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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 징조는 넘쳤다…귀담아듣지 않았던 中정부
암사랑
2020. 2. 3. 11:48
신종코로나, 징조는 넘쳤다…귀담아듣지 않았던 中정부
신종코로나 창궐 차단할 수 있었던 2번의 기로
원본보기 지난 1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 공항에서 얼굴에 물통으로 만든 보호장구를 착용한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EPA 연합뉴스
다수의 중국 매체는 지난달 30일 익명을 요구한 한 실험실 관계자의 설명을 게재했다. 그는 우한시 병원들과 협력하고 있는 자신의 실험실이 지난해 12월 중순 우한에서 환자들의 샘플들을 받았고, 같은 달 26일 샘플에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와 87%의 유사성을 가진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포함돼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험실 간부들은 다음 날 이 결과를 우한시 보건 당국자들과 병원 관계자들에게 알렸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신종코로나)의 창궐을 예견할 수 있는 첫번째 징조였다.
지난해 12월 30일부터는 병원 실무자들 사이에서 신종코로나에 대한 위험 신호가 감지됐다. 우한시 중앙병원 소속 의사 리원량은 업무 중 기침과 고열, 호흡곤란에 시달리는 환자들에 대한 검사 보고서를 보게 됐다. 사스로 의심되는 같은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7명에 달했고 이중 한 명은 중앙병원에 격리 수용된 상태였다. 그는 이 사실을 즉각 의대 동문 단체 채팅방 등에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당시 공유된 글에는 환자들의 침, 가래 등 유전물질(RNA·리보핵산)을 검사한 결과 환자의 기도에서 코로나바이러스와 광범위한 박테리아 군집이 발견됐다고 명시됐다. 리원량과 동료 의사들은 이후 논의 내용을 중국 온라인망에 공유했다. 신종코로나 사태의 두번째 징조였다.
중국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할 수 있었던 징조들을 외면했다. 우한 보건 당국은 모든 병원에 ‘불분명한 원인으로 인한 폐렴’의 존재를 긴급 통보했지만 어디에도 사스나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당국은 또 야생동물 고기를 파는 후난 해산물 도매시장을 다녀간 사람들 사이에서 폐렴 환자가 다수 발생한 점에 감안해 시장 폐쇄조치를 취했다. 관료들은 시장을 다녀간 사람들에 집중해 폐렴 환자들을 찾아나섰다. 결과적으로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좀더 광범위한 환자들이 조사에서 누락됐다. 이중 많은 이들이 이미 신종코로나에 감염된 상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가벼운 증상을 보이는 많은 환자들이 간단한 의료 조치만 받고 집으로 돌아갔고 이것이 신종코로나가 급속한 속도로 번져나간 이유가 됐다고 분석했다. 바이러스에 대한 징조를 외면하면서 발생한 참극이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일 정치적 안정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권위주의적 관료 문화도 전염병의 창궐을 촉진했다고 지적했다. 리원량이 단체 채팅방에서 신종 전염병에 대한 의견을 나눈 지 불과 나흘만인 지난달 3일 중국 공안국은 리원량을 포함해 8명의 의사들을 전격 소환했다. 유언비어를 온라인 상에 퍼뜨려 사회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죄목이었다. 리원량은 자신이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인정하는 문서에 서명을 한 후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그는 현재 병원으로 돌아가 신종코로나 환자들을 돌보다 바이러스에 감염돼 투병 중이다.
