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와 독감백신
라이프 김동우
항암치료와 독감백신
가을이 왔음을 느낀다. 나에게 가을이 왔음을 실감케 하는 것은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날씨도, 푸르고 맑은 하늘, 붉게 물들어 가는 단풍잎도 아니다. 나에게 있어 가을을 느끼게 하는 것은 환자분들께서 하는 아래의 질문이다.
"선생님 독감 백신 맞아도 되나요?"
날씨가 선선해지면 환자분들께서 외래에서 독감백신에 대한 문의를 많이 한다.
암환자는 독감 백신을 맞아도 될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독감백신을 맞아도 된다. 아니 맞는 것이 좋다.
암환자는 면역력이 일반인에 비해 약할수 있어서 독감 등 바이러스 질환에 취약하다. 즉 암환자가 독감 인플루엔자에 걸리면 일반인보다 더 고생을 할수 있다. 독감으로도 매년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는데, 사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폐질환이 있거나 고령이 있거나 동반질환이 많은 분들이다. 암환자들도 이런 고위험군에 해당하기 때문에 독감을 피하기 위해 예방 백신을 맞는 것이 추천된다.
가뜩이나 올해에는 코로나 때문에 독감백신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독감증상과 코로나 증상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예방하고 넘어가는 것이 가장 좋다 (그나마 코로나 때문에 좋은 점 한가지는 전국민이 마스크 쓰고 손 잘 씻는 덕분에, 일반 감기나 다른 전염성 질환이 무척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암환자가 독감 백신을 맞을 때에는 아래의 사항을 참고하면 된다.
1. 독감이 유행하기 전에 미리 예방접종을 맞는 것이 좋다.
독감은 예방접종을 하면 2주쯤 부터 항체가 형성되기 때문에 독감이 유행하는 11월~ 1월 보다 2주정도 빨리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2. 가족이 함께 맞는 것이 좋다.
가족은 같이 지내야 하니까 가능하면 가족도 함께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
3. 백신은 만능이 아니다.
독감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모든 독감이 다 예방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 해에 유행할 인플루엔자 유형을 잘못 예측하거나, 항체 형성이 잘 안되면 독감 백신을 맞아도 독감에 걸릴수 있다. 따라서 독감백신을 맞았다고 하더라도,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니고, 손위생을 잘하고, 유증상자를 가까이 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생활 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독감 증상이 있을때 병원을 빨리 방문하여서 필요시 타미플루 등 독감 치료를 빨리 받는 것도 중요하다. 백신을 맞아도 100% 안심은 금물이다.
4. 독감 백신도 부작용이 있다.
백신은 일반적으로 안전하긴 하지만, 간혹 주사 부위에 통증, 발적, 부종 등 이상반응이 나타날수 있고 전신적으로 발열 근육통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백신 접종 당일은 음주나 과격한 운동 등을 하지 말고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다. 아주 아주 드물지만 아나필락시스 쇼크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도 있을수 있다. 이런 아나필락시스 반응은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서 잘 생기므로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백신 접종 전에 의료진에게 꼭 이야기를 해야한다.
항암치료를 하고 있는데도 맞아도 될까? 언제 맞아야 될까?
그러면 항암치료를 하는 경우에는 어떠할까? 항암치료 자체가 백신의 금기증은 아니다. 항암치료를 하는 경우에도 일반적인 백신 접종은 하면 된다. (다만 생백신인 대상포진백신은 주의해야한다).
1. 경구용 표적항암제
이레사, 타세바, 타그리소, 넥사바, 수텐 등 경구용 표적항암제는 일반적으로 백혈구 수치를 떨어뜨리거나 면역력을 크게 저하시키지 않는다. 연구가 많이 되어있지는 않지만, 경구용 표적항암제는 이론적으로는 백신을 맞는데는 거의 영향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경구용 표적항암제를 매일 드시는 환자분들은 그냥 동네의원에 가서 아무때나 독감 백신을 맞으면 된다.
