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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간암…'B형간염 감염자'가 안심할 수 없는 이유는

암사랑 2020. 5. 5. 11:19

30대에 간암…'B형간염 감염자'가 안심할 수 없는 이유는

  • 고종관 기자

질병 집중 탐구⑧-끝 '간경변증'/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신현필 교수
신현필 교수 (사진제공=강동경희대병원)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간은 나라경제로 보면 중화학공업단지쯤 된다. 1.2㎏ 무게의 묵직한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인데다 하는 일 역시 인체가 필요로 하는 것을 두루두루 생산하고 저장하며 대사시킨다. 간이 중요한 것은 조물주가 갈비뼈라는 보호장치에 숨겨놓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게다가 외부 충격이 가해질 때 오른 팔꿈치를 살짝 접어도 보호할 수 있는 횡격막 아래쪽에 위치한다.

흥미로운 것은 재생능력이다. 간은 70%를 잘라내도 두 달이면 정상크기로 성장한다. 혈액형이 일치한다면(요즘에는 혈액형이 달라도 이식성공률이 높아짐) 다른 사람의 간 일부를 이식할 수 있는 배경이다. 이런 이유로 간은 ‘장기의 왕’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결정적인 약점도 있다. 간조직은 뛰어난 회복능력을 갖췄음에도 지속적인 손상에는 버티질 못한다. 간세포에 염증이 반복돼 흉터처럼 섬유화하면 간기능은 점차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른바 간이 굳는다는 ‘간경변증’이다. 간경변증은 간암으로 가는 길목 아닌가.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신현필 교수는 간암 환자를 보면 아쉬움이 많다. 간암의 고위험군은 예측이 가능한데도 정기검진과 같은 관리를 왜 시작하지 못했는지 안타깝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간암환자가 이렇듯 관리소홀을 후회하며 힘들게 생을 마감한다.

그러다보니 그는 위험인자를 가진 환자들에게 정기검사를 누누이 강조한다. ‘유비무환’으로 ‘사후약방문’의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신 교수에게 간경변증의 최근 트렌드와 위험인자, 그리고 관리요령을 들었다.

Q: 정부는 위암·대장암·유방암·자궁경부암과 함께 간암에 대해서도 40세 이상에겐 무료로 초음파와 혈액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간염바이러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된 상태에서도 간암이 여전히 위협적인가.

A: 간암에 대해 일반인이 간과하는 대목이 있다. 다른 암과 달리 간암은 고위험군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Q: 무슨 뜻인가.

A: 다른 암은 어떤 사람에게서 발생할지 몰라 이를 찾기 위한 차원에서 선별검사를 한다. 하지만 간암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위험요인이 없는 사람에게선 간암이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Q: 간암을 일으킬 수 있는 발병인자로는 어떤 것이 있나.

A: 만성 B형간염과 C형간염 환자, 그리고 이를 포함한 여러 원인에 의한 간경변증 환자에게서 발병한다. 간경변증은 간염바이러스가 활성화해 간세포를 파괴하고, 이로 인해 광범위한 간조직의 섬유화가 진행된 것을 말한다. 간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간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요주의 대상이다.

Q: 간경변증의 섬유화란 무엇인가?

A: 간경변증은 간의 섬유화가 심하고 광범위하게 진행돼 간이 딱딱해지면서 쪼그라든다. 복부초음파검사나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어보면 거친 음영이나 울퉁불퉁한 모습도 볼 수 있다. 섬유화라는 건 만성적인 간 손상에 의한 상처의 회복 과정에서 발생하는 흉터로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피부상처가 깊거나 반복되면 회복을 해도 조직에 흉터를 남기는 것과 같다. 흉터는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같은 바이러스라고해도 급성 A형간염으로는 간경변증이 되지 않는다. A형간염 수치가 B형간염보다 높아 걱정하는 사람이 많지만 단기간의 급성간염으로는 간경변증이 오지 않는다. 간경변증은 만성 B·C형 간염처럼 간세포에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염증을 일으킬 때 발생한다.