중국 동부지역의 외과의사이자 유명 과학 작가인 왕광바오는 “지난달 1일부터 중국 의료계에서는 사스 비슷한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지만 8명의 구금은 나를 포함한 우리 의사들이 바이러스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을 단념시켰다”고 말했다. 중국 설 연휴를 앞둔 지난 달 중순까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는 대중들에게 제대로 공유되지 못했다. 수억 명의 중국인들이 별다른 경각심 없이 고향으로 이동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중국 전문가 주드 블랑쉐는 “중국의 공중보건체계는 현대화됐지만 중국의 정치체제는 그렇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지난달 28일 8명의 우한 의료인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에 대한 체포를 훈계하는 이례적인 성명도 함께였다. 성명문에는 “유언비어는 정보 공개의 지연과 불투명함 때문에 생겨난다. 이들의 경고를 시민들이 들어 건강에 신경 썼다면 결과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내용이 실렸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다수의 중국 매체는 지난달 30일 익명을 요구한 한 실험실 관계자의 설명을 게재했다. 그는 우한시 병원들과 협력하고 있는 자신의 실험실이 지난해 12월 중순 우한에서 환자들의 샘플들을 받았고, 같은 달 26일 샘플에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와 87%의 유사성을 가진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포함돼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험실 간부들은 다음 날 이 결과를 우한시 보건 당국자들과 병원 관계자들에게 알렸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신종코로나)의 창궐을 예견할 수 있는 첫번째 징조였다.
지난해 12월 30일부터는 병원 실무자들 사이에서 신종코로나에 대한 위험 신호가 감지됐다. 우한시 중앙병원 소속 의사 리원량은 업무 중 기침과 고열, 호흡곤란에 시달리는 환자들에 대한 검사 보고서를 보게 됐다. 사스로 의심되는 같은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7명에 달했고 이중 한 명은 중앙병원에 격리 수용된 상태였다. 그는 이 사실을 즉각 의대 동문 단체 채팅방 등에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당시 공유된 글에는 환자들의 침, 가래 등 유전물질(RNA·리보핵산)을 검사한 결과 환자의 기도에서 코로나바이러스와 광범위한 박테리아 군집이 발견됐다고 명시됐다. 리원량과 동료 의사들은 이후 논의 내용을 중국 온라인망에 공유했다. 신종코로나 사태의 두번째 징조였다.
중국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할 수 있었던 징조들을 외면했다. 우한 보건 당국은 모든 병원에 ‘불분명한 원인으로 인한 폐렴’의 존재를 긴급 통보했지만 어디에도 사스나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당국은 또 야생동물 고기를 파는 후난 해산물 도매시장을 다녀간 사람들 사이에서 폐렴 환자가 다수 발생한 점에 감안해 시장 폐쇄조치를 취했다. 관료들은 시장을 다녀간 사람들에 집중해 폐렴 환자들을 찾아나섰다. 결과적으로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좀더 광범위한 환자들이 조사에서 누락됐다. 이중 많은 이들이 이미 신종코로나에 감염된 상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가벼운 증상을 보이는 많은 환자들이 간단한 의료 조치만 받고 집으로 돌아갔고 이것이 신종코로나가 급속한 속도로 번져나간 이유가 됐다고 분석했다. 바이러스에 대한 징조를 외면하면서 발생한 참극이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일 정치적 안정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권위주의적 관료 문화도 전염병의 창궐을 촉진했다고 지적했다. 리원량이 단체 채팅방에서 신종 전염병에 대한 의견을 나눈 지 불과 나흘만인 지난달 3일 중국 공안국은 리원량을 포함해 8명의 의사들을 전격 소환했다. 유언비어를 온라인 상에 퍼뜨려 사회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죄목이었다. 리원량은 자신이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인정하는 문서에 서명을 한 후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그는 현재 병원으로 돌아가 신종코로나 환자들을 돌보다 바이러스에 감염돼 투병 중이다.
중국 동부지역의 외과의사이자 유명 과학 작가인 왕광바오는 “지난달 1일부터 중국 의료계에서는 사스 비슷한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지만 8명의 구금은 나를 포함한 우리 의사들이 바이러스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을 단념시켰다”고 말했다. 중국 설 연휴를 앞둔 지난 달 중순까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는 대중들에게 제대로 공유되지 못했다. 수억 명의 중국인들이 별다른 경각심 없이 고향으로 이동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중국 전문가 주드 블랑쉐는 “중국의 공중보건체계는 현대화됐지만 중국의 정치체제는 그렇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지난달 28일 8명의 우한 의료인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에 대한 체포를 훈계하는 이례적인 성명도 함께였다. 성명문에는 “유언비어는 정보 공개의 지연과 불투명함 때문에 생겨난다. 이들의 경고를 시민들이 들어 건강에 신경 썼다면 결과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내용이 실렸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