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10년만에 간암에 새 `1차 치료제`가 등장했다.
간암은 지금껏 다양한 2차 치료제의 출시가 주목받아왔을 뿐, 1차 치료제는 오직 바이엘의 `넥사바(소라페닙)`의 입지가 굳건했다.
그런데 에자이의 `렌비마(렌바티닙)`가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으면서, 이제는 간암 약물치료에서 어떤 약을 처음으로 선택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의사들도 의견이 분분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넥사바는 10년이 넘게 간암의 1차 약물로 자리잡아왔고, 그만큼 안전성과 실제 임상에서의 데이터가 쌓여있다.
게다가 바이엘은 넥사바 이후 사용할 수 있는 약물로 2차 치료제 '스티바가(레고라페닙)'까지 내놓은 상황이다.
비슷한 기전인 넥사바와 스티바가는 부작용도 비슷하다. 이에 넥사바 치료 이후의 환자들의 경우 스티바가를 사용하면 보다 안전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일각의 의견이다.
반면 렌비마는 넥사바 치료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을 긁어줄 수 있다. 바로 `반응률`이다.
넥사바는 3상 임상연구를 통해 3개월 정도의 생존기간 연장을 보였으나, 반응률은 10% 대로 실제 임상에서는 의사들의 기대에 충분히 도달하지 못했다.
더 강력한 항암효과를 가진 간암 치료법이 요구됐던 이유는 이 때문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김지훈 교수는 "치료제가 많을수록 임상의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간암의 심각성 및 적절한 치료제가 부족했던 임상 상황을 고려하면, 렌비마라는 새 치료옵션의 등장은 상당히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REFLECT 연구를 통해 렌비마는 넥사바 대비 OS 비열등성, PFS 및 ORR 개선을 확인했다.
렌비마의 반응률은 무려 41% 대다. `높은 반응률`은 약물의 임상시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높은 반응률을 가진 약물은 치료에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치료동기 및 환자의 순응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렌비마의 반응률은 지금까지 연구됐던 간암 표적치료제 중에서 가장 높은 치료 성적으로, 넥사바와 직접 비교임상을 통해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는다.
또 렌비마의 REFLECT 연구에서 렌비마 치료 환자 그룹의 전체 생존기간 중간값은 13.6개월, 소라페닙 치료 환자 그룹은 12.3개월을 나타냈다. PFS 중간값은 렌비마가 7.3개월을 기록했으나, 소라페닙은 3.6개월에 그쳤다.
무엇보다 REFLECT 연구에는 B형 간염에서 기인한 간암 환자의 참여 비중이 높다(50%, n=479명). 국내 간암의 주요 원인으로는 B형 간염 바이러스가 꼽히는데, 이들에게 우수한 치료효과를 보인다는 측면에서 렌비마의 임상적 유효성이 기대된다.
김지훈 교수는 "그동안 국내 간암 치료에서 겪은 어려움에 비춰보면, 새 치료옵션이 국내 환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잘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지금부터 살펴야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렌비마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1차 치료제로 사용 이후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넥사바는 치료 이후 스티바가를 사용하면 된다는 대안이 있으나, 렌비마에 실패한 환자에 대한 치료법은 확립돼 있지 않다. 이는 간세포성암 환자에게 사용 가능한 효과적인 치료옵션이 긴 시간 동안 부재했던 탓이기도 하다.
이러한 신중한 접근으로 인해 국내 `대한간암학회-국립암센터 2018 간세포암종 진료 가이드라인`에서 렌비마는 넥사바보다 덜 권고된 A2 등급을 받았다. 다만 미국 AASLD, 유럽 EASL 등 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간세포성암 1차 치료에 렌비마를 넥사바와 동일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다.
해외에서 렌비마 이후의 '대안'은 2차 치료제로 새롭게 허가받은 약들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1차 치료로 렌비마를 쓸 경우 후속 치료로 소라페닙, 라고라페닙, 카보잔티닙 모두를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물론 각 치료제는 사용하는데 있어 `부작용` 관리가 중요한 과제였다. 임상데이터상 넥사바는 '수족피부반응'에 대한 부작용이 많이 주목받는 편이고 렌비마는 '고혈압'이 주된 이상반응으로 집계됐다.
의사들은 치료 초기에 나타나는 이상반응은 약물을 중단하거나 용량을 변경해 관리할 경우 환자의 치료를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부분 예측 및 조절 가능하며, 용량 감량이나, 고혈압 치료제 병용투여 등을 통해 의료진이 충분히 대처가 가능하다고 정리했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는 넥사바는 오랜 안전성 데이터와 스티바가라는 확실한 대안을 갖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반대로 렌비마는 높은 반응률과 넥사바 대비 긴 PFS를 증명했다. 대안은 없지만 말이다.
의사들도 어떤 약을 1차로 선택해야할지에 대해서는 정답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생존율 개선을 위해 반응률이 높은 약제를 먼저 사용하는 것이 암치료에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이는 렌비마에겐 기회다.
2세대, 3세대 치료제가 1차 치료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의 대안이 될 수도 있지만, 2, 3차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태의 환자들에게는 1차 치료 자체가 중요한 출발이 된다. 재발이 잦은 간암이라면 더욱 그렇다. 치료반응이 좋다면 앞으로의 치료 예후 및 다른 치료법으로 전환 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 의료계의 의견.
아울러 표적치료제들의 가장 큰 단점인 '내성'을 피할 수 없다면, 최대한 내성이 늦게 발현되면서 오래 무진행생존기간을 지속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S대학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첫 치료제가 앞으로의 치료 방향을 결정 짓는다. 첫 치료제에서 반응이 좋으면 그 다음 치료에서도 높은 반응을 보인다. 반대로 첫 치료제에서 반응이 나쁘다면, 후발 치료에서도 높은 반응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