Q: 간은 인체의 화학공장으로 일컬어진다. 간이 섬유화하면 간의 기능이 상실된다는 뜻인가.

A: 간이 하는 중요한 일 중 하나가 일반인이 잘 알고 있는 해독작용이다. 알코올이나 약물과 같은 독성물질을 안전한 물질로 바꿔 배설시킨다. 하지만 이보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지방·호르몬 등을 합성·대사 처리하는 일을 더 많이 한다.

탄수화물을 글리코겐으로 저장해 필요할 때 에너지로 사용토록 하고, 단백질로는 알부민이나 혈액응고 관련 물질을 만든다. 그래서 간경변증과 같이 간질환을 심하게 앓고 있는 사람은 혈액응고가 안돼 수술 등 출혈 유발이 심한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간은 몸에 있는 당을 조절하며, 탄수화물을 지방으로 축적해 보관하거나 하루 1리터의 담즙을 생성해 소화를 지원하기도 한다. 간은 그야말로 생명을 유지하는 전천후 지원군이다.

Q: 간경변증은 왜 무서운가.

A: 우선 특징적인 증상이 없다. 간경변증이 상당히 진행되고, 합병증이 생겨야 모습을 드러낸다. 이를 '비대상성 간경변증'이라고 한다. 보통 식욕부진이나 소화불량, 복부불쾌감 등이 나타나지만 사람마다 다르고, 대부분 과로해서 그러려니 하며 방치한다. 이러다 복수가 차기 시작했다면 상당히 진행한 상태다. 일시적이 아닌 진행된 간경변증에 의한 합병증 발생은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이다.

Q: B형간염 백신이 대중화되고, C형간염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우리나라 간 질환자의 트렌드도 바뀌고 있지 않나.

A: 그렇다. 약이 개발되면서 판도가 많이 달라졌다. C형간염은 대부분의 환자에서 완치가 가능해져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면 더 이상 위험한 질병이 아니다. 또 B형간염 역시 예방이 가능해졌다.

과거에 B형간염은 어머니로부터 수직 감염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백신접종으로 항체를 만들어준다. 물론 오랜 기간이 걸리겠지만 B형간염에 의한 간경변증은 거의 사라질 것으로 예측될 정도로 간염의 역사가 바뀌고 있다.

Q: 그렇다면 간 전문의의 역할도 줄어드는 거 아닌가.

A: 그렇지 않다. 그 자리를 알코올성 간염과 비알코올성 간염, 그리고 지방간이 메우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간 질환은 지방간이다. 건강검진 같은 의료접근성이 좋다보니 스크리닝이 많이 된다.

다음으로는 그래도 아직은 B형간염 환자가 많다. 종래 유병율이 10%에서 5%이하로 급격히 줄고는 있지만 백신 개발 전 세대에선 여전히 많이 발생한다. 이분들 중 일부는 간경변증, 또 그중 일부가 간암으로 가기 때문에 아직은 만성 B형간염 환자의 관리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백신접종 사업이 결실을 맺게 되면 앞으로 B형간염 환자비율은 1%대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

C형간염은 그동안 무서운 질환으로 인식됐지만 다행히 치료제가 개발돼 환자들의 삶이 극적으로 바뀌었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과 알코올성 간질환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Q: 지방간 환자의 비중은 어떤가.

A: 지방간이 인구의 30%에 가까울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다. ‘저 사람 좀 뚱뚱하다’고 하면 지방간이 있을 확률이 높다. 이렇게 흔한 질환도 없다. 물론 대부분의 지방간의 결과는 양호하다. 문제는 지방간을 무시하기에는 환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최근 20~30년 사이에 지방간을 보는 의학계의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Q: 지방간은 생활습관병일텐데….

