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발견 어려운 췌장암, 치료의 시작은?
조기 발견 어려운 췌장암, 치료의 시작은?
글. 건국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이태윤 교수
췌장암이란 췌장에 생긴 암세포로 이루어진 종괴다. 췌장암의 90% 이상은 외분비 세포에서 발생하는 췌관 선암으로, 일반적으로 췌장암을 췌관선암이라고 부른다. 암 발병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복부 깊숙이 위치해 다른 장기들에 둘러싸여 있기도 하고 다른 소화기계 증상들과 유사하기도 해 조기 발견 자체가 힘들다. 그래서 증상이 나타난 뒤에는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다. 췌장 머리암이 약 60~70%로 가장 흔하며, 몸통은 5~10%, 꼬리암은 약 10~15% 정도이다.
췌장암의 증상
2016년 우리나라에서는 연 23만여 건의 암이 발생했고, 그 중 췌장암은 6,685건으로 전체 암 발생 중 9위를 차지했다. 남녀의 성비는 1.23:1로 남자에게서 더 많이 발생했고, 연령대별로는 70대가 31.9%로 가장 많았다.
췌장암의 증상으로는 복통, 체중 감소, 황달 등이 있다. 복통은 주로 명치끝에서 가장 흔하게 느껴지지만, 췌장이 등 쪽에 가까이 붙어있기 때문에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흔하다. 황달이 생기면 진한 갈색 또는 붉은색 소변을 보게 되고 피부와 눈이 노란색으로 변하며 가려움증도 유발된다.
췌장 머리 부분에서 발생하는 암의 약 80%에서 황달이 나타난다. 몸통이나 꼬리에 종양이 생긴 경우에는 5~6% 정도에서만 황달이 발생하는데, 이 경우 황달이 나타나면 이미 암세포가 췌장 전체에 퍼져 병이 진행된 상태가 많다. 체중 감소는 췌장암 환자에게 있어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으로 대개 본인 체중의 10% 이상이 감소한다. 체중 감소는 췌장액의 분비가 감소함에 따라 흡수 장애와 식욕 부진, 통증으로 dls한 음식물 섭취 저하, 췌장암의 간 전이나 원격 전이 등에 의해 생긴다. 암이 십이지장으로 흘러가는 췌장액을 막게 되면 지방이 잘 소화되지 않아 기름진 변을 보게 된다. 전에 없던 당뇨병이 나타나거나 기존에 가지고 있던 당뇨병이 악화되기도 한다. 췌장암이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하는 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40세 이상에서 갑자기 당뇨병이 생기면 췌장암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췌장암의 진단 및 검사
췌장암의 진단을 위해서 사용하는 검사들은 혈액 검사, 혈청 종양 표지자, 초음파 검사, 복부 CT, 자기공명영상(MRI),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ERCP), 내시경적 초음파 검사(EUS), 양전자방출 단층촬영(PET), 조직 검사 등이 있다.
혈액검사
담관 폐색이 있는 경우 간기능 이상과 황달 소견이 나타난다. 췌장암과 가장 흔히 관련된 종양 표지자는 CA19-9이다. 그러나 CA19-9는 췌장암 외에도 담도암, 담관염, 담도 폐색이 있는 경우에도 상승될 수 있는 등 특이도가 낮다는 문제점이 있다. 조기암에서는 정상인 경우가 많으므로 조기 진단에는 사용할 수 없고, 췌장암의 예후 판정과 치료 후의 추적검사에 사용한다.
복부초음파
췌장암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일차적으로 시행한다. 췌장 종양, 담관 확장, 간 전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췌장은 위 뒤쪽의 깊은 곳에 위치해 있어 보기 힘들뿐 아니라, 환자의 비만도, 장내 공기 등에 의한 제약이 있기 때문에 검사자의 능력에 따라 정확도가 좌우될 수 있다.
조영증강 복부 CT와 MRI
조영증강 복부 CT는 초음파 검사보다 췌장암을 진단하거나 병기를 측정하는데 유용하다. 병변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고 영상이 세밀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췌장암의 수술 가능여부 판단과 병기 결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검사이다.
MRI는 췌관과 담관을 관찰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고, 간 전이를 잘 발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ERCP)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ERCP)은 십이지장까지 내시경을 삽입해 담관과 췌관의 협착과 폐쇄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검사이다. 황달을 치료하는 내시경적 담관 배액술에 주로 이용되며, 십이지장과 유두부의 관찰이 필요한 경우 또는 담관·췌관 내 세포진 검사가 필요한 경우에도 시행한다. 단, 시술에 의한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있어 경험이 많은 의료진의 시술이 필요한 검사이다.
