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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를 달면서..

암사랑 2019. 11. 29. 18:11
단추를 달면서..




단추를 달면서..




윗옷을 걸치고 단추를 잠그려는데
단추 하나가 덜렁덜렁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자신을 옭아맨 실을 풀고
제자리에서의 이탈을

꿈꾸고 있었나 보다.
손으로 쥐고 당기면
툭, 끊어질 듯 아슬아슬하다.

단추를 여미지 않은
빈자리가 어색하다.
단지,자리 하나 비었을 뿐인데
옷매무새가 단정치 못하다.

삶의 어느 강가,
징검다리를 건너다
돌덩이 하나가 비어 황당했던 기억처럼
자리를 비운다는 건, 균형을 깨뜨리는 일,
生의 거대한 물살을 거스르는 일
그 어느 것도 단추의 빈자리를
대신 할 수 없음을 알겠다

홀로 떨어져나간 단추가
아무런 쓸모 없듯이
잠시 느슨해지려는 마음을
실로 꽁꽁 묶어 둔다.

다시 팽팽한 일상이다.



- 조경희-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는
끼울 구멍이 없어 진다

- 괴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