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변증도 회복될 수 있다
| 김상현 |
간경변증도 회복될 수 있다
(Liver cirrhosis can be reversible)
정의
간경변증은 간염 바이러스나 알코올 남용에 의해 간세포와 조직의 손상이 반복된 후 두꺼운 섬유질과 재생결절을 형성하게 되어 간이 딱딱하게 굳는 상태를 일컫는다. 과거에는 이와 같은 간경변증 상태는 절대 가역적이지 않아 회복되지 않는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최근 간경변증의 원인이 제거되면 간경변증 역시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이 명백해 졌다.
예를 들면, B형이나 C형 간염의 성공적인 항바이러스 치료 후 간섬유화의 회복을 관찰할 수 있고, 술을 끊고 난 후 알코올성 간경변이 호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1>. 물론 말기 간경변증에서 호전의 가능성은 떨어지나, 비교적 대상성 간경변증인 Child-Pugh A와 B군에서 간경변증의 원인을 치료하는 것은 회복의 길로 이끌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간경변증의 원인이 B형이나 C형 간염과 알코올 남용이기 때문에 간경변증 초기에 적절한 항바이러스 치료와 금주치료는 간경변증을 회복시킬 수 있다.
간경변증은 간에서 하는 중요한 대사 과정에 장애를 일으켜 조혈 및 면역 작용 이상, 영양 상태의 불량을 초래하며, 간 내 혈관의 저항 상승으로 인한 문맥압 항진증을 야기하여 식도 및 위 정맥류 출혈, 복수, 자발성 복막염, 간성 뇌증과 같은 합병증을 발생시킨다.
병태생리
B형이나 C형 간염 바이러스 그리고 만성적 음주는 간세포(hepatocyte)를 파괴하고 이 과정에서 여러세포의 상호 작용에 의해 분비된 각종 cytokine은 간성상세포(hepatic stellate cell)를 활성화 시켜 교원질(collagen)과 같은 세포외 기질(extracellular matrix)을 생성하게 한다. 이 때 생성된 세포외 기질은 space of Disse 주위로 흘러들어가 침착되면서 간섬유증이 발생하게 되고 이 과정이 지속되면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게 된다<그림 2>.
또한 과다한 세포외기질에 의해 endothelial fenestrae가 막히고 sinusoid의 내강은 좁아져 간세포와 혈관 사이에 영양공급이나 대사산물 교환이 장애를 받게 된다. 간성상세포는 간섬유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로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휴지기 상태인 lipocyte의 형태로 있다가 여러 원인에 의해 활성화되면 세포변형을 일으켜 myofibroblast 상태의 세포로 바뀌어 세포외 기질을 분비 생성하게 된다. 섬유생성과정에서 활성화된 간성상세포에 의해 생긴 세포외기질은 간세포파괴로 인해 생긴 빈 공간을 채우는 일을 하게 되는데, 간세포가 재생이 되면 섬유용해과정에 의해 세포외 기질이 제거되어 간은 정상으로 회복된다. 하지만 만성적으로 간세포가 손상을 받게 되어 간세포 재생보다 파괴가 더 많이 일어나면 생성되어 이미 축적된 세포외 기질은 간에서 제거되지 않고 남게 되는 간섬유증을 유발하게 된다
증상
간경변증은 초기에는 무증상인 경우가 많다. 실제 우연히 건강검진을 하다가 또는 다른 병으로 수술 도중에 알게 되어 진단하기도 하고 부검 때 발견되기도 한다.
간경변증의 임상양상은 간기능 부전에 의한 것과 문맥압 항진증으로 인한 합병증들로 나타난다. 간기능 부전으로 인한 증상은 황달, 영양상태 결핍에 의한 부종, 조혈 작용기능 감소에 따른 응고 장애 등이며, 간경변증으로 인한 문맥압 항진증의 결과로 위식도 정맥류 출혈, 복수, 비장비대, 간성뇌증, 자발성 복막염, 간신증후군 등이 발생한다.
간경변증의 심한 정도는 Child-Pugh 등급으로 표시하는데 Child-Pugh 10점 이상인 C등급인 경우에 예후가 좋지 않다<표 1>.
