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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암사랑 2020. 3. 10. 09:54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李相和)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쁜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매던 그 들이라도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쌈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우스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띄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명이 지폈나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2020년 봄 우리는 지금



코로나19에 모든걸 빼앗기고
마스크 하나도 제대로 살수없어
이거리 저거리 약국 마트를 기웃거리다
발발떨며 들어와
봄조차 빼앗긴체 방콕들을 하고있다





오는 봄도 잃어버린 날들
하루빨리  평온해 지기를 바램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