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발병 났다커니
봄은 위독(危毒)하다커니

눈이 휘둥그래진 수소문에 의하면
봄이 머언 바닷가에 갓 상륙해서
동백꽃 산모퉁이에
잠시 쉬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렇지만 봄은 맞아 죽었다는 말도
있었다.
광증(狂症)이 난 악한한테
몽둥이 맞고 선지피 흘리며 거꾸러지더라는......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자살했다커니 봄은 장사지내 버렸다커니

그렇지만 눈이 휘둥그래진 새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뒷동산 바위 밑에,
마을 앞 개울 근처에, 그리고 누구네 집 울타리 밑에도, 몇 날 밤 우리들 모르는 새에 이미 숨어와서 몸
단장(丹裝)들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신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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