A: 생활습관은 생각처럼 교정이 잘 안 된다. 예전에는 지방간이 지방간염이나 간경변증으로 간다고 하면 좀 지나친 주장이라고 했지만 요즘엔 확실히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Q: 운동이나 체중관리만으로 안 된다는 뜻인가.

A: 간은 식사량이 많아 남아도는 칼로리를 중성지방으로 저장한다. 이런 지방은 운동을 통해 소모하면 사라진다. 문제는 지방간 중에 염증을 일으키는 소인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지방간은 ‘친구’들과 함께 몰려다닌다. 지방간의 친구는 ‘고지혈증’과 ‘고혈압’, ‘당뇨병’이다. 이들 4인방이 협력해 건강을 위협한다. 예를 들어 어떤 환자들은 당뇨나 고지혈증, 고혈압을 치료받다가 간수치가 높은 것이 확인돼 이곳으로 의뢰된다.

특히 인슐린저항성은 지방간염이나 간경변증진행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너무 겁주는 얘기 같지만 관리하지 않은 지방간이 결국 지방간염이 되고, 이를 방치하면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가는 것이다. 이처럼 인슐린저항성과 관련된 대사증후군 환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어 걱정이다. 결국 고혈압, 당뇨, 고콜레스테롤 혈증 등과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은 예방이 최선인데 운동과 체중관리, 그리고 식생활 개선이 답이다. 하지만 단순한 지방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Q: 간경변이 어느 정도 진행할 때까지는 증상이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알 수 있나.

A: 증상이 없으니 만성간염이나 음주력, 지방간이 심한 사람들은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 초음파 검사를 통한 간의 음영과 혈액검사만으로도 쉽게 의심할 수 있다. 조직검사는 지방간이 있는 사람에게 모두 하는 것은 아니다.

간수치가 통상 예측범위보다 월등히 높은 사람이 있다. 만성간염이 없고, 음주나 약을 먹는 등 다른 원인이 배제됐는데도 단순 비만만으로 간기능 수치인 ALT(알라닌아미노기전달효소)와 AST(아스파르트산염아미노기전달효소)가 지속적으로 상당히 높은 경우, 또 간섬유화 관련검사에서 진행된 간섬유 의심소견이 보이는 경우, 또 지방간염과 다른 감별진단을 하기 위해 조직검사를 하기도 한다. 참고로 AST, ALT는 통상 40미만을 정상으로 보지만 성별이나 검사기관에 따라 정상범위를 다르게 판단한다.

Q: 주제를 바이러스에 의한 간염으로 넘어가 보자. B형간염이 염증단계를 거쳐 간경변증으로 이환됐다면 치료방법은 없나?

A: 불행하게도 B형간염은 C형간염과 달리 완치율을 높이는 치료제가 없다. 지금 나와 있는 약들은 바이러스의 활동을 억제하는 것들이다. 완치 개념이 아니다. 진행된 간경변증에 대해선 아직까지 공인된 약이 없으니 말기에 이르면 간이식이 마지막 수단이다. 너무 늦지 않은 시점에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그렇더라도 바이러스를 적절히 억제하면서 치료를 열심히 받으면 섬유화된 조직의 일부라도 호전되는 사례가 있다. 간섬유화 진행과정에서도 치료를 통해 해당 단계에서 더 이상의 진행을 막고, 어느 정도 기능을 호전시킬 수 있다. 피부 상처도 손상된 부위를 잘 관리하면 흉터를 최소화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Q: 일단 간경변증 단계가 되면 완전한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얘기인가.

A: 그렇다. 알코올이나 비알코올성으로 나타난 간경변증도 마찬가지다. 체중감량이나 금주를 통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만 술을 계속 마신다거나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약으로 호전시키는 방법은 애석하게도 아직 없다.

Q: 정부의 간초음파 무료검진은 6개월 간격이다. 반면에 다른 암들은 1~2년에 한번으로 정해져 있다. 이는 간경변증에서 간암으로 진행되는 기간이 짧기 때문인가.

