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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으로 끝날 항암치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암사랑 2020. 4. 24. 11:44

비극으로 끝날 항암치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모세포종(medulloblastoma)’을 앓는 호주의 여섯 살 소년이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가운데 병원이 소년의 해외 치료를 막고 있어 부모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소년의 부모는 아들이 낫지 못한다면 살아있는 시간만이라도 즐겁게 보내도록 하고 싶지만, 사실상 의료당국이 치료를 강요하는 상황이어서 이마저도 쉽지 않다.

지난 11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퍼스에 사는 오쉰 키스즈코(6)는 작년 12월에 수모세포종 진단을 받았다. 이는 악성 뇌종양으로 소뇌에 발생하며, 뇌척수액을 따라 전이하는 경향이 있다. 소아기에 흔히 생기는 종양으로 두통, 구토 등을 동반한다. 수술 후에도 재발 가능성이 있는 질병이다.



오쉰은 프린세스 마가릿 병원에 입원했지만 소년의 부모는 아들을 데리고 미국에 가고 싶어 한다. 호주보다 덜 아들을 괴롭히고, 좀 더 살아날 가능성을 높일 치료방법이 있다고 생각해서다. 오쉰의 생존 가능성은 커야 50% 정도다. 10~30%까지 낮아질 수도 있다.

오쉰은 병원에서의 하루가 고통스럽다. 토한 피와 각종 의료장비를 보면서 공포감도 점점 짙어진다. 왼쪽 신체 일부도 마비돼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소년은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날마다 엄마에게 애원한다. 약 4개월이 지난 현재 오쉰은 주변 사람들 도움이 없으면 걷지도 못한다.

오쉰의 엄마는 “아들을 보노라면 고통스럽다”며 “수모세포종은 5년 정도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더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50~60% 정도였던 생존 가능성이 이제는 그 아래로 떨어졌다”며 “0%가 될 수도 있다는 말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의료진은 뇌와 척추에 약을 주입하는 항암치료를 제안했다. 그러나 오쉰의 부모는 이를 거절했다. 오히려 여생 동안 아들을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오쉰의 부모는 방법이 없었다. 해외 치료를 비롯해 아들을 덜 아프게 하는 방법을 요청했으나, 병원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모친을 암으로 잃었던 오쉰의 엄마는 결국 아들을 이곳에 맡길 수밖에 없다.

“아들은 늘 깜짝깜짝 놀라며 깨요. 옷도 들춰보기 싫어해요. 안에 여러 상처가 있거든요. (치료가 싫어서) 소리치고 발길질에 할퀴는 것도 다반사죠. 아들을 진정시키려 의료진이 여섯명이나 달라붙어요. 그들은 아들을 침대에 묶고 누군가는 머리를 잡아요.”

오쉰의 엄마가 설명한 아들 치료 광경이다. 병원이 이 같은 방식으로 어린 자녀를 다룬다면 세상 어느 부모라도 눈이 뒤집힐 게 당연하다.



문제는 오쉰의 부모가 병원에서 아들만 돌볼 처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들에게는 열두 살, 여덟 살 난 두 딸이 있다. 이들은 남동생이 아파하는 걸 보며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은 막막하다.

오쉰의 엄마는 “아픈 아들을 전혀 돌보지 못하고 있다”며 “난 실패한 엄마다”라고 자책했다.

이번 사연과 관련해 시드니모닝헤럴드는 “프린세스 마가릿 병원은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