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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억대 만성B형간염 치료제 시장 ‘격전' 예고

암사랑 2017. 11. 27. 11:03
3000억대 만성B형간염 치료제 시장 ‘격전' 예고
길리어드·BMS·일동제약 등 제네릭 수십종 출시

3000억원 규모의 국내 만성 B형간염 치료제 시장에서 올 가을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치열한 영업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쟁의 발화점은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의약품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길리어드의 만성 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의 물질특허 만료에 있다.

11월 9일로 예정된 비리어드 물질특허 만료에 따라 수십종의 제네릭이 출시를 대기하고 있다. 길리어드 또한 비리어드의 전구약물인 ‘베믈리디’로 시장 방어에 나선다.

의약품 처방액 순위에서 3위로 내려오긴 했지만 BMS의 바라크루드 또한 연간 700억원에 달하는 처방액을 지켜내고 있다. 일동제약은 만성 B형간염 치료제 신약 ‘베시보’를 통해 이 시장에 진출한다.

11월이면 모든 제품이 출시를 마치고 본격적인 영업전에 돌입한다. 시장규모가 큰 만큼 각 제약사는 초기 시장 점유율을 잡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월 시장 진입한 염변경 제네릭
전쟁은 10월부터 시작됐다. 비리어드의 염변경 개량신약들이 10월 초 보험약가를 받아 시장에서 처방됐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6개 비리어드 염변경 개량신약에 대한 우선판매권을 허가했다.

대웅제약, 동국제약, 동아ST, 보령제약, 삼일제약, 삼진제약, 삼천당제약, 종근당, 한미약품, 한화제약 등 10개 제약사가 2017년 8월26일부터 2018년 5월25일까지 우판권을 행사한다.

비리어드 국내 판매를 맡고 있는 유한양행을 제외한 상위사들이 대부분 포진돼 있다. 이들 제약사의 만성 B형간염 치료제는 10월 출시됐다.

또한 국제약품, 마더스제약, 제일약품, 한국휴텍스제약, 한독, 휴온스 등 6개 사는 비리어드의 물질특허가 만료되는 11월 10일부터 우판권을 획득해 2018년 5월25일까지 행사하게 된다.

이들 제약사는 비리어드의 염을 변경해 특허를 회피했다. 동아ST의 ‘비리얼’은 오로트산염, 종근당의 ‘테노포벨’은 아스파르트산염, 한미약품의 ‘테포비어’는 인산염을 각각 이용했다.

대웅제약의 ‘비리헤파’, 동국제약의 ‘테노포린’, 보령제약의 ‘테노원’, 삼일제약의 ‘리노페드’, 삼진제약의 ‘테노리드’, 삼천당제약의 ‘에스비르’, 한화제약의 ‘바이리프’ 등 7개 제품은 염을 사용하지 않는 무염제품으로 출시된다. 물질특허 만료 후 출시되는 제품들 또한 모두 염을 사용하지 않는다.

베믈리디 11월 출시, 시장방어 나서
길리어드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비리어드만으로 1500억원 이상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2012년 출시 이후 성장의 성장을 거듭한 최고치다. 만성 B형간염의 경우 장기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처방을 제네릭으로 쉽게 변경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막강한 영업력을 갖고 있는 제약사들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오리지널이라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은 이유다.

이에 길리어드는 11월 비리어드의 전구약물인 ‘베믈리디’를 보험적용 출시한다. 이미 비급여 항목으로는 판매가 가능 하지만 환자 부담금이 커 본격적인 시장판매는 하지 않고 있다.

베믈리디는 비리어드 성분인 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푸마르 산염에서 염성분을 알라페나미드푸마르산염‘으로 바꾼 제품이다. 염 변경 효과로 비리어드의 10% 용량만으로 동일 약효가 간세포에 전달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용량을 줄일 수 있어 기존의 문제가 됐던 신장이나 골(骨) 안전성 문제를 크게 낮출 수 있고 정제 크기까지 획기적으로 줄였다. 임상에서 베믈리디는 기존의 비리어드에 비해 안전성과 간수치 정상화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베믈리디 투여군은 48주 치료종료 시점에서 환자 83%가 정상적인 간수치를 보였고 비리어드 투여군은 75%를 보였다.