A: 얼마 전 30대 간암환자가 찾아왔다. 1년 전에만 검사를 받았어도, 아니면 20대부터 정기적으로 관리만 받았어도 치료결과가 훨씬 좋았을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간경변증 환자 중에 매년 약 3%에 해당하는 환자가 간암으로 이행한다. 비율로 보면 높지 않지만 환자 숫자로 보면 결코 적지 않다. (참고: 우리나라는 매년 인구 10만명당 남성은 33명, 여성 10명 정도가 간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이 같은 사망률은 위암에 이어 두 번째다).

게다가 간경변증을 거치지 않고 간암에 걸리는 사람도 있다. 국가가 나서서 40세 이상의 간경변증 환자, 만성 B형간염 또는 C형간염 환자에게 년 2회 초음파검사를 해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일 모든 사람이 간경변증을 거쳐 간암으로 진행된다면 정부는 이들에게만 검사를 해주면 될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간경변증 진행을 진단하고, 간암을 조기진단하기 위해 이렇게 대상자를 넓혀 무료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Q: 30대에 간암에 걸리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과는 맞지 않다.

A: 맞다. 보통 B형간염이나 C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자면서 간수치가 정상이고, 나이가 젊으면 간암이 안 생긴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부분적으로는 맞다. 그렇지만 현실에선 확률은 떨어지지만 생긴다는 사실이다. 사실 연령 외에도 간암의 위험성을 높이는 인자는 매우 다양해서 검사를 하지 않고선 이를 알기 어렵고, 일단 암이 발생하면 당사자에게 이러한 확률논쟁은 의미가 없다.

Q: 그 말은 증상 없는 건강한 보균자라도 관리를 해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A: 예전에는 ‘건강한 보균자’(healthy carrier)라는 말을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간염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을 뿐 나는 건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대부분 어머니로부터 얻은 수직감염자는 오랜 기간 바이러스 수치는 높지만 간수치는 정상인 면역관용기 상태로 지낸다. 그러다가 간염이 활동성을 보이는데 이때 자각증상만으로는 이러한 진행을 알기 어렵다

이렇게 대부분 증상 없이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친다. 피곤한 상태가 계속되기도 하지만 매우 주관적 증상이라 방심한다.

만일 이들 감염자들이 진행된 간손상이나 섬유화 과정이 없을 때부터 바이러스를 억제한다면 간경변증과 간암 발생을 현저하게 낮출 수 있을 것이다.

Q: 혈액검사에서 수치가 정상범위에 걸려 있다면 안심해도 되지 않나.

A: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한다면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한 예로 만성간질환자에서 혈소판이 단순하게 정상범위에 걸려 있는 사람이라도 정상범위에서 높은가, 낮은가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 이것이 ‘정상 범위’라는 함정이다. 정상 수치는 보통사람에 대한 평균이지 이 범주 안에 들어가면 안전하고, 바깥쪽은 위험하다는 뜻이 아니다. 실제로도 이 수치는 혈액검사를 누가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Q: B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자에겐 매우 중요한 말처럼 들린다.

A: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모든 만성 바이러스 감염자는 관리를 받아야 한다. 예전에는 활동성일 때부터 관리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 의사는 위험도에 따라 적절한 간격으로 환자상태를 봐가며 관리해준다. 관리는 정기적으로 혈액검사와 초음파검사를 받는 것이다. 나이가 기준이 아니다. 정부가 40세부터 무료검사를 해준다고 모든 사람이 그때까지 검사를 받지 않고 기다려서는 안 된다. 적절한 검사간격은 본인이 알기 어렵다. 의학적 기준보다 개인에 맞는 관리가 중요하다.

Q: 간경변증이 왔을 때 진단은 어떻게 하나.

A: 간경변증 진단은 두 그룹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한 그룹은 원래부터 간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고, 또 다른 그룹은 전혀 모르고 있던 사람들이다.

