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비만대사 수술 명의’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최성일 교수
크리스마스 이브의 늦은 오후,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외과 최성일 교수를 사무실에서 만났다. 수술과 진료로 지친 듯했다. 티내지 않았다. 고도비만 수술을 주제로 한 인터뷰 내내 그는 진지하고 자상하고 세심했다. 대화를 시작하려는데 치료 중인 환자에 대한 조치를 묻는 병원 스태프의 전화가 걸려왔다. 인터뷰를 한동안 중단해야 했다. 고도비만 환자들에 대한 얘기를 다시 시작했을 때 최 교수가 전한 한 마디가 생소했다.
“당뇨병은 이제 외과질환이 될 겁니다.”
최 교수가 내과 동료들에게 농담처럼 가끔씩 건네는 말이란다. ‘비만대사 수술’이란 명칭에 관해 묻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다.
- 왜 고도비만 수술이 아니고, 비만대사 수술인가?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지방간 등이 대사질환이다. 그런데 비만과 대사질환은 따로 가는 게 아니다. 비만과 대사질환 환자군을 중고등학교 수학시간에 그리듯 원 모양의 두 집합으로 표시해보라. 가운데 겹치는 부분이 80%다. 비만과 대사질환은 함께 간다. 미국비만학회가 미국대사비만학회로 이름을 바꾼 게 벌써 오래 전이다. 한국에도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가 있다.
- 당뇨가 외과질환이 될 거란 말도 같은 맥락인가.
예전엔 그런 말 하면 무슨 얘기하나 싶은 표정으로 쳐다봤다. 지금은 달라졌다. 미국의 당뇨학회는 꽤 보수적인 편이다. 그럼에도 2016년엔가 미국 당뇨학회도 적극적인 비만대사수술의 필요성을 공언했다.
- 어떤 이들에게 필요한 수술인가.
물론 비만과 대사질환을 함께 가진 환자들이다. 올해부터 비만대사수술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데, 그 대상이 참고가 되겠다. 체질량지수(BMI)가 기준이다. BMI가 35㎏/㎡ 이상인 고도비만일 때, 30㎏/㎡ 이상인데 대사질환이 인정될 때, 그렇게 둘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은 부담 가는 일이다. 내과 치료론 안 되나?
미국에 발간되는 최고 권위저널에 실린 연구가 있다. 비만대사 수술을 받은 환자와 내과 치료를 받은 환자를 10년 간 추적 관찰했다. 수술 환자들은 20-30% 감소한 체중을 유지하고 있었다. 내과 치료 받은 환자들의 체중 감소율은 3%에 불과했다. 중요한 건, 앞서도 말했지만 대사질환들이 비만과 함께 간다는 점이다. 비만이 치료되면 대사질환도 함께 치료된다.
- 수술 환자들은 실제 어떤 효과를 보나.
4개월 전 수술한 60대 환자가 있다.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을 갖고 있던 환자다. 최근 먹던 약들을 다 끊었다. 수면의 질도 높아졌다고 하더라. 만성통증도 사라졌는데, 그 역시 대사질환이 개선되면서 생긴 효과라고 볼 수 있다.
- 많은 환자들이 고려할만 하겠단 생각이 든다.
보다 중요한 문제가 있다. 역시 비만대사수술 환자들에 대한 장기 추적 검사 결과가 미국 의학저널에 실렸다. 수술하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심혈관 질환이 줄고, 암 발생률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이 보고됐다. 당연히 사망률도 떨어졌다. 비만대사 수술의 목적도 다른 치료의 목적과 같다. 건강하게 오래 살자는 것이다. 예뻐지려고? 달라진 외모로 좋은 직장에 가려고? 본질적인 것은 건강하게 오래 살자는 거다.
- 남성 환자가 많나, 여성 환자가 많나. 나이대는?
성비는 비교적 여성이 많은 편이고, 대사질환이 환자가 많은 대학병원에서는 남녀 성비가 비교적 크지 않고, 체중감량을 목적으로 하는 환자들이 많은 병원인 경우 여성이 월등히 많은 분포를 보인다. 대학병원에선 6대4나 5대5다. 여성이 조금 많든지, 성별 차이가 없든지 한다. 제가 올 들어 40명 정도를 수술했다. 대체적으로 계산해보니 평균 45세, 여성이 60%다. 비만 증가율은 남성이 더 가파른데, 여성이 수술을 더 많이 받는다. 아울러 우리 사회의 고도비만 환자는 생각보다 많다. BMI 30 이상이 인구의 5%쯤 될까? 2030년엔 인구의 10%가 고도비만일 것이란 통계가 있다. 대상 환자의 1% 정도만 수술을 받고 있다고 보면 된다.
- ‘위소매 절제술’과 ‘루와이 위우회술’이 대표적인 수술법이라고 들었다.
위를 세로로 길게 절제해 용량을 줄이는 게 위소매 절제술이다. 위의 상부(위저부)와 대만부(긴 바깥쪽)를 절제해 80~100cc 정도의 위 소만부(짧은 안쪽)를 남기는 치료법이다. 우회술은 좀 더 복잡하다. 위의 상부를 절단해 15~20cc 정도 용량의 작은 주머니만 남긴 뒤, 위 하부와 십이지장을 건너 뛰어 소장으로 우회시키는 방식이다. 우회술을 통해 섭취제한과 흡수제한을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 우회술 쪽이 대사질환에 더 확실한 효과를 나타낸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고, 통상적으로 표준수술로 인정된다.
- 다학제 진료를 강조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위장관외과, 내분비내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영양팀이 긴밀한 협진을 통해 환자를 이끈다. 내 역할은 60%다. 다른 과 선생님들과 영양팀의 역할이 나머지다. 우리 강동경희대병원의 경우 3D 복강경 수술을 통해 수술의 완성도를 높이다.
최성일 교수는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석사, 박사를 마치고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MD Anderson 암병원에서 교환교수를 지냈고, 현재 미국암학회(AACR), 대한위암학회, 대한내시경복강경외과학회, 대한소화내시경학회, 대한장연구회,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국제비만외과학회(IFSO) 등에서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비만대사수술의 복강경·로봇 수술을 선도하며 전문성을 입증해 환자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최 교수의 진료복 좌측 가슴엔 화사한 목련 마크가 선명하다. 경희대학교 의대가 선정하는 ‘목련교수’이기도 하다. 전문 분야에서 탁월한 학문적, 임상적 업적을 성취해 나가는 교원들에게 부여하는 명예다.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27/201912270213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