내시경적 초음파 검사(EUS)
췌장암은 암이 어떤 세포에서 시작되었는지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항암치료를 앞두고 있는 경우에는 조직 검사가 필수다. 조직을 얻기 위해 가장 흔히 시행하는 방법은 내시경적 초음파 검사(EUS)로, 암이 의심되는 부위에서 조직을 얻는다. EUS는 내시경을 위나 십이지장 뒤에 위치한 췌장에 바짝 접근시켜 검사하기 때문에 다른 검사 방법에 비해 췌장을 정확하게 볼 수 있으며, 췌장 종양과 만성 췌장염의 구별, 2cm 이하의 작은 종양의 진단, 췌장암의 병기 결정 등에 유용하다.
양전자방출 단층촬영(PET)
당 대사가 증가되어 있는 췌장암 세포를 이용하는 검사 방법이다. 전이유무 확인을 통한 병기설정과 수술 후 재발 판정, 항암치료 후 암의 호전 여부 판별 등에 이용할 수 있다.
췌장암의 내과적 치료
췌장암의 치료 방법은 암의 크기, 위치, 병기,
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선택한다.
항암화학요법은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의 암세포를 사멸시키고자 일정한 주기로 항암제를 투여하는 방법이다. 암이 전이되었거나 암세포의 크기가 커서 수술이 힘든 경우 생명 연장을 위해 시행되고, 증상을 경감시키거나 수술 후 남아있을 수 있는 암세포의 성장을 막기 위해 시행된다.
약제 사용
1990년대 말 젬사이타빈(gemcitabine)이라는 약제가 개발되면서 췌장암 치료에 많은 발전을 가져왔다. 현재 전이·국소진행 췌장암과 수술 후 재발 방지 목적으로 항암치료의 1차 선택약으로 사용되고 있다. 작용 기전은 암세포의 DNA 합성을 방해하는 것이다. 젬사이타빈은 췌장암 환자의 생존 기간을 연장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매주 한 차례씩 3회 주사한 후 4주째 에는 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부작용도 있다. 오심, 구토, 골수 기능 저하 등이 그것인데, 최근에는 젬사이타빈을 기반으로 여러 항암 약물을 조합해 환자 치료에 적용함으로써 부작용을 줄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 그 중 최근에 개발된 냅파클리탁셀(파클리탁셀 항암제에 인체단백질인 알부민을 결합해 나노입자 형태로 만든 제제 / 상품명 : 아브락산)을 병용할 경우, 젬사이타빈을 단독으로 사용할 때보다 생존기간이 연장되었다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방사선 치료
췌장암 환자 중에는 병변이 커서 절제가 불가능하지만 원격 전이는 없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땐 방사선 치료를 고려한다. 항암제를 방사선 치료와 함께 투여하는 경우 생존 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다. 국소진행형인 경우 방사선·항암제 병합요법 후 종괴의 크기가 줄어들면 수술이 가능할 수도 있다.
방사선 치료는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기도 한다. 췌장암이 뼈로 전이돼 심한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그렇다. 특히 척추 뼈에 전이되었을 경우 통증과 함께 골절이 생기면 척수에 손상을 줄 수도 있는데, 방사선 치료는 이러한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치료법이다.
ERCP를 통한 스텐트 삽입
담관 폐색으로 인한 황달은 내시경 혹은 피부를 통해 담관에 배액관(스텐트)을 삽입하여 치료할 수 있다. 수술 전 황달이 심하거나 담관염이 동반된 경우는 플라스틱 담관 스텐트를 일시적으로 삽입하여 황달과 담관염이 해소된 다음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게는 담관 스텐트를 장기간 유치하게 되는데 예전에는 직경이 3mm에 불과한 플라스틱 스텐트를 주로 삽입하였다. 이 스텐트는 직경이 작기 때문에 음식물 등에 의해 막혀 2~3개월에 한 번 갈아줘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직경이 1cm인 자가팽창형 금속 스텐트가 개발되어 한 번 삽입하면 6개월에서 1년 이상 개통이 지속되어 환자의 불편을 덜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실리콘막으로 코팅된 피막형 금속 스텐트는 실리콘막이 스텐트 내로 종양이 자라서 스텐트가 막히는 것을 억제하고 교체도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어 췌장암의 담관 폐색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통증 감소를 위한 신경마취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해도 통증이 지속되거나 진통제로 인한 부작용이 있는 경우, 통증 감소를 위해 내시경 초음파를 이용하기도 한다. 내시경 초음파를 이용해 복강 신경총(Celiac Ganglion)의 신경을 마취하면 통증이 줄어들어 삶의 질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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