전자인 만성간질환자들에겐 CT나 초음파 같은 영상검사를 통해 간의 모양이 변했는지, 그리고 간의 탄력도는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 간경변증의 경중을 파악한다.

반면 후자의 환자에겐 간경변을 의심할 만한 사항, 즉 알코올 중독이나 바이러스성 간염이 있는지, 알부민 수치나 혈액응고 인자, 또는 혈소판 수치가 떨어진 것 등을 보고 판단한다. 이렇게 혈액에서 간경변증을 의심할만한 소견을 찾아내 역으로 추적한다.

간경변증은 ‘어느 한 순간의 발생이 아닌 진행 과정’이기 때문에 의사의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두부모 자르듯 ‘기다’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예컨대 ‘간경변증에 가까워졌다’, 또는 ‘아직 섬유화가 진행되지 않아 정상 간에 가깝다’는 것은 진행 정도가 엄연히 다르다. 이를 같은 간경변증이라고 획일적으로 구분할 수는 없는 것이다.

Q: 간경변증은 조직검사로 알 수 있나.

A: 간경변증을 진단하기 위한 조직검사는 잘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앞서 얘기했듯 여러 간접적인 지표로 알 수 있다. 조직검사가 상대적으로 정확하긴 해도 입원을 해야 하고, 국소마취하에 바늘로 찌르는 등 부작용에 따른 부담이 따른다. 그래서 쉽게 권유하지 않는다. 간 탄력도를 측정하는 검사 등이 이를 대체하고 있지만 이미 많이 진행된 간경변증 환자에게서는 굳이 이런 검사도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Q: 원발성담즙성 담관염환자도 의외로 많다. 어떤 질환인가.

A: 흔한 질환은 아니지만 의심을 해야 진단이 된다.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으로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담즙을 공급하는 담관을 공격하는 질환이다. 그렇게 되면 담즙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간세포가 손상돼 염증을 일으킨다. 보통 건강검진을 통해 발견되거나, 간경변증이 올만한 이유가 없는데 수치가 높아 거꾸로 원인을 찾다가 진단되기도 한다. 따라서 건강검진 항목에서 ALP(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가 이유 없이 지속적으로 높게 나타나면 반드시 간전문의와 상의해봐야 한다.

이 질환도 발병 초기에 약을 쓰면 간경변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일차적으로 사용하는 약제는 비싼 약도 아니다.

Q: 역시 조기치료가 중요한가.

A: 초기 환자는 우르소데옥시콜산(UDCA)로 치료하면 대부분 잘 반응한다. 하지만 반응이 없어 추가약제를 치료해도 듣지 않거나, 치료 시기가 너무 늦어 간경변증으로 진행하면 간이식 대상자가 된다. 그래서 조기진단이 중요하다.

Q: 술 권하는 사회이다 보니 알코올성 간질환에도 관심이 많다.

A: 알코올성 간질환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알코올성 간질환자가 증가하는데다 과거에 많았던 만성 B형간염과 C형간염이 줄면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과 알코올성 간질환의 비율이 더욱 높아졌다. 문제는 알코올과 함께 비만에 의한 지방간이 혼재되거나, 심지어 간염 바이러스를 함께 가지고 있는 사례가 있어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다.

Q: 술은 얼마나 자주 또 많이 먹어야 간경변증으로 이환되나.

A: 술과 관련해서는 너무나 다양한 정보가 있는데다 변수가 많아 인용되는 교과서나 논문 등에서도 정확한 안전기준은 없다. 또 사람마다 음주 반복 회수와 양이 다르고, 성별·나이·알코올 대사능력·음식섭취 등 개인차가 있어 획일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일반적인 권장량은 남자는 하루 소주 3잔, 여자는 2잔 이하가 안전하다. 하루 3잔씩이면 1주일에 소주 3병인데 이 정도에서도 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길 수 있다.

Q: 술을 자주 마시는 것만으로 지방간에서 간염으로, 그리고 간경변으로 이어지나.

