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제약사에 고개숙인 건강보험..간암치료제 '리피오돌' 1회분 5만원서 19만원으로 인상
허지윤 기자 입력
국내 간암 환자들의 필수 치료제인 ‘리피오돌’ 약가와 공급을 둘러싼 논란이 정부의 가격 상향 조정 합의로 일단락됐다.
2일 보건복지부는 제13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리피오돌 울트라액(이하 리피오돌) 상한금액 조정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리피오돌 가격은 현행 5만2560원에서 약 3.6배인 19만원으로 조정된다. 암환자 본인부담금(5% 기준)은 2628원에서 9500원이 된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관계자는 “건정심 의결 후 8월 중에 개정 고시한 뒤 통상 2주 정도의 기간을 거쳐 조정된 약가가 적용된다”며 “이에 따라 9월부터 실제 약가가 19만원이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리피오돌은 간(肝)으로 가는 혈관을 막아 항암제가 암세포에 붙어있는 시간이 길도록 하는 치료법인 ‘경동맥화학색전술(TACE)’과 침샘조영술에 쓰는 전문의약품으로, 프랑스계 글로벌 제약사 게르베코리아가 독점하고 있는 치료제다.
하지만 이 회사가 최근 리피오돌의 해외 수요 증가와 이에 따른 원료 수급 부족, 손실 누적 등을 이유로 보건당국(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약가 인상 조정을 요구하면서 리피오돌을 둘러싼 논란이 불겨졌다. 국내 도입 당시 1998년 앰플 당 8470원이었으나 2012년 5만2560원으로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게르베코리아 측은 “5만2560원으로 책정된 리피오돌의 국내 공급가가 지나치게 낮아 손실이 누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약가를 약 26만원으로 올려주지 않으면 한국에서 철수하겠다”는 입장까지 보였다.
더구나 중국 당국이 리피오돌 가격을 약 30만원선으로 인상해주면서 중국 시장으로 물량 공급이 크게 몰렸고, 리피오돌 국내 공급량을 대폭 줄이면서 국내 대형 병원에서 리피오돌 품귀 현상이 생기기도 했다.
작년 기준 리피오돌 약제를 쓴 환자는 약 1만6000명이다. 환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보건당국과 글로벌 제약사 간의 약가 조율이 시작됐다. 그 사이 해당 제약사를 향한 비판 여론이 잇따랐다.
환자단체연합회는 "간암 환자들을 볼모로 약값을 5배 인상해 달라, 공급 중단하겠다는 식으로 심평원과 복지부를 압박하는 행태는 제약사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비인도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다국적 제약사의 무리한 가격협상 요구를 비판하고 정부 간 공동대응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압박 분위기가 형성됐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약가를 인상해준 점 등을 고려해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기업의 요구를 마냥 비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 리피오돌의 연매출이 6억~7억원에 불과해 제약사들이 생산성이 낮다고 판단, 제네릭(복제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후 이번 건정심을 통해 리피오돌의 약가를 19만원 선으로 인상하는 안이 최종 의결된 것이다. 이번 결과는 게르베 측이 당초 요구한 ‘5배 인상’에 비하면 낮은 폭의 인상으로, 리피오돌 공급 중단 우려가 해소됐다고 볼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당 약제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약제의 공급의무를 부과하고, 환자 보호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으로도 독점의약품의 공급 중단 및 약가 인상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이번 리피오돌 사태에서 보듯, 독점의약품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의 가격 및 공급 조정 요구 앞에서 정부는 사실상 인상 폭을 좀 깎는 식의 방법 외에는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이러한 독점의약품, 독점 의료기술에 대해서는 언제든 이같은 일이 생길 수 있다”며 “필수의약품이나 공중보건위기대응 의약품의 수급 불안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공공제약사’를 설립하고 의약품 기술 개발을 독려하는 등 독점 의약품, 의료기술 등의 가격 조정에 대한 제도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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