최근에는 간이식을 앞둔 환자의 중증도와 순위를 결정하기위한 model for end stage liver disease(MELD) score = [(0.957×log(creatinine)+0.378×log(bilirubin)+1.12×log(INR)+0.643)×10] 를 적용하기도 하는데, 이 모델에서는 크레아티닌 수치를 적용하여 진행성 간경변증에서 발생하는 유효혈장량 부족에 의한 신기능 장애를 반영하였다. 혈액 검사에서는 혈청 알부민 수치 감소, 빌리루빈 수치 증가, 혈소판과 백혈구 수 감소 그리고 prothrombin time은 연장된다. 진찰소견으로는 얼굴과 목, 앞가슴에서 거미혈관종(spider angioma)을 관찰할 수 있고, 복부에서 비장종대나 명치끝에서 변연이 둔하고 매끄럽지 않는 간종대를 촉진하면 진단에 도움이 된다.
간경변증이 진행되면 복수에 의한 복부 팽만, 황달, 간성혼수, 근육 쇠퇴 등이 더욱 심해진다.
진단
간생검
정확한 섬유화 등급을 통한 간섬유화 및 간경변증의 진단은 간생검을 통해서 가능하다.
간섬유화의 등급은 괴사염증반응은 활성등급(grade)으로 섬유화는 기(stage)로 나누어 평가한다. 간생검의 제한점은 생검에 따른 합병증으로 드물지만 복강 내 출혈이 발생할 수 있으며, 0.01~0.1%의 치사율을 가진다. 따라서 치료반응을 보기위해 반복적으로 간생검을 시행하기는 부담스러우며, 더욱이 심한 응고 장애가 있는 경우는 시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만약 간섬유화의 진행정도가 부위에 따라 균일하지 않으면 간생검으로 얻은 조직이 전체를 대변한다고 할 수 없으며, 관찰자간에 또는 관찰자내의 오차도 존재한다.
혈청학적 검사
혈청학적 검사 표지자들이 간섬유화의 동적인 상태를 나타낼 수 있다. 즉, 섬유생성과정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환자에서는 아직 간내 섬유화가 진행되지 않아 간조직검사에 섬유화 소견이 없을 수 있지만, 이 환자에서 동적인 개념으로 섬유생성과정 때 활발히 나타나는 표지자들이 혈청에서 높게 나타난다. 따라서 혈청학적 검사가 비침습적인 장점과 함께 현재의 상태 또한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질 수 있다. 현재 간섬유화를 평가하는 혈청학적 검사법은 AST/ALT ratio(>1인 경우 간섬유화가 진행됨), 여러 가지 간접 표지자로 만든 섬유화지표인 Fibrotest, 혈소판에 대한 AST의 비율지표인 APRI, hyaluronic acid, type IV collagen, TIMP-1, MMP-2 등이 있다. 표지자들은 섬유화가 경하거나 아주 심한 경우를 찾아내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중간 정도의 섬유화를 갖는 환자를 진단하는 능력은 떨어져, 간섬유화의 단계를 구분할 수는 없다.
영상학적 진단 및 기타 진단법
초음파 검사 및 CT, MRI 등은 간경변증을 진단하는데 사용되는 영상 진단법이다. 초음파 검사에서 간표면의 요철성 변화와 간변연의 둔연, 우측간의 위축, 좌측간의 비후, 비장비대, 비장정맥의 확장 그리고 복수 등은 간경변증을 시사하는 소견이며, CT는 이러한 변화와 함께 측부순환의 발달을 잘 볼 수 있다<그림 3>.MRI는 그 기술의 발달로 diffusion weighted MR을 이용하여 간섬유화를 계량화 함으로써 섬유화의 양적인 표현을 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간탄력도(liver stiffness)를 측정하여 간섬유화를 예측하려는 연구가 있는데, transient elastography(Fibroscan)는 초음파 탐촉자를 통해 진동을 간조직으로 보내는데, 간탄력성의 정도에 따라 진동의 전파속도가 다름을 이용하여(간이 딱딱할수록 전파속도는 빠름) 간섬유화 정도를 진단하며, 탄력도는 kPa로 표현된다<그림 4>. 비교적 간경변증을 진단하는데 높은 양성 예측도과 음성 예측도를 갖지만 늑간공간이 좁은 경우나 복수가 있는 경우는 검사가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 외, 간경변증이 발생하면 필연적으로 문맥압 항진증이 동반하게 되므로, 문맥압을 반영하는 안전하고 재현성이 높은 간정맥 압력차(hepatic venous pressure gradient)를 측정하는 것이 간경변증 환자에서의 치료 효과를 추적 검사하는데 유용할 수 있다.