A: 알코올이 직접 간손상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여러 대사과정을 통해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게 된다. 간염을 경험하지 않고도 간경변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Q: 폭음을 하고 며칠씩 간을 쉬게 해주면 어떤가.

A: 1주일만 쉬더라도 간이 회복될 여지는 있다. 하지만 폭음하는 사람이 절제하는 경우는 별로 못 봤다. 술을 즐기는 사람은 대체로 대사능력이 좋다. 그러다 보니 음주 회수와 양이 많아진다. 와인 한잔을 매일 마시면 건강에 좋다고 했었지만 개인차가 있고, 근거도 부족하다. 문제는 정말 한잔만 먹게 되질 않는다는 점이다.

Q: 술의 도수가 약하면 괜찮은가.

A: 알코올이 해롭다고 소주 대신 맥주만 마신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알코올의 섭취량이 중요하다. 잔을 보면 맥주잔은 크고, 소주잔과 고량주는 작지 않나. 많은 주류가 1잔 기준으로 알코올의 함량은 비슷하다.

안주도 영향을 준다. 알코올 중독자 중에는 마른 분이 많다. 안주 없이 물과 함께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다. 알코올에는 칼로리는 있지만 영양소가 없다보니 3대 영양소는 물론 비타민이나 미네랄 같은 영양소가 없다. 빈혈환자도 종종 있다. 이런 분들에게 불필요한 약을 권하지는 않지만 엽산 등 비타민제를 처방하는 경우는 많다.

Q: 간기능을 돕는다는 영양제는 어떤가.

A: 알코올 환자는 궁금한 게 많다. 많은 분들이 건강기능식품이나 특정식품을 먹어도 되는지 물어온다.

이런 분들께는 “간을 회복시키는 데는 술을 끊는 것이 99%, 나머지가 1%다. 그런데 왜 나머지 1%에 집착하나”라고 반문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에게도 같은 얘기를 해준다. “운동과 체중감량 효과가 99%인데, 다른 것에 기대하지 말라”는 식이다.

이런 사례도 있다. 특정 건강식품을 먹고 간수치가 좋아졌다고 하는 환자가 있다. 실제 간장약을 두 달 정도 먹으면 AST나 ALT와 같은 수치가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면 간이 좋아진 것일까. 이때 초음파검사를 해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른바 수치에서 오는 착시현상이다

그래서 간장약을 먹을 때는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혈액검사에서 수치가 좋을 경우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

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이나 보조제를 섭취할 경우, 주치의에게 알려야 혈액검사를 해석할 때 약물의 영향을 파악해 정확하게 진단·처방할 수 있다.

Q: 쇠약한 사람이 알부민 주사를 맞는 것은 도움이 안 되나.

A: 알부민은 간에서 합성되기 때문에 간기능이 떨어져 부족한 사람에게 특별한 목적으로 줄 때는 의미가 있다. 알부민은 단백질 성분으로 인체의 삼투압과 관련이 있다. 알부민 수치가 떨어지면 부종이 심하고 복수가 찬다. 이렇게 알부민 합성이 저하된 간경변증 환자나 신장기능이 부실해 알부민이 계속 빠져나갈 때 필요한 경우에만 처방한다.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지 않고, 단순히 허약하거나 컨디션이 안 좋은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Q: 마지막으로 간경변증 예방과 관리가 필요한 사람에게 들려줄 주의사항은.

A: 바이러스성 간염의 경우 예방 백신이 있는 질환은 두 가지다. 바로 A형간염과 B형간염이다. 따라서 A형간염은 비록 만성화가 되지는 않지만 회복에 상당시일이 소요돼 두 질환 모두 백신을 맞는 것이 첫 번째 건강수칙이다.

