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혁명! 민족생활의학
김 형 진(의학박사 내과 전문의)
80년 초 나는 과학적 전문 지식으로 무장하고, 세계적 의학저널을 읽으며, 사물을 ‘과학’이라는 잣대로 보는 신세계에 취한 오만한 의사였다. 병에 대해 감히 모르는 것이 없이 스스로 명의였고, 누가 의학에 대해 물어보지 않으면 짜증조차 내는 시절이었다. 부품의 합이 전체가 되는 기계와 인간을 구별 못하고 학문으로서의 ‘의학’과 사람에 대한 행위로서의 ‘의료’를 동일시하여 ‘치료’와 ‘치유’를 혼동하고 과학이 발달하면 못 고칠 병이 없어 인간이 영생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의철학(醫哲學)은 치료기술의 단순한 배경이 되었으며 사랑의 상처마저도 항생제로 치료될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어느날 40대 간경화증 환우를 진료하게 됐다. 교과서적으로 병의 원인과 병리기전에 대해 설명하고 “지금은 잘 먹고 잘 쉬는 것 외에 특별한 치료가 없다”고 하자 크게 실망하는 눈빛이었다. 그 눈빛이 내 동공에 부딪히는 순간 마음에 빅뱅이 일어나 무언가 크게 무너져 내렸다. 문득 ‘내가 신앙처럼 섬기고 있는 현대의학 외에 혹시 이 사람을 도울 다른 방법이 없을까?’하는 생각이 섬광처럼 스쳤다. 대부분의 내과질환은 외과처럼 수술로 한 순간에 좋아지는 일이 별로 없는 탓도 있었으리라. 그 시절 나는 정신적 불구였다. 몇 달 뒤 나는 운명처럼 광주의 후미진 곳에서 대책 없이 굶고 앉아 강의를 듣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의사는 춥고 배고파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대명제하에 진행된 강의는 나를 압도했다. 강의를 이끄는 장두석 선생은 힘이 넘치고 단호했다. 뚫어지게 응시하는 깊은 눈동자에 나는 무너졌다. 그는 사람의 마음에 숨겨진 상처를 끄집어내는 탁월한 의사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건강문제뿐 아니라 나와 사회, 조국의 DNA를 알고 나서 몸서리를 쳤다. 교육 기간 내내 “지금까지 헛살았네, 헛살았어!·····.”, “아하!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변화’가 일어나야만 질병에서 헤쳐 나올 수 있구나!” 하며 몸에서 일어나는 처음 느끼는 건강한 변화로 내내 자탄(自歎)의 독배를 혼자 들이켰다. 민족생활의학의 모든 것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서양의학은 이 땅 민중에게 의료의 진수를 맛보게 하여 삶의 질을 높인 것은 사실이나 생활습관에서 비롯된 만성질환에 한계를 드러냈다. 심지어 치료가 생명의 기술이 아니라 폭력이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스스로 질병의 체험과 극기 속에서 이루어낸 민족생활의학은 의료 역사상 큰 획을 그은 것으로, 질병에 대한 사고의 전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난치병의 회복에 큰 영향을 끼친 모델로써 재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의사가 설명할 수 없다는 이유 하나로 환우들이 고통에서 해방되는 현상을 무시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의료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철저히 인간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이해는 사랑과 기본적인 윤리가 바탕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민중은 희귀질환의 특수한 치료술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을 통해 건강한 삶을 누리고 보편타당한 질환을 나을 수 있는 지혜를 원하고 있다. 또한 건강 권리를 포기하고 의사나 자본에 빼앗긴 의권(醫權)을 다시 환우에게 되찾게 한 ‘의료 光復’의 의미도 크다. 의료의 주체를 의사나 의료기관이 아닌 분명하게 각 개인에게 두고 의사는 환우의 치유를 돕는 보조자의 역할에 머물고, 치유는 환우 스스로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여야 한다. 또 질병을 공격하여 퇴치해야 할 적군이 아니라 공존의 대상으로 여겨야 한다. 식·의·주 중심의 건강법을 실천하다 보면 불치병 없는 이상적인 사회가 가능하다는 꿈에 젖게 된다. 의사인 나도 이제는 나나 가족이 병을 앓으면 두렵지가 않다. 그것은 치료약 이름 몇 개 정도 아는 지식의 힘이 아니라 생활의학이 가르쳐준 수많은 건강 매뉴얼이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여 있기 때문이다. 아프면 원인이 무엇이고,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를 분명히 안다. 병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고 슬기롭게 병을 이겨내게 된다. 약이나 의사의 도움 없이 고통을 이겨낸 사람은 두려움이 없어지고 생이 한결 당당해지는 것을 느낀다. 통계를 들이대며 환우들을 겁주는 의사들의 태도는 바뀌어야 한다. 암도 “암, 낫고 말고······”라는 긍정적인 감탄사로 환우들의 위로가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른쪽 눈은 환자를 보면서, 왼쪽 눈은 환자의 지갑을 넘보는 의사들의 행태를 바꿀 때만이 진정 환우들의 벗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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