성 간암에서 1차 치료옵션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약으로 넥사바가 등장한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넥사바는 간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3개월 정도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다.

간암 환자의 생존율이 크게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몇 년 되지 않았다. 약 3년 전 넥사바 치료 실패 후 사용할 수 있는 2차 치료제인 스티바가가 등장했고, 2018년에는 약 10년 만에 처음으로 넥사바와 유사한 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보인 새로운 1차 치료제 렌비마가 등장했다. 렌비마는 암이 진행되지 않는 상태인 ‘무진행 생존기간’ 등 일부 지표에서는 넥사바 대비 2배 이상의 개선을 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카보메틱스, 옵디보 등 새로운 2차 치료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오고 있으며, 지금 연구 중인 새로운 치료제들도 있어 간암의 생존율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하다. 1차, 2차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제의 수는 다양해졌으나 최신 1차 치료제인 렌비마를 사용한 환자들이 쓸 수 있는 2차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은 제한되어 있다. 다른 1차 치료제는 치료에 실패하더라도 국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2차 치료제가 있지만 렌비마를 선택한 환자들은 자기 비용 부담이 가능한 일부 환자만 치료 지속이 가능하다.

간암에서 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데이터가 최근 발표됐다. 진행성 간암에서 1차 치료를 받은 후 2차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추적 분석했더니, 2차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보다 생존기간이 대체적으로 높았던 것이다. 특히 렌비마 1차 치료 후 다른 약제로 항암치료를 지속할 때의 생존기간은 20.8개월로 늘어났고, 렌비마 1차 치료에서 좋은 반응을 보인 환자의 경우 생존기간이 최대 26개월까지 연장됐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연구 데이터를 근거로 렌비마 치료 이후 질병 진행 시 넥사바 투여를 권고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연구의 1차에서 렌비마 치료를 받은 환자 중 70% 이상이 2차에서 넥사바를 투여받았기 때문이다.

환자가 신약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보다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간암은 치료 예후(치료 경과 및 결과)가 좋지 않고 사회경제적 부담도 큰 질환이다. 좋은 치료제를 선택해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상에서 신약의 효과를 경험한 전문의들의 의견과 새로 발표된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신속하게 열어주기를 바란다.

김도영 |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