다행히 C형간염은 완치할 수 치료법이 개발됐다. 하지만 치료비가 너무 많이 든다. 의료보험이 적용된다고 해도 자부담이 300여만 원에 이른다. 혈액이나 점막을 통해 감염되는 만큼 혈액 감염우려가 있는 면도기나 각종 시술기구 등의 공용 사용을 피하고, 성관계시 콘돔을 사용하는 등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

알코올성 지방간이나 간염은 애주가의 단골질환이다. 술 못 마시는 사람이 알코올 때문에 간이 망가지는 경우는 없다. 문제는 적정량을 마시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두 잔으로 그쳐야 하지만 폭음을 했을 때는 충분한 휴식시간을 가질 것을 권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자는 당뇨와 고혈압, 고지혈증을 피해갈 수 없다. 반드시 운동과 건강한 식생활로 체중감량을 해야 한다.

간경화증은 어느 정도는 예고된 질환이다. 확률이 낮다고 무시하지 말고, 만성간염을 포함한 간질환자는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꾸준히 관리를 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신혈필 교수는: 간경변증을 ‘러시안 룰렛’에 비유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사망률에는 차이가 있지만 생명을 담보로 ‘확률 게임’을 한다는 점에선 그리 달라보이질 않는다.

간암은 발병인자와의 인과관계와 진행과정이 다른 암보다 분명하다. 그런 면에서 내 몸을 위한 ‘작은 관심’이야말로 절대적인 건강수칙 1호다.

신현필 교수는 “간경변증과 간암을 예방하는 길은 발병인자를 평생 관리함으로써 사망할 확률을 줄여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진료실에는 오랜 세월 함께하는 환자들이 유난히 많다. 2006년 강동경희대병원 개원 때부터 15년간 그를 찾는 환자가 10명중 1명이나 된다. 10년 이상된 환자는 이보다 많은 10명중 3명꼴이다. 의사에 대한 신뢰와 꾸준한 교육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는 관계형성이다.

그는 소화기내과, 그것도 간분야를 전공한 동기도 이러한 질환의 특성을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고 했다.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고통을 호소하는 질환, 그리고 이들 환자를 잘 돌보는 패밀리닥터 같은 의사가 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환자와의 상호 믿음은 진료 이상으로 중요하다. 환자가 의심하고, 경계하면 관리는 물론 치료를 받는 것도 불성실해지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시각적 효과로 환자의 치료 의지를 북돋우기도 한다. 검사결과나 영상사진을 보여주며 환자의 생활습관 개선과 치료에 따른 변화를 설명하며 격려한다.

주치의는 질병의 원인을 찾는 수사관이 돼야 한다는 것도 그의 신념이다.

예컨대 혈액검사 수치가 납득이 안 될 때는 간에 영향을 주는 식품을 찾기 위해 꼬치꼬치 캐묻는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다고 여겨 얘기를 않던 환자도 그가 재차 “끓여 드시는 약이 있어요”라고 물으면 그제야 실토하는 식이다.

신 교수는 B형간염 환자 등 만성간질환에 대한 합병증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 환자들이 치료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중증 간경화증과 간암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는 간이식입니다. 하지만 기증자가 없을 때는 마냥 기다려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복수가 차거나 식도정맥류 출혈 등 합병증으로 고생을 하고, 때론 패혈증으로 생명을 잃기도 합니다.”

복수가 차면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진다. 숨이 차고, 복막염이 생기는가 하면 복압에 의해 배꼽으로 탈장이 되기도 한다. 이때 의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삶의 질이 많이 좋아진다는 것이 신 교수의 설명이다.

10여 년의 짧은 교수 재직기간에도 그는 공저를 포함해 SCI급 논문을 90여 편 발표했다. 대부분이 B·C형 간염바이러스와 관련된 논문이다. 그는 C형간염 치료제가 막 개발돼 임상에 쓰이기 시작하던 5년 전 미국 Virginia Mason Medical Center에서 1년여 방문교수 자격으로 미국의 의료시스템을 체험했다.

현재 경희대의대 교수로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을 맡고 있으며, 대한소화기학회 교육위원회 위원, 대한간학회 의료정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종관 기자

고종관 기자 kojokw@newswork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