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계 통신 저 세상에서 신호가 왔다
무수한 전파에 섞여 간헐적으로 이어져오는 단속음은 분명 이 세상의 것은 아니었다 그 뜻은 알 수 없으나 까마득히 먼 어느 별에서 보내 온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신호였다 더욱이 이 세상에서 신호를 받고 있을 시각에 신호를 보내는 저 세상의 존재는 이미 없다 그 신호를 몇 백 년, 몇 천 년 전에 보낸 것이기 때문이다 결코 만날 수 없는 아득한 거리와 시간을 향해 보내는 신호 살아있는 존재는 어딘가를 향하여 신호를 보낸다 - 유자효의 시〈은하계 통신〉중에서 - * 우리가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신호를 보냅니다. 그러나 그 신호를 우리는 더 이상 듣지도 못하거나 들려도 이를 해독하지 못합니다. 신호를 들으려면 먼저 내 소리를 가라앉히고 조용히 귀 기울여야 하는데 바쁜 우리에겐 그럴 시간이 없고, 마음이 없습니다. 때론, 바다에 빠진 블랙박스가 보내오는 구조의 신호마저도 누구 하나 듣는 이 없이 도시의 소음 속으로 묻혀 버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