베믈리디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윌리엄 리 길리어드 부사장은 “베믈리디는 비리어드에 비열등한 효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장기간 안전성을 높인 최신 약물이며 베믈리디의 출시로 인해 만성 B형간염 환자들은 보다 다양한 치료옵션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일동제약 ‘베시보’ 출시, BMS 바라크루드 건재
일동제약의 베시보는 금년 5월 시판허가를 획득한 국산 신약으로 11월부터 시판에 들어갔다.

베시보 임상은 비리어드 대비 비열등성 증명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비리어드와 바이러스 반응, 약제내성, 안전성 등을 비교한 것이다. 그 결과 전(全) 부문에서 비열등성이 입증됐으며 비리어드의 부작용으로 알려진 골밀도 감소, 신장 기능 저하 등은 나타나지 않았다.

일동제약 윤웅섭 사장은 “베시보는 일동의 첫 신약이자 뉴클레오타이드 계열 첫 국산 신약”이라며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비리어드와의 비교임상에서 우수한 효능한 약물인 만큼 일동의 강력한 마케팅 역량을 발휘해 새로운 강자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베시보는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만성 B형간염 치료제로서 장기 내성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허가사항에 따르면 베시보는 뉴클레오시드 유사체의 치료 경험이 있거나 뉴클레오시드 유사체에 대한 약제내성변이가 확인된 환자를 대상으로 이 약의 안전성 및 유효성은 평가되지 않았다고 명시돼 있다.

장기간 투약 시 내성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임상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일동제약은 베시보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장기 내성에 대한 추가적인 임상 3상을 진행할 것을 밝히기도 했다.

만성 B형간염 초치료 환자에만 처방이 가능한 적응증도 약점이다. 국내 만성 B형간염의 새로운 환자는 백신 도입 이후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복약의 불편함도 지적된다. 베시보 임상 2상 과정 복용 시 필수 아미노산의 일종인 카르니틴 수치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임상 3상은 카르니틴 수치를 올려주는 일동제약의 엘칸정(성분 L-카르니틴) 330mg 2정과 함께 복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임상에서 나타난 비리어드 대비 비열등성 및 부작용 감소는 엘칸정과 함께 복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시장에 출시된다면 베시보는 엘칸정 2정과 함께 복용해야 한다.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환자가 매일 삼켜야 하는 알약이 1정이 아닌 3정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에 대해 세브란스병원 안상훈 교수는 “엘칸정은 이유 없이 베시보의 이상반응만으로 복용해야 하는 약이 아니다”라며 “지방간염에도 효과가 있는 약으로 임상에서 조직학적 우월성이 나타난 것도 이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약점에도 일동제약은 사상 첫 신약인 베시보를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영업력을 총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만성 B형간염 치료제가 수십종에 달한다 해도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은 아직까지 BMS의 바라크루드가 건재하다는 측면이다.

바라크루드는 한때 국내 의약품 가운데 가장 많은 처방액을 기록했던 제품으로 최근 몇 년간 비리어드와 시장을 양분했다.

2015년 특허가 만료로 제네릭이 출시되고 약가가 떨어지면서 처방액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 있지만 유비스트 기준으로 지난해 970억원, 올해 상반기 371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2000억원 이상의 처방액을 기록하던 과거의 모습은 아니지만 여전히 초대형 의약품으로 남아있다.

바라크루드와 바라크루드 제네릭 제품의 추이도 전체 만성 B형간염 치료제 시장의 판도 변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11월 비리어드 물질특허 만료로 제네릭이 쏟아지는 데다가 일동제약도 신약을 출시하면서 시장 판도가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비리어드 처방을 베믈리디로 스위치하려는 길리어드와 유한양행의 시장방어가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숙경기자 stone0707@daily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