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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염·지방간 잡으면 간암 없다

암사랑 2019. 4. 5. 09:34

간염·지방간 잡으면 간암 없다

중앙선데이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회사원 김모(45)씨는 지난 3개월간 평상시에 비해 유달리 피곤함을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20대에 B형 간염 보유자라고 들었지만 바쁘고 일상생활에 별 불편함이 없어 정기적인 진료를 받지 않고 지내 오던 중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피로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명치 부위에 묵직한 불편감과 함께 체중도 줄기 시작하자 병원을 찾았다. 복부초음파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어 정밀검사를 진행한 결과 진행성 간암으로 진단받고 망연자실한 상태이다.

만성 간질환이 간암으로 악화돼
자각 증상 땐 한참 진행된 상태
금주와 적정 체중 유지로 예방
조기 진단하면 5년 생존율 90%

자영업을 하는 이모(52)씨는 평소에 건강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특히 어머니와 형을 모두 간암으로 잃은 후에는 아내와 자식을 위해서라도 관리를 잘 해야겠다는 의지가 더욱 강해졌다. 자신과 같은 B형 간염 보유자를 대상으로 1년에 두 번씩 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간암 검진을 빠짐없이 꼬박꼬박 받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항바이러스제도 복용하기 시작했다. 평생토록 날마다 약을 챙겨 먹어야 한다는 사실에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지만 이제는 습관이 되어 그다지 번거롭지 않게 느껴진다.

자료: 통계청

자료: 통계청

한국에서 간암은 폐암에 이어 암사망률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40~50대 연령층에서는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다른 암에 비해 간암은 기존에 질병이 있던 간에서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다. 간암 환자들을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이 만성 간질환을 앓고 있는데, 가장 빈도가 높은 만성 간질환은 B형 간염이고, 그 다음으로 C형 간염, 알코올성 간경변증,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등의 순이다.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만성 간질환을 예방하거나 잘 관리하면 간암 발생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만성 간질환의 유무를 스스로가 자각하고 있어야 한다.

어떠한 질환에서도 예방이 최선의 방책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만성 간질환은 특별한 증상이 없다는 데에 있다. 증상이란 내 신체에 이상이 생겼을 때 경험하게 되는 평상시와 다른 느낌을 일컫는데, 간은 감각이 무딘 장기여서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일단 자각 증상이 발생한 시점에는 이미 병은 한참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간질환은 증상이 없을 때 미리미리 점검을 해야 한다.

다행히 간질환은 비교적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이 개발되어 있다. 간암의 주요 원인이 되는 B형 간염과 C형 간염은 혈액검사로 손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또한 B형 간염은 모체·태아 간의 수직 감염이 주된 감염 경로인 만큼 외가 쪽으로 간염, 혹은 간암 병력이 있는 사람들은 특히 B형 간염의 이환 여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일단 B형 간염, 혹은 C형 간염이 확인되면 적절한 항바이러스 치료로 간암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 특히 C형 간염은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3~6개월 간의 단기간 약물 복용으로 90% 이상에서 바이러스를 완전히 박멸할 수 있게 되었다. 진행된 간섬유화나 간경변증으로 악화되기 전에 C형 간염 바이러스를 박멸하게 되면 간암의 발생 위험은 거의 없어지게 된다. B형 간염은 아직까지 바이러스를 완전히 박멸할 수 있는 약제는 없지만, 장기간 B형 간염 바이러스의 활동을 억제함으로써 간암 발생을 상당히 낮출 수 있다. 또 다른 간암의 위험 요소인 알코올성 간경변증과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의 경우는 금주, 적정 체중 유지 등을 통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

예방이 불가능하다면 다음으로는 조기 진단 전략이다. 간암 역시 초기에는 무증상이기 때문에 일단 B형 간염, C형 간염, 혹은 간경변증 등 만성 간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증상이 없을 때부터 주기적으로 간암의 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간초음파와 알파태아단백이라는 혈액 내 종양표지자 검사를 적어도 6개월 간격으로 반복 시행하는 것이 권고되는데, 이 간격이 6개월 이상으로 길어지게 되면 조기에 간암이 진단되지 못하는 비율이 높아진다. 이제 간암을 조기에 진단받는 경우 5년 생존율은 90%에 육박하고 있다. 따라서 완치할 수 없는 만성 간질환을 이미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정기적인 선별검사를 통해 조기에 간암을 진단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미 간암을 진단받았다면 다음으로는 병기에 맞는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우리 신체에서 간이라는 장기의 중요성을 다시금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때가 바로 간암 치료법을 선택할 때이다. 해당 장기의 전절제술이 가능한 위나 대장 등과 달리, 간은 아무리 건강하고 재생력이 왕성하다 하더라도 적어도 30% 이상의 정상 간이 남아 있어야만 생명의 영위가 가능하다. 더구나 간암이 만성 간질환이 있는 간에서 발생하는 질병임을 감안한다면 간암 환자에서 수술적 절제가 가능한 경우와 그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암이 발생하지 않은 부분의 간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간암을 치료하는 방법들이 다양하게 발전해 왔다. 여기에는 간 부분 절제술, 국소 종양 소작술(고주파 열치료, 냉동치료, 알코올 주입 치료 등), 간동맥 화학 색전술, 방사선 치료(체부정위 방사선 치료, 양성자 치료, 중성자 치료, 중입자 치료), 표적 치료, 면역 치료 등이 있다. 하지만 이미 발생한 간암을 잘 치료하더라도 남은 간이 여전히 만성 간질환을 앓고 있다면 언젠가 또 새로운 간암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간기능에 구애받지 않고 간암과 동시에 만성 간질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간이식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곽금연
삼성서울병원 간암센터 소화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