2. 일반 세포독성 항암제
세포독성 항암주사를 맞는 분들은 언제 독감백신을 맞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다. 3주 간격으로 맞는 세포독성 항암주사의 경우 항암 주사 맞고 10일쯤 뒤가 백혈구 수치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기인데, 이때 독감 백신을 맞으면 항체가 잘 안생길수 있기 때문이다. 백신을 맞으면 항체 형성이 2주쯤 뒤에 된다는 점을 감안하여서 어떤 의사는 항암주사 맞고 열흘 쯤 뒤에 백신 맞으라고 하는 의사도 있고, 어떤 의사는 항암치료 맞으러 오는 김에 편리하게 당일에 바로 맞으라고 하는 의사도 있다.
예전에 항암치료 도중에 언제 독감 백신 맞는 것이 궁금해서 필자도 여러 전문가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놀랍게도 여러 항암치료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대답이 다 제각각이었고, 감염내과 선생님들에게 물어보니 대답이 다 제각각 이었다.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기전에 맞아야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백혈구 수치가 바닥일때 맞아야 백혈구 수치가 올라가면서 효과가 난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논문과 데이터를 낮아보니 놀랍게도 30년전 연구들 이런 것 밖에 없고 최근 데이터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감염내과 교수님들과 함께 직접 공동 연구를 진행해보았다. 3주 간격으로 항암치료하는 환자분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A군 항암치료와 백신을 동시에 맞는 그룹, B군 항암치료후 11일째에 백신을 맞는 그룹. 양 그룹간에 백신 접종후 항체 형성이 차이가 나는지를 비교해 보았는데,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아래 논문)
https://pubmed.ncbi.nlm.nih.gov/27997703/
Optimal timing of influenza vaccination during 3-week cytotoxic chemotherapy cycles - PubMed
The antibody responses to influenza vaccination on days 1 and 11 during a 3-week cytotoxic chemotherapy cycle were comparable. Influenza vaccination can be performed concurrently with cytotoxic chemotherapy or during the cytopenic period. Cancer 2017;123:841-48. © 2016 American Cancer Society.pubmed.ncbi.nlm.nih.gov
즉 3주 간격 항암치료를 할 때에는 아무때나 백신 주사를 맞아도 큰 상관이 없었다. 다만, 세포독성 항암치료를 하는 경우에는 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율 자체가 일반인보다 낮았다. 항암치료를 받는 암환자는 백신을 맞아도 항체가 잘 안생길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백신이 만능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만일 항암치료를 하는 중간이 아니라, 앞으로 할 예정이라면 항암치료를 하기전에 미리 백신을 맞아두는 것이 좋다
3. 면역관문억제제
요즘 각광 받고 있는 면역관문 억제제는 어떠할까? 예전에 한 논문에서 면역관문억제제 치료를 받는 암환자에서 독감 백신을 맞았더니 면역부작용이 잘 생긴다는 후향적 논문이 있었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이론적으로 면역력을 올리는 치료이기 때문이라는데, 논문이 N수가 작아서 신뢰가 가질 않았다.
그래서 정말 그런지 직접 연구를 하였는데 (아래 논문), 결론적으로는 면역관문억제제 치료를 받는 암환자에서도 면역관련 부작용은 많지 않았고, 독감 항체 형성이 잘 되었다. 면역관문억제제로 치료 받는 암환자도 큰 문제 없이 독감 백신을 맞아도 됨을 확인하였다.
https://pubmed.ncbi.nlm.nih.gov/31680143/
Immunogenicity of Influenza Vaccination in Patients with Cancer Receiving Immune Checkpoint Inhibitors - PubMed
Among prospectively enrolled adult patients with cancer receiving immune checkpoint inhibitors (ICIs; n = 46) or cytotoxic agents (n = 90), seroprotection and seroconversion rates after seasonal quadrivalent influenza vaccinations were higher with ICI than with cytotoxic chemotherapy. These results ...
pubmed.ncbi.nlm.nih.gov
글이 길어졌는데, 결론적으로 암환자 혹은 항암치료 받는 암환자는 독감 백신을 맞아도 되고, 특별한 금기증만 없다면 맞는 것이 좋다. 다만, 암치료 받는 대형병원에서 독감 백신을 맞으면 수가 문제 때문에 가격도 비싸고 복잡해져서, 독감 백신은 동네 의원이나 보건소 등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이참에 동네의원 선생님과 안면을 터 놓고 단골의원 하나 만들어 놓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출처] 항암치료와 독감백신|작성자 bhums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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