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D가 뼈 건강뿐 아니라 면역을 높여 각종 암 발생률을 낮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지면서, 비타민 D를 과다 복용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20만 ~ 30만 IU가 들어있는 비타민D 주사제(1회에 약 4~5만원)를 몇 차례 맞거나, 하루에 10,000IU 이상의 고용량 비타민 D를 먹는 식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영양소라도 과하면 독이 된다.
영양제나 비타민 D 주사 등으로 너무 많은 양에 비타민 D가 축적되면, 비타민D 독성 증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타민 D 같은 지용성 비타민은 소변 등을 통해 잘 배출되지 않아 체내에 오랜 시간 머무른다. 심한 경우 체내 칼슘이 축적되거나 신장 결석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비타민 D 하루 적정 함량은 얼마일까? 비타민 D 적정 수치를 두고서는 학자들의 의견이 갈린다. 가장 보수적인 미국 국립의학회는 비타민 D 혈중농도 20ng/ml 이상을 정상으로 보며, 하루 비타민D 600 IU를 섭취할 것을 권유한다. 미국 내분비학회는 30ng/ml 이상이면 정상으로 보고, 매일 비타민D 1,500~2,000IU 섭취를 권한다. 미국비타민D협회는 50 ng/ml까지 끌어올려야한다고 보고, 비타민D 5,000IU 섭취할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물론 비타민D는 지용성이긴 하나 매우 안전하다. 독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농도도 매우 높다. 미국 국립의학회가 제시한 비타민 D 독성이 나타나는 기준은 하루 10,000IU 이상 섭취하는 경우이며, 혈중농도도 200ng/ml 이상으로 보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제시한 비타민 D 독성이 나타나는 기준은 하루 비타민 D에 대한 독성 임계 값이 10,000~40,000 IU이며, 혈중농도는 200-240ng/mL라고 제안한다. 그러나 사람마다 유전자에 따라 독성이 달리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보다 좀 더 안전한 범위에서 혈중 농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영양 전문가인 여에스더 박사는 “각종 논문에서 각종 암 예방 효능이 입증된 이상적인 비타민D 혈중농도는 44-50ng/ml(110-125 nmol/l)”이라고 말했다. 대개 혈중농도를 1ng/ml 올리려면 100 IU의 용량이 필요하다. 지금 먹은 영양제가 혈중 농도로 반영되려면 3~4개월 정도 기다려야 한다.
예를 들어, 비타민D 혈중농도가 결핍 상태인 10ng/ml라면, 매일 2,000 IU씩 수개월 복용하면 정상 수준인 30ng/ml까지 오를 수 있다. 만약 암 예방 효능이 입증된 비타민D 혈중농도인 44-50ng/ml까지 오르게 하고 싶다면, 3,400-4,000IU를 먹는 것이 추천된다.
그러므로 자신의 혈중 농도에 따라 용량을 조절하는 게 좋다. 혈중 농도가 30ng/ml 이상이라면 굳이 영양제로 먹지 않아도 된다. 그 이하라면 부족분만큼을 영양제 한두 알(1,000~2,000 IU)로 채워주면 충분하다. 10ng/ml 이하로 심각하게 부족한 상태라서 2,000-5,000IU 섭취가 필요한 경우는 의사와 상의해 용량을 결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평범한 사람이 매일 5,000IU~10,000IU 이상의 비타민 D를 복용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말이다.
같은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A도 과다 복용을 주의해야 한다. 비타민 A 역시 야맹증 예방부터 암 예방까지 건강에 도움을 줘 최근 비타민 A를 직구를 통해 구매해 먹는 사람이 늘었다. 그러나 직구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합비타민제 중 권장량 이상의 고용량 비타민 A가 많아 꾸준히 복용하는 경우 부작용을 유발하기가 쉽다. 비타민 A는 과잉 복용하면 탈모를 유발하고 뇌와 간을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1일 권장 섭취량은 얼마일까. 3,000IU다. 종합 비타민 안에 들어있는 비타민 A를 확인해보자. 그러나 성분표에서 비타민 A만 찾아서는 곤란하다. 비타민 A는 전구체가 많기 때문이다. 비타민 A는 비타민 A 뿐 아니라 레티놀(레티닐 팔미테이트), 혹은 베타카로틴 등의 이름으로도 존재한다. 제품 뒤의 성분표를 보고 총량을 계산해야 한다. 비타민 A는 단위로 IU와 mcg를 쓴다. 1mcg = 3.3IU이니, 1일 권장량인 3,000IU는 900mcg이다.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 따르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상한 섭취량은 10,000IU다. 1일 권장량이 3,000IU인데 상한섭취량은 10,000IU로 약 3배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즉 조금만 많이 먹으면, 상한 섭취량을 넘길 수 있다는 뜻이다.
가장 조심해야 할 사람은 흡연자다. 흡연자가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많이 먹으면 폐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1994년 핀란드 연구결과, 1996년 미국 연구결과에서 나타났다.
남성 흡연자 약 2만 9,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핀란드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A 영양제를 복용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폐암 발생률이 18% 높았다. 약 1만 8,000명을 대상으로 한 미국 연구에서도 비타민A 영양제를 복용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폐암 발생률이 28%, 사망률이 1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 예외도 있다. 채식주의자는 오히려 비타민 A를 많이 복용할 것을 권한다. 비타민 A는 식물성 식품보다 동물성 식품이 더 흡수율이 높기 때문에, 식사로 먹는 채소에 들어있는 베타카로틴은 체내에 잘 흡수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채식주의자들은 영양제 형태로 일일권장량의 2배 즉 6,000IU 가량을 먹는 것을 추천한다.
2010년 미국임상영양학회지를 살펴보면, 당근의 베타카로틴 흡수율이 15분의 1, 시금치는 21분의 1 밖에 되지 않는다. 하루 권장량인 3,000 IU를 먹으려면 당근으로만 320g, 시금치는 23kg을 먹어야 한다. 영양제 없이 식품으로 보충하기란 매우 어렵다.
결론적으로 보통 사람들은 비타민 A는 하루 3,000IU면 충분하다. 특히 담배 피운다면 더 적게 먹는 게 폐암 예방을 위해서는 추천된다. 그러나 채식주의자들은 비타민 A 결핍을 막기 위해 6,000IU 정도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