치료
간섬유화의 치료는 섬유생성은 억제하면서 섬유용해는 촉진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아직 뚜렷한 치료제가 개발된 것은 아니지만 염증반응을 유발하는 원인제거, 간성상세포의 활성화 억제, 또는 세포외기질 생성 억제, 활성화된 간성상세포의 사멸화유도 등이 주된 치료 접근이다. 이중 가장 중요한 항섬유화 치료는 염증유발의 원인제거이다. 예를 들어 항바이러스약제에 의한 B형 간염바이러스의 치료나 페그인터페론으로 C형 간염을 치료하는 것은 간섬유화의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이다.
그 외 항염증 약물인 스테로이드는 알콜과 자가면역성 간염에서 사용할 수 있고, colchicine은 항염증과 교원질 용해작용이 있다. 비타민 E와 같은 항산화제는 산화성 스트레스에 의해 지질과산화가 간성상세포의 교원질생성을 막을 수 있으며, 원발성 담즙성 간경증에서는 ursodeoxycholic acid와 같은 세포보호(cytoprotective) 약물 등이 효과적일 수 있다. 최근에는 인터페론 감마가 간성상세포의 활성화를 막을 수 있다는 연구가 보고된 바 있고, 본 교실에서 동물모델을 통해 안지오텐신 수용체 길항제가 간성상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여 간섬유화를 예방함을 보고하였다<그림 5>.
■ 참고문헌
1. 김정룡, 김진욱, 이효석, 윤용범, 송인성. 만성 간염 및 간경변증 환자의 자연 경과와 생존율에 관한 연구--20년간의 자료 분석. 대한내과학회지. 46:168-180, 1994
2. 김동준. 간섬유증의 약물치료. 대한간학회지 7:6-11, 2001
3. 이관식. 간섬유화. 대한 소화기학회지 48:297-305, 2006
4. 진소영. 간섬유화 평가에서 간생검의 역할-유용성과 제한점. 대한간학회지 13:138-145, 2007
5. 박동훈, 백순구, 최연희 등. 담관결찰 쥐에서 안지오텐신 길항제의 간섬유화 억제 효과. 대한간학회지 13:61-69, 2007
6. 백순구. 문맥압 항진증의 약물 치료 -국내 자료와 경험을 중심으로- 대한소화기 학회지. 45:381-386, 2005
7. 백순구. 문맥압항진증의 평가 및 최신 치료 경향. 대한간학회지.11:211-217, 2005
8. Baik SK, Park DH, Kim MY, et al. Captopril reduces portal pressure effectively in portal hypertensive patients with low portal venous velocity. J Gastroenterol 38:1150-1154, 2003
9. Baik SK, Jee MG, Jeong PH, et al. Relationship of hemodynamic indices and prognosis in patients with liver cirrhosis. Korean J Intern Med 19:165-170, 2004
10. Vlachogiannakos J, Tang AK, Patch D, Burroughs AK. 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inhibitors and angiotensin II antagonists as therapy in chronic liver disease. Gut 49:303-308, 2001
11. 백순구, 조호성, 석기태, 김정민, 이병준, 최윤종, 김현수, 이동기, 권상옥, 이건일, 차승규, 박규상, 공인덕. 간성상세포의 수축 및 성장에 대한 Angiotensin II 수용체 길항제의 억제 효과. 대한소화기학회지.42:134-141, 2003
12. Lee KI, Kong ID, Baik SK, Kim HS, Lee DK, Kwon SO, Chun BG. Characteristics of potassium and calcium currents of hepatic stellate cells (ito) in rat. Yonsei Med J 45:649-660, 2004
'건강정보 모음 > 간경화&간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면제가 간에 부담을 주나요? (0) | 2020.04.15 |
---|---|
제대혈로 간암을 고칠 수 있나요? (0) | 2020.04.14 |
간경변의 합병증(복수,식도 정맥류,간성혼수) 관리요령 (0) | 2020.04.10 |
AP shunt 란 무엇인가? (0) | 2020.04.08 |
술은 입에도 안 대는데 肝癌까지… 급증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藥으로 치료할 날 오나 